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인터뷰] '이른 시즌 아웃' kt 홍현빈, 그럼에도 그가 웃는 이유

2017. 9. 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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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익산, 최익래 기자] 남들보다 많은 기대를 받고 시작한 시즌. 부상은 예기치 못하게 찾아왔다. 하지만 홍현빈(19·kt)은 그래도 웃었다.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많다는 생각 덕분이었다.

7월말, 모 구단 베테랑 외야수 한 명이 웨이버 공시됐다. 많은 이들이 그의 행선지로 kt를 점쳤다. 당시만 해도 멜 로하스가 자리를 못 잡았던 데다 '장외 타격왕' 오정복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이었다. 거기에 이진영, 이대형 등 경험많은 선수들의 활약이 크지 않던 시점이라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다. 김진욱 kt 감독 역시 "외야수들 컨디션이 전체적으로 올라오지 않는다"라며 이 부분에 동의했다. 이어 김 감독은 올해 입단한 고졸 신인의 이름을 꺼냈다. "이럴 때 (홍)현빈이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 '정후아빠'도 칭찬한 타격 재능

홍현빈은 올 시즌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로 kt 유니폼을 입었다. 174cm에 70kg. 전형적인 '쌕쌕이' 타입의 외야수. 입단 당시부터 주목을 받았다. kt는 올 시즌을 앞두고 미국 스프링캠프에 신인 두 명을 포함했다. 투수 이종혁과 외야수 홍현빈이 그 주인공. 그러나 이종혁은 가래톳 부상으로 시작 일주일 만에 낙마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홍현빈은 단내나는 훈련을 완주하며 눈도장을 받았고, 이는 개막 엔트리 합류로 이어졌다. kt에서는 유일했으며 리그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이정후(넥센), 김명신(두산), 장지훈(삼성), 김성민(SK) 등 5명이 전부였다. 고졸 신인은 홍현빈, 이정후, 장지훈 세 명뿐.

이정후와 함께 고교 야구를 주름잡았던 홍현빈이다. 김진욱 감독은 수원 유신고 출신의 그를 두고 "장차 프랜차이즈 스타, 수원의 기둥이 될 선수"라고 평했다. 이정후의 아버지 이종범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 "정후 친구 중에 다른 애들은 몰라도 현빈이 이름은 들어봤다. 워낙 잘 친다고 정후의 칭찬이 자자했다"라고 밝혔을 정도였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이정후가 141경기서 타율 3할2푼8리를 치며 신인 최다 안타 기록을 경신하는 등 주목받는 반면, 홍현빈은 1군 8경기 출장에 그치며 안타 없이 도루 1개만을 성공시켰다.

발목 부상 때문이었다. 짧은 1군 나들이를 마친 홍현빈은 6월 11일 두산과 퓨처스리그 경기에 나섰다. 1루수 방면 땅볼을 때린 그는 전력으로 1루에 향했다. 1루수의 태그를 피하던 그는 베이스를 잘못 디뎌 발목이 꺾였다. 발목 뼈가 드러날 만큼의 큰 부상. 그러나 그는 어떻게든 베이스를 찾았다. 이 장면을 지켜본 이상훈 kt 퓨처스팀 감독이 '큰 부상 같은데 저렇게 베이스를 찾는 거 보면 타박상 정도인가?'라고 헷갈렸을 만큼.

결과는 이 감독의 예상과 달랐다. 홍현빈은 발목 수술을 받고 재활 및 회복까지 6개월 진단을 받았다. kt 퓨처스팀이 있는 익산에서 만난 홍현빈은 여전히 밝았다. 올해를 바꾼 부상 이야기를 꺼낼 때도 의연한 모습이었다. 그는 "기억이 생생하다. 부상 순간 '망했다'싶었다. 피도 엄청 났다. 솔직히 충격이었다. 부상 첫 날에는 아파서 잠도 못 이룰 정도였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부상으로 일찌감치 시즌을 마친 홍현빈. 그에게 올해는 아쉬움 많은 일년으로 기억될 것이다. 홍현빈은 "초반에 너무 힘을 쏟아부었다. 나중에 체력이 떨어졌고 감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 감을 찾으려는 시기에 다쳤다. 그래도 희망적인 건, '프로에서 잘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며 부딪혔는데 자신감을 찾았다는 점이다"라고 미소지었다.

▲ '선 체력 후 기술'을 뼈저리 느낀 시즌

홍현빈은 재활을 마친 뒤 오후 6시30분이 되면 TV 앞으로 향했다. 채널은 kt 1군 경기에 고정이었다. 홍현빈은 "선수로 뛸 때와 다쳐서 보는 건 느낌이 달랐다. 다치기 전 퓨처스 팀에 있을 때는 무작정 '빨리 올라가야지'라는 생각이었다. 수술 직후에는 '다시 올라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발목 부상 탓에 달리는 운동을 할 수 없는 상황. 그는 그래서 더욱 웨이트 트레이닝에 매진 중이다. 홍현빈이 느낀 프로와 아마추어의 가장 큰 차이가 바로 체력이었다. 기술이 제아무리 좋아도 시즌을 버텨낼 체력이 없다면 그걸 활용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kt 위즈파크 1군 웨이트장에는 '선 체력 후 기술'이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홍현빈도 "상하체에 근육만 5kg를 찌웠다. 내년 시즌에는 퍼지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든 체력을 더 키우겠다"라고 다짐했다.

간절한 1군 복귀. 하지만 조바심은 없다. 홍현빈은 "사실 올 시즌 개막을 1군에서 하다보니 뭣도 몰랐던 것 같다. 물론 감독님께서 결정하실 문제지만, 내년에 퓨처스리그에서 시즌을 맞아도 상처받지 않을 것 같다. 차근차근 하나하나 만들어가고 싶다"라고 다짐했다.

"사실 신인으로서 경험할 일들은 대부분 해본 것 같다. 스프링캠프 완주에 개막 엔트리 포함. 거기에 시즌 아웃급 큰 부상까지. 부상은 앞으로도 다시는 있어선 안 된다. 하지만 앞서 말한 두 개는 다시 있을 수 없는 일 아닌다. 그게 얼마나 대단한지 몰랐는데 지나고보니 나름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보여준 게 없는데도 기대를 받았다. 내년은 보여줄 차례다". 홍현빈의 이야기다. '도루가치 감소'의 시대에도 김진욱 감독은 주저없이 달리기를 주문한다. 전형적인 '쌕쌕이 타입' 외야수가 많지 않은 kt 사정만 살펴도 홍현빈은 쓰임새가 많다.

인터뷰 말미, 홍현빈은 삼성의 이승엽, LG의 박용택, 롯데의 이대호처럼 팀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수원부심'으로 똘똘 뭉친 그에게 kt 지명은 행운이라고. 2018시즌 비로소 시작될 홍현빈의 야구를 주목해보자. /ing@osen.co.kr

[사진 위, 중간] kt 제공. [사진 아래] 홍현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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