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

2017. 9. 26.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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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상정'(人之常情)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감정'이란 뜻의 이 말은 인간에게는 보편적인 감정이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저자인 리사 펠드먼 배럿 미국 노스이스턴대 심리학 석좌교수는 감정은 보편적인 것이 아니며 우리가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감정이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 맥락 속에서 학습되고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은 우리가 감정에 지배되지 않고 감정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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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인지상정'(人之常情)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감정'이란 뜻의 이 말은 인간에게는 보편적인 감정이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감정에 대한 고전적인 견해도 이와 비슷하다. 이 견해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내재한, 보편적인 감정이 있고 이는 어떤 계기를 통해 외부 반응으로 나타난다. 끔찍한 일을 보면 비명을 지르고, 슬픈 일을 겪으면 눈물이 나오는 식이다.

또 우리 뇌에는 감정을 담당하는 회로가 있고 이 회로를 자극하는 사태가 발생하면 일련의 신체적 변화로 이어진다는 게 감정에 대한 고전적인 시각이다. 보편적인 것인 만큼 반대로 신체 반응을 보고 어떤 감정인지 알아차리는 것도 가능하다.

신간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생각연구소 펴냄)는 이같은 고전적인 견해를 반박하며 책 제목 그대로 감정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자인 리사 펠드먼 배럿 미국 노스이스턴대 심리학 석좌교수는 감정은 보편적인 것이 아니며 우리가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감정에 대한 고전적 견해에 맞서 '구성된 감정이론'(theory of constructed emotion)에 따라 감정을 설명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우리가 경험하고 지각하는 감정은 필연적인 것이 아니라 이런 감정 개념이 의미 있고 쓸모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특정 사회적 맥락에서 자랐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감정은 사람들 사이에 합의된 산물이라는 것.

만약 다른 문화권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똑같은 사건이나 현상을 보고도 다른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그 근거로 나미비아의 힘바족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를 제시한다. 연구진은 인간의 기본 감정이라고 분류되는 분노와 공포, 혐오, 놀라움, 슬픔, 행복을 표현한 얼굴 사진 36장을 제시하고 같은 감정별로 분류하라는 요청을 했다.

그 결과 힘바족들은 미소 짓는 모든 얼굴을 한 무더기로, 눈을 크게 뜬 얼굴을 또 다른 더미로 분류했다. 미소 짓는 얼굴은 '행복한'이 아니라 '웃는'으로, 눈을 크게 뜬 얼굴은 '두려운'이 아니라 '바라보는'으로 구분했다. 표정으로 감정을 읽어내는 대신 행동으로 범주화한 것이다. 저자는 이 실험이 보편적인 감정이란 존재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또 감정을 느끼는 것은 감정에 대한 개념을 우리가 학습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과거의 경험이 없는 갓난아기는 불쾌한 느낌을 받아 울음을 터뜨릴 때 부모가 '화났니'라고 반응하는 것에서 자신의 행동과 부모의 말을 결부시키며 '분노'라는 감정을 학습한다는 것이다.

감정이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 맥락 속에서 학습되고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은 우리가 감정에 지배되지 않고 감정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책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새로운 감정의 개념을 배우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기분이 아주 좋다'와 '기분이 더럽다'는 두 개의 개념만 가진 사람과 기분이 아주 좋다는 의미를 '만족스러운','행복한', '설레는', '기쁜', '희망찬', '감동적인' 등으로 세분화할 수 있는 사람은 감정을 쉽게 구분해 조절할 수 있다는 논리다.

자녀에게 감정 개념을 가르칠 때도 되도록 다양한 감정단어를 써서 상세히 설명하면 감정에 대한 개념체계가 훌륭하게 발달해 감정지능을 키울 수 있다는 조언도 있다.

책을 번역한 심리학자인 최호영 중앙대 중앙철학연구소 전임연구원은 "전체적으로 이 책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우리가 우리 자신의 설계자라는 것"이라면서 "우리가 우리 자신의 설계자인 이유를 신경과학의 언어와 증거를 통해 제시하면서 이런 구성적 견해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탐구한 흥미진진한 책"이라고 설명했다. 704쪽. 2만2천원.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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