[인터뷰] '실업 돌풍' 정훈성 "FA컵 결승행에 목숨 걸었어요"

김완주 인턴기자 2017. 9. 26.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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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김완주 인턴기자= K리그 클래식과 K리그 챌린지가 프로축구리그인데 반해 내셔널리그는 세미프로격인 실업축구리그다. 내셔널리그에는 저마다 사연 있는 선수가 많다. 프로에 선택을 받지 못해 입단한 선수, 프로에서 뛰다 경쟁에서 밀려난 선수들이 즐비하다. 이들은 K리그로 올라갈 날을 꿈꾼다.

목포시청 공격수 정훈성(23)도 다르지 않다. 정훈성은 2013년 성균관대에 다니다 J2(일본 2부) V-바렌나가사키에서 프로 데뷔했다. J리그를 꿈꿨지만 연이은 부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2015년 여름 귀국해 내셔널리그 목포시청에 들어갔다.

지난 8월 9일, 목포시청은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7 KEB하나은행 FA컵(이하 FA컵)` 8강에서 프로팀 성남FC를 3-0으로 꺽었다. 정훈성은 전반 2분만에 페널티킥을 얻어내고 직접 득점으로 연결했다. 정훈성은 태어나 처음으로 각종 포탈 메인에 올랐다. 지인들이 전해오는 축하메시지도 끊이지 않았다. 정훈성은 FA컵 8라운드 모든 팀을 통틀어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어지는 MOR(라운드 최우수 선수)에 선정됐다.

8강에서 성남을 꺽은 목포시청의 4강 상대는 K리그 클래식 3위 울산현대다. 2009년 고양국민은행(해체) 이후 실업팀이 9년만에 4강에 올랐다. 목포시청이 실업팀 결승 진출까지 달성할 경우 2005년 울산현대미포조선(해체) 이후 사상 두 번째가 된다. 울산과의 FA컵 4강전을 앞두고 있는 정훈성을 `풋볼리스트`가 인터뷰했다.

# 아는 사람들이 많이 와주니까 좋더라고요

목포시청은 3라운드부터 창원시청(내셔널리그)을 시작으로 양평FC, 포천시민축구단(K3리그)을 꺾고 올라왔다. 8강에 오르고 보니 목포시청을 제외하면 모두가 프로팀이었다. 정훈성은 "8강부터 위에 팀들과 만나다 보니 선수들이 긴장하기 시작했어요. 다들 준비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했고요"라고 말했다.

어차피 프로를 만난 거, 목포시청이 원하는 상대가 있었다. 그러나 대진추첨은 선수들의 바람과 빗나갔다. 8강에서 내심 광주FC와 붙게 되길 원했다. 정훈성은 "훈련장도 같은 목포축구센터를 쓰는데다 멀리 원정을 가야 하는 부담도 없으니까요"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8강에서 성남을 만나 승리한 뒤 4강 상대는 수원삼성으로 결정되길 원했다. 정훈성은 "다 수원을 만나고 싶어했어요. 수원은 경기장도 크고 관중도 많이 오잖아요"라고 말했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선수단에 지방출신보다 수도권출신이 많아요. 수원에서 경기하면 가족들과 친구들이 보러 올 수 있잖아요. 지난 번 성남에서 경기할 때도 아는 사람들도 많이 와서 선수들이 다 좋아했어요." 실업 선수들에게 FA컵은 큰 무대에서 뛰는 자신을 부모님께 보여드릴 기회다.

# 프로와의 경기는 나를 시험하는 무대

내셔널리그 선수들에게 FA컵은 프로팀과 대결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도 하다. 정훈성은 "프로팀이랑 경기를 하면 자신을 시험해 보게 되요. 내셔널리그에서 골도 많이 넣고 잘하는 선수들이 프로에 못 가는 건지, 안 가는 건지도 직접 부딪히면서 알아보고 싶기도 하고요. 다들 프로로 올라가고 싶어해요. 한번 갔다 내려온 형들도 다 똑같은 마음이에요"라고 설명했다.

목포시청 김정혁 감독은 선수들에게 프로팀과 대결할 기회를 더 주고 싶어한다. 객관적인 전력상 쉽지는 않지만 결승 진출을 바라고 있다. FA컵 8강 이후 모든 경기 초점을 울산전에 맞춰서 준비했다. 목포시청은 현재 내셔널리그 5위다. 3위까지 주어지는 챔피언십 진출권에서 사실상 멀어졌다. 정훈성은 "감독님과 코치님들 기대가 선수들보다 더 커요. 그래서 리그보다 FA컵에 더 중점을 둬서 준비했어요. 전술적인 훈련도 더 많이 했고요"라고 말했다. 목포시청은 울산의 빠른 경기템포에 쫓아가기 위해 체력 훈련도 많이 했다.

선수들도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있다. 삼삼오오 모여 울산의 경기를 찾아본다. 자신감도 많이 올라왔고, 팀 분위기도 좋다. 정훈성은 "성남전 끝나고 팀이 조직력도 더 좋아졌고 믿음도 생겼어요. 예전에는 내셔널리그 강팀을 만나면 `쟤네 잘하네` 이런 생각이 있었는데 요즘은 그런 게 사라졌어요. 자신감도 올라오고 여유도 생겼어요"라고 달라진 팀을 설명했다.

# 완전 목숨 걸고 준비했어요

4강전은 정훈성의 경력에도 중요한 경기다. 2013년 여름 일본에 진출한 정훈성은 내년 6월 5년룰(아마추어 선수가 드래프트에 참가하지 않고 해외 프로팀에 입단할 경우, 5년이 경과된 후에 국내 프로팀에 입단하는 경우에는 자유 이적으로 입단이 가능하다)에서 자유로워진다. 어쩌면 울산전이 프로팀들에게 자신을 보여줄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저 완전 목숨 걸었어요. 언제 또 프로랑 경기하게 될지 모르잖아요. 보여줘야죠. 요즘엔 성남전 하기 전에 내가 뭘 먹었는지, 내가 무슨 운동을 했는지 계속 떠올리면서 똑같이 하고 있어요. 관중이 많은 경기장에서 뛰니까 기분이 너무 좋았아요. 울산이 워낙 강팀이라 긴장되는 건 있는데 자신감은 있어요. 다 같은 성인인데 일단 붙어볼만 한 싸움 아닌가요?"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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