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interview] 17년차 GK 김영광, "챌린지 1년=클래식 3년"

정다워 2017. 9. 26.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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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정다워]

프로 17년차 골키퍼 김영광(34, 서울이랜드FC)은 베테랑이다. 식상한 표현이지만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다 겪었다. 경력도 화려하다. 최고 수준의 클럽인 울산현대에서 뛰었고, 국가대표로 활약하기도 했다. 더 새로울 게 없을 것 같은 나이지만, 그는 “여전히 새롭다”라고 말했다. 2015년 2부 리그인 K리그 챌린지에 입성한 게 터닝 포인트가 됐다. 전력 평준화로 절대약자가 없는 무대에서 그는 차원이 다른 경험을 했다. 김영광이 “챌린지에서 보낸 1년은 클래식의 3년 같은 느낌”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442: 시즌 초중반 팀이 극심하게 부진했다. 서울이랜드 이적 후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낸 것 같다.
“맞는 말인 것 같다. 성적이 안 나와 모두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개인적으로 실점도 많이 했다. 팀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새 감독님과 함께 팀 색깔을 만드는 중이다. 과정이 힘들면 좋은 결과가 온다는 믿음이 있다. 이 시기가 지나면 더 단단해질 수 있다.”

442: 개인적으로 2015년의 52실점 기록을 넘어설 수도 있다. 올 시즌 유난히 실점이 많다.(2017년 9월 26일 현재 48실점 중)
“서울이랜드로 온 이후에는 좀 그렇게 됐다. 전에는 주로 좋은 팀들에 있었다. 약팀에 있어도 수비적으로 운영하는 팀 골키퍼였다. 골은 덜 먹을 수 있었다. 우리 팀은 수비적으로 하는 팀이 아니라 그 정도 리스크는 안고 가야 할 것 같다. 시행착오는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실점을 최소화 하려 노력하고 있다. 실점할수록 더 집중하려고 한다. 이번 시즌 유효 슈팅을 내주는 경우가 많고 실점도 많다. 팀 전체가 공격적으로 하다 보니 그렇게 된다. 1대1 기회도 많이 내주는 편이다.”

442: 지금은 울산이나 국가대표에서 하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 필요한가?
“강팀에 있으면 골키퍼에게 공이 별로 안 온다. 경기 중에 유효슈팅이 두 세 번 정도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경기에 들어간다. 지금은 10회 정도를 예상한다. 챌린지는 전력이 다 비슷하다. 클래식보다 슈팅이 훨씬 많이 나온다. 거기에 맞춰 선방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도 많이 배운다. 경험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몰랐던 게 정말 많다. 공부가 많이 된다.”

442: 처음에는 적응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진짜 처음에는 ‘이건 뭐지’ 했다. 클래식에서는 보통 약팀이 강팀을 만나면 수비적으로 하기 때문에 치고 받는 게 없다. 챌린지는 그런 개념이 없다. 무조건 치고 받는다. 템포도 더 빠르다. 후반 되면 지쳐서 못 뛰는 상황이 되면 단독 기회가 많이 나오기도 한다.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됐다. 클래식에서 배운 것보다 더 많이 배웠다. 상황이 정말 다양하다. 챌린지에서 보낸 1년은 클래식의 3년 같은 느낌이다. 3년째니까 9년 한 것과 다름없다. 나름대로 많이 공부가 된다.”

442: 수준이 낮은데 난이도는 더 높다는 의미로 들린다.
“분명 수준 차이는 있다. 특히 외국인 공격수들의 수준이 클래식이 더 높기는 하다. 하지만 지금은 차이가 크지 않다. 챌린지에는 성장하는 선수들이 많다. 차이는 프로 마인드다. 실력만 놓고 보면 비슷한 수준인 것 같다.”

442: 프로 마인드란 뭘 의미하는 건가?
“축구도 싸움이다. 이기고 싶으면 맞아도 같이 싸워야 하는데 챌린지에서 프로의식이 약한 선수는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늘 선수들에게 정신력을 강조한다. 축구는 11대11 싸움이다. 한 명이 한 명을 잡고 무조건 이긴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렇게 11명이 이기면 팀이 무조건 이기는 거다. 우리 팀에서도 그런 게 잘 안 되기도 한다. 연습도 시합처럼 해야 하는데 느슨한 경향이 있다. 훈련부터 강하게 해야 실전에서 강한 거다. 그걸 알아야 진짜 프로다.”

442: 챌린지에 오기 전까지는 아마 하지 않았을 걱정 아닌가?
“당연하다. 그런 말할 일이 없었다. 다들 프로의식이 대단했다. 과거 울산에서 함께 뛰었던 유경렬, 박동혁 등 강한 선배이 기억난다. 진짜 프로였다. 그런 선수들과 함께했기 때문에 나는 내 할 일만 하면 됐다. 지금은 커가는 어린 선수들이 많아서 조언을 계속 해줘야 한다. 그래도 못 알아들을 때가 있는 것 같아 답답할 때도 있다.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 그래도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442: 전 소속팀인 경남의 독주도 그런 관점에서 볼 수 있나?
프로 마인드 강한 선수들이 많다고 들었다. 모두가 절대 지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뛴다고 한다. 그게 중요하다. 이기려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 경기 뛰는 것에 만족하는 게 아니라 이겨서 올라가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우리에겐 그게 부족하다. 실력이 조금 떨어져도 그런 마인드 있는 팀이 이긴다.”

442: 서울이랜드에서 세 명의 감독과 함께했다. 1년에 한 명 바뀐 꼴이다.
“감독님이 떠날 때마다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 죄송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감독님이 바뀔 때마다 스타일을 따라가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감독님이 뭘 원하는지 빨리 파악하고 실행해야 한다. 영리한 선수들은 그걸 잘한다. 그것도 프로 마인드의 한 종류다. 나와 안 맞는다 이런 말 하면 안 된다. 그걸 잘하는 선수들이 살아남는 거다. 나도 베테랑이지만 새 감독님이 주문하는 걸 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442: 김병수 감독은 어떤 걸 요구하나?
“골키퍼에게도 발 능력을 요구하신다. 나도 거기에 따라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업그레이드 되는 부분도 있다. 왼발을 많이 쓴다 요새는. 이동 트래핑 연습도 하다 보니 좋아진 것 같다. 자연스럽게 발 기술도 향상되는 것 같다. 나이가 있는데도 나아지는 부분이 있다. 전혀 다른 축구를 배우고 있다. 축구를 20년 넘게 했는데도 이런 건 처음이다. (442: 구체적 사례를 들어달라.) 말로 할 수가 없다. 많이 다른데 표현하기가 애매하다. 감독님 제자들 보면 다들 그렇게 말하지 않나? 뭐라고 설명하기가 힘들다.”

442: 김병수 감독이 부임할 때 주목을 받았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뭔가?
“감독님도 아마 많이 답답하셨을 거다. 애초에 본인이 원하는 선수들과 함께한 게 아니었다. 선수들이 정해져 있었다. 처음에는 선수들도 따라가는 걸 힘들어했다. 감독님만의 뚜렷한 색깔이 있으니까. 지금은 어느 정도 많이 올라왔다. 시간이 많이 걸리기는 했다. 플레이는 그래도 다른 팀들과 비교하면 크게 밀리지 않는다. 한 번에 무너지는 경우가 있어서 문제지만 좋아지고 있다. 희망이 있다고 본다. 시즌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442: 서울이랜드도 3년차다. 갈수록 힘이 빠지는 느낌이라 아쉽다.
“프리미어리그를 보면 하부리그에 있던 팀이 승격하는 모습을 본다. 우리는 아직 3년밖에 안 됐다. 만약 1년 만에 올라갔다면 금방 떨어지지 않았을까? 올해 못 간다 해도 내년에는 무조건 갈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준비하려고 한다.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다. 승격을 위해 왔다. 다들 승격을 염원하고 있다. 모든 선수들이 함께 염원했으면 좋겠다. 그냥 경기에 뛰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선수들이 보인다. 정말 속상하다. 아직 어린데, 더 높은 곳에서 해야 하는데 만족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런 마인드라면 절대 못 올라간다. 선수, 코칭스태프, 사무국 직원들 모두가 그래야 한다. 승격 못하는 이유가 있을 거다. 축구 외적으로도 달라져야 한다.”

442: 내년에는 달라질 수 있을까?
“지난 3년 동안 많은 걸 겪었다. 플레이오프에 갔고, 아쉽게 못 가기도 했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꾸준하게 한 시즌을 끌고갈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다.”

442: 서울이랜드는 팬 중심 문화를 외쳤다. 요새는 그런 게 잘 안 보인다. 관중도 많이 줄었고. 선수 입장에서도 아쉽지 않나?
“팬들도 분명 실망을 한 부분이 있을 거다. 그래도 계속 와주시는 분들도 있다. 경기력이 좋아지는 부분을 보며 응원해주신다. 팬이 줄었다고 소홀하면 안 된다. 지금 더 소통하고 더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경기장에 오게 해야 한다. 좋은 경기를 해야 하고 성적도 내야 한다. 그래도 일단 많이 와주시면 힘을 낼 수 있다. 계속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442: 작년 수원 더비는 리그 흥행의 기폭제였다. 서울 더비는 더 큰 파급력을 가져올 텐데 성사되지 못해 아쉽다.
“그런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듣는다. 나도 서울 더비 하고 싶다. 우리가 못 올라가는 게 문제다. 그게 되면 팬도 많이 늘어날 것이다. 축구 인기도 올라갈 수 있다. 분명 파급력 있는 더비일 거다.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

442: 스포트라이트에서 멀어지는 게 아쉽지는 않나?
“그건 개인적인 욕심이다. 이 팀에 온 건 팀 목표 때문이다. 그런 걸 생각했다면 당장 지난 겨울에 팀을 떠났을 거다. 클래식에서도 제안이 있었고 일본에서도 원하는 팀이 있었다. 여기서 은퇴하려는 마음으로 왔다. 구단에서도 나를 가족처럼 생각한다. 1년 하고 포기하고 가버리는 건 도리가 아니다. 지금 나는 이 팀의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 여기서 올라가면 더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다. 정말 뿌듯할 것 같다. 나 개인이 아니라 팀 전체가 그렇게 되길 바란다. 얼마 전 오백이가 관심 받는데 정말 좋았다. 그런 선수들이 더 많아지길 빈다.”

442: 그래도 가족들, 특히 딸들에게 아빠 잘 나가는 모습 보여주고 싶기는 할 텐데?
“우리 첫째가 지금 일곱 살이다. 지금 국가대표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 적은 있다. 하지만 내 위치가 중요한 게 아니라 딸이 응원해주는 것 자체를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딸이 더 커서 우리가 클래식에 올라가면 더 좋을 것 같다. K리그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될 테니까 더 감동받지 않을까? 지금은 잘 모르니까 더 잘 알 때 올라가면 두 배 좋을 것 같다. 지금도 늘 응원하러 온다. 다치지 말라고 격려해주는데 기특하다.”

442: 신체 능력이 떨어지지는 않나?
“떨어질 때가 된 것 같은데 느껴지지는 않는다. 열심히 관리를 하고 있다. 어린 선수들과 운동했을 때 느려지거나 점프력이 떨어지면 확 느껴질 텐데 그런 건 없다. 아직은 관리는 잘 되고 있다. 지금부터는 관리가 중요하다. 안 하면 빨리 떨어진다. (김)병지 형 인터뷰를 많이 봤다. 그래서 몸무게에 신경쓰는 편이다. 85, 86kg 정도를 예민하게 유지한다. 1kg만 늘어나도 바로 관리한다.”

442: 개인 기록에 대한 욕심은 없나? 420경기에 출전해 465실점을 기록 중이다.
“얼마 전에 400경기 행사를 해서 대충은 짐작한다. 실점은 줄여야 한다. 은퇴하기 전까지는 0점대로 가고 싶다. 구체적인 목표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몸이 안 되는데 추하게 자리를 지키고 싶지는 않다. 잘할 수 있을 때까지만 하고 싶다. 기량이 유지되는 한에서만 하고 싶다.”

442: 요새 주목하는 골키퍼 후배가 있다면?
“성남의 (김)동준이가 초등학교 후배다. 먼저 연락이 왔다. 초등학교 축구 후배가 별로 없는데 반가웠어. 기본기가 좋다. 발도 좋다. 신체조건도 훌륭하다. 광주의 (윤)보상이는 내 훈련 영상을 보고 운동했다고 들었다. 인연이 없는데 먼저 연락하고 밥 사달라 하는 친구다. 얼마 전 생일이라 내가 케이크를 보내줬다. 경남의 (이)범수도 요새 잘한다. 걔는 자기 형(강원 이범영)을 두고 꼭 나한테 잘 배웠다고 말한다. 빈 말이어도 고맙다. 이준희도 얼마 전에 연락이 왔다.”

442: 후배들을 확실히 잘 챙기는 것 같다. 여기 저기 기부도 많이 하는 편이고.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려고 노력한다. 내가 혼자 잘나서 여기까지 온 게 아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베풀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래도 나도 베푸는 미덕을 갖고 싶다. 아무래도 골키퍼 후배들을 잘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는 한다.”

442: 2022년까지 계약되어 있다. 그 안에 이루고 싶은 세 가지 소원은?
“첫 번째는 승격이다. 무조건 올라가야 한다. 두 번째는 만원 관중이다. 경기장이 가득 찬 모습을 보고 싶다. 승격해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서울이랜드에서 국가대표 선수가 나왔으면 좋겠다. 나는 할 만큼 했다. 후배들이 나라의 인정을 받았으면 좋겠다.”

사진=정재훈, 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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