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P 팩트체커] 강서 특수학교 갈등의 진실③ 땅값이 떨어진다고?

김정범, 조선희 2017. 9. 26.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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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없는 막연한 거부감.."통합교육이 근본적 해법"

장애학생의 가족들이 무릎을 꿇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15년 11월 동대문구에서 발달장애학생을 위한 직업능력개발센터 설립을 둘러싸고 갈등이 커졌습니다. 당시 서울시 동대문구 제기동 성일중학교 내 '발달장애인 직업능력개발훈련센터' 설립을 두고 일반학생 학부모들은 "절대 안된다"며 결사반대에 나선 것입니다. 이들은 교내 장애인들이 드나들 경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반대했고 발달장애 학부모들은 자식들의 미래를 위해 직업센터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급기야 주민설명회가 열렸을 때 장애학생 부모들이 지역 주민들에게 도와달라며 무릎을 꿇고 울며 호소했습니다. 단순 작업이라도 배울 수 있도록 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레이더P는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 사태의 출발과 전개, 향후 전망까지 3부로 나눠서 다각도로 팩트를 체크합니다.

Q: 최근 레이더P 취재진이 만난 강서장애인부모회 소속 학부모들은 "특수학교에 보내기 위해서 서로 치열하게 경쟁해서 붙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아이들이 붙으면 마치 서울대 붙은 분위기"라며 "나머지 엄마들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보내는 내내 이렇게 마음을 졸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들의 말처럼 자녀들 특수학교 보내기가 명문대에 보내는 것에 비교될 정도로 학교 시설이 부족한 상황인가요? 또 일부 주민들의 우려처럼 특수학교 설립 이후 주변 실제 집값이 하락했나요?

A: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인근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반발을 하기도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교육부는 지난 4월 '특수학교 설립의 발전적인 방향 모색을 위한 정책연구'라는 자료를 발표했습니다. 조사는 부산대 교육발전연구소가 교육부 의뢰를 지난 2016년 4월~올해 3월까지 1996년 이후 전국에 설립된 167개 특수학교 전체를 대상으로 진행했습니다. 1㎞ 이내 인접 지역과 2㎞ 이내 비인접 지역의 표준지가·단독주택가격·공동주택가격 등 10개 항목에 대한 부동산 공시가격 변화율을 산정해 따져본 것입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특수교육 대상자를 위한 교육시설이 집값 등 지역부동산 가격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주민들의 관심이 높은 공동주택(아파트)의 경우 12개 지역 가운데 11개 지역은 인접지역(1㎞ 이내)과 비인접지역(1~2㎞) 의 공동주택공시가격 변화율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으며 오히려 1개 지역(대구)에서는 특수학교 인접지역의 가격 상승률이 비인접지역에 비해 높게 나타난 것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턱없이 부족…서울대 합격에 비유되는 특수학교 입학

교육부가 발간한 '2017 특수교육통계'에 따르면 특수교육대상 학생 수는 8만9353명으로 3년 전인 2014년(8만7278명)과 비교해 약 2000여명이 증가했습니다. 일반 학생 수가 감소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장애 학생들은 그 수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장애인 특수교육을 전담하는 특수학교는 국·공립, 사립을 합쳐 전국에 173개교가 전부입니다.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들 중 2만5798명(29%)만이 특수학교에 다닐 수 있습니다. 최근 문제가 불거진 서울 강서구의 경우 645명의 특수교육대상자(2017년 9월 기준)가 거주하고 있고 204명만이 특수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전국 특수학교 4600여학급 가운데 5학급 중 1학급은 학생 수가 법정정원을 초과하는 '과밀학급'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장애 학생들의 특수성을 고려한 정원은 통상 유치원 4명, 초·중등생 6명, 고등학생 7명 수준입니다.

뿐만 아니라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8개 자치구(동대문·중랑·성동·중·용산·양천·영등포·금천)에는 특수학교가 한 곳도 없어 다른지역으로 몇 시간씩 걸려 통학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장애 학생이 2300여명은 집 근처 가까운 특수학교가 없어 편도로만 1시간 이상 걸리는 '원정 통학'을 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하지만 서울시의 경우 지난 2002년 종로구에 개교한 경운학교 이후 15년 간 신설된 특수학교는 올해 초 개교한 강북구 미아동의 효정학교 단 1곳뿐입니다. 최근 3년간 전국의 특수학교는 7개 늘어나는데 그쳤습니다.

◆부지 확보도 동의 얻기도 첩첩산중

"양천구에 안되는 지적 장애학교 강서구 유치 웬말인가?"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만든 플래카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그들은 "특수학교가 한 곳도 없는 지역부터 설립을 검토하는 게 맞다"고 주장합니다. 강서구의 경우 교남학교라는 사립 특수학교 한 곳을 이미 운영하고 있는 만큼 특수학교가 한 곳도 없는 양천구 등 인근지역에 먼저 지으라는 것입니다. 한방병원 같은 시설이 우리 동네에 들어왔으면 하는 주민들의 바람도 이해는 갑니다.

하지만 강서구 주민들이 언급한 양천구의 경우 서울시교육청이 지을 수 있는 학교부지 자체가 전혀 없습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통상 택지 개발을 하거나 재건축·재개발을 할 때 학교용지를 확보해야 하는데 주민들의 반대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며 "그러다 보니 결국 기존 학교가 폐교하거나 다른 곳으로 이전했을 때 교육청 소유의 남는 땅을 이용해 특수학교를 지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토로했습니다.

이번 강서구 특수학교 역시 기존 학교가 마곡으로 옮겨가면서 비로소 특수학교를 지을 수 있는 부지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해당 관계자는 "현재도 서울시교육청이 확보한 자체 학교용지는 나래학교가 들어설 서초구 염곡동 옛 언남초등학교 자리와 강서구 공진초등학교 자리 2곳이 전부"라고 토로했습니다.

어렵게 부지를 확보한다 하더라고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특수학교 설립까지 몇년씩 지연되기 일쑤입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강서구 특수학교 외에도 교육청이 현재 설립을 추진 중인 다른 특수학교 2곳 역시 주민들이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서울시교육청은 2019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서초구 염곡동 옛 언남초등학교 자리(나래학교)와 중랑구(동진학교)에 지체장애인 특수학교를 짓기로 했습니다. 나래학교는 설계업체 선정을 마치고 설계 작업에 착수하려고 했지만 지난 6월 열린 주민토론회에서 일부 주민들이 크게 반대하며 파행됐습니다. 이유는 우선 인근 내곡동에 다니엘학교라는 특수학교가 있으므로 지역균형 설립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11월 행정예고 때에도 주민들의 반대 의견이 우세했습니다.

동진학교 추진상황도 좋지 않습니다. 5년째 학교를 지을 땅조차 정하지 못하면서 개교일도 2020년 3월로 1년 늦춰졌습니다. 애초 동진학교는 한 중학교 땅 일부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추진됐으나 이 또한 주민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현재 서울시교육청은 중랑구 내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소유 땅과 사유지 등 2곳을 동진학교 후보지로 놓고 확보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주민들이 '의료안심주택'이라는 노인복지시설이 들어서 있다는 점을 내세워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하고 있어 부지를 확보한다 하더라도 학교 설립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주민도 혜택…더불어 사는 곳도 있다

인천의 경우 앞선 사례와 대조적으로 특수학교가 속속 문을 열고 있습니다. 지난 3월 남동구 청선학교가 개교했고 내년 3월에는 남구 도화지구에 청인학교가 추가로 개교할 예정입니다. 인천지역 역시 사업 초기 주민들의 반대가 있었습니다. 일부 주민들은 "집값이 하락하고 지역 이미지에 도움이 안된다"며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주민들이 "함께 살자"며 이들을 설득했습니다. 청선학교 주변 아파트 주민들은 반대 주민을 설득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안건 상정을 직접 막기도 했습니다.

충남 천안시 병천면 '꿈이룸학교'도 지역주민들을 잘 설득해 2019년 개교를 목표로 순항 중입니다. 지역사회와 상생에 성공한 특수학교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위치한 '밀알학교'가 대표적입니다. 이 학교 역시 1997년 설립 당시에만 해도 주민들 사이에 진통이 심했습니다. 하지만 개교 이후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장애학생과 비장애인학생이 함께 예배를 드리기도 하며 같은 공간에서 스스럼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서울시 강남구 일원동에 위치한 밀알학교 정문. [사진=조선희 인턴기자]
밀알학교 내엔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문화센터가 있다. 문화센터 내에 있는 베이커리에선 밀알학교학생들의 직업훈련도 같이 진행된다. 문화센터 내 카페를 찾은 주민들로 로비가 북적이는 모습.(아래) [사진=조선희 인턴기자]
밀알학교에서도 주민들을 위해 함께 노력했습니다. 재단은 별도의 편의공간을 갖춘 건물을 짓고 주민들이 이곳의 카페, 미술관, 음악당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특수학교 학생들은 이곳에서 커피를 내려 판매하는 등 직업훈련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우진학교는 학내 수영장을 지역주민에게 상시개방하고 있으며, 부산의 한솔학교와 해마루학교는 학교 도서관을 개방하고 주민 대상 평생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해 인근 주민과 '심리적 거리'를 좁혔습니다.

◆"장애·비장애 한공간, 통합교육 필요"

전문가들은 특수교육의 궁극적인 방향은 일반학생과 특수학교 학생이 어우러지는 교육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장애학생만 따로 분리시켜 공부하도록 하는 것을 넘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같은 공간에서 함께 수업을 받는 진정한 통합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장애 학생은 일반학생과 어울리며 사회성을 기를 수 있고 일반학생은 장애 학생에 대한 편견을 버리도록 하기 위한 취지입니다.

국제기구(UN) 역시 장애 학생에게 특수학교보다 일반학교에서의 통합교육을 권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지난 2007년 특수교육법이 제정됨에 따라 장애 학생 장애의 정도와 유형에 관계없이 비장애 학생과 동등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습니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1조는 '통합된 교육환경을 제공'하는 것을 최우선 목적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통합교육은 단순히 장애학생을 일반학교에 배치하는 물리적 수준의 통합에 그쳐 있습니다. 학생들 간 상호작용하며 교육을 받을 수 있을지 따지고 투자하기 보다는 인위적인 형태만을 갖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수학교에는 장애 학생 관련 전문교육을 받은 교사가 많지만 일반학교에는 기간제 특수교사 몇명에 불과합니다. 통합학급에 특수교사가 배치돼 있지 않은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상황이 열악하다 보니 장애학생을 둔 학부모들은 일반학교 대신 특수학교를 선택하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학교를 모든 학생이 구분 없이 함께 교육 받고 생활할 수 있는 진정한 통합교육을 이루기 위해 충분한 예산과 인력 지원 규모를 늘려나가야 할 것입니다.

정형석 밀알복지재단 상임대표는 "장애인 복지나 특수 교육의 최종 목적은 사회 통합이자 같이 사는 것"이라며 "통합교육이 활성화 되면 특수학교는 많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김정범 기자 / 조선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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