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휴 읽을만한 책>편하게 재미있게.. 소설 한편 읽다보면 스트레스 '훌훌'

최현미 기자 2017. 9. 2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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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서점가 휩쓸고 있는

‘살인자의 기억법’ 우선 추천

장르적 장치 잘쓰기로 유명한

정유정·김언수·장강명 작품도

국내 추리·스릴러물 대표선수

‘궁극의 아이’‘아이의 뼈’ 꼽혀

중견 편혜영·김중혁作도 추천

요즈음 전 세계 서사 시장을 거머쥐고 있는 최강자라면 추리·스릴러·미스터리다. 장르의 목적과 문법이 제각각 다르지만 이 세 요소는 흔히 함께 뒤섞여 등장하고 여기에 때론 호러가 가미돼 누아르적 분위기가 진하게 배며, 코미디나 로맨스 요소가 뒤섞이며 광범위한 추리·스릴러·미스터리 지형을 만들고 있다. 범인, 형사, 탐정, 때론 아무것도 모른 채 사건에 휘말린 피해자가 쫓고 쫓기고, 연약하기 짝이 없는 개인이 거대 조직에 맞서 엄청난 비밀과 진실을 밝혀내는 숨 막히는 이야기가 전 세계 서사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한국 시장도, 한국 독자도 예외일 수 없다. 요즘 각 서점 소설 베스트셀러 부문 1위는 소설가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문학동네)이다. 설경구 주연의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의 원작이라는 프리미엄이 작용했고, TV 출연으로 대중적 접점을 넓히고 있는 김영하의 힘도 있겠지만 전반적인 추리·스릴러물에 대한 대중적 욕구도 반영됐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소설가 정유정의 심리 스릴러 ‘종의 기원’(은행나무)이 소설 시장을 휩쓸었다. 이에 이번 추석 긴 연휴를 위해 한국형 추리·스릴러 소설 10권 추천 리스트를 전한다. 출판사의 한국 문학 편집자와 장르문학 전문 편집자의 추천을 종합해 한국 추리·스릴러의 페이지 터너들을 모았다.

아직 ‘한국형 추리·스릴러’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 말이다. 본격적인 추리·스릴러의 작품 수가 그리 많지 않은 데다 작품마다 개성이 달라 하나의 특성으로 묶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순수 문학 작가들은 추리·스릴러 장치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고, 한때 사멸 위기까지 갔던 추리·스릴러 장르에서는 새로운 작가들이 나와 완성도 높은 추리·스릴러 작품을 내놓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변화이다. 출판평론가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추리기법을 쓰지만 ‘살인자의 기억법’은 기억의 문제를 보여주고, 장강명의 ‘댓글부대’는 의식적으로 사회 문제에 접근하는 것처럼 작품의 목적도 다르고 주제도 다양하다”며 “지금은 한국 장르 문학을 만들어가는 모색 단계”라고 말했다. 다만 “독자들이 스토리는 빠르게 읽히지만 문제의식과 다루는 주제는 깊은 것을 원한다는 점에서 순수문학, 중간문학, 장르문학 등 전 영역에서 이런 작품들이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추천작은 순수문학에서 추리·스릴러 장치를 가져온 작품부터 중간문학, 본격 추리·스릴러 장르물까지 아울렀다. 현재 베스트셀러 1위인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에서 시작해 정유정, 장강명, 김언수 등 한국 문학에서 장르적 장치를 가장 뛰어나게 쓰는 작가의 작품, 추리·스릴러물로 보기 어렵지만 장르적 장치를 가져온 작품, 그리고 본격 추리·스릴러 소설계에서 대표 주자로 꼽히는 작가의 작품들을 골랐다. 담당 편집자가 작품의 매력 포인트도 함께 전한다.

★살인자의 기억법(문학동네)= 2013년 출간돼 지금까지 27만 부가 팔린 작품. 현재 소설 베스트셀러 1위를 지키고 있다. 30년 동안 꾸준히 살인을 해오다 25년 전에 은퇴한 70대 연쇄 살인범 김병수.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그는 죽음도 두렵지 않고 망각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딸 은희가 살해되는 것만은 막으려 한다. “김영하스러운 장점이 가득 드러난 작품이다. 장르적 관습을 전면적으로 가져오면서도 김영하식 비틀기가 있고 속도감 있게 진행되면서 재미를 주는 것이 장점이다.”(이상술 문학동네 부장)

★종의 기원(은행나무)= 강렬한 이야기와 소설을 읽으면 장면 장면이 곧바로 떠오르는 영상적 서사가 탁월한 정유정 작가의 작품으로 2016년에 출간돼 23만 부가 나갔다. 전날의 기억이 전혀 없는 주인공 유진이 끔찍하게 살해된 어머니의 시신을 발견하는 것에서 시작해 사이코패스의 탄생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내년 미국과 영국에서 출간될 예정으로, 영미권에서는 이미 내년에 나올 심리 스릴러 중 최대 기대작으로 꼽고 있다. “사이코패스를 1인칭으로 서술했다는 점이 놀랍다. 그 내면까지 들어가 독자들에게 충격을 안긴다.”(이진희 은행나무 주간)

★뜨거운 피(문학동네)= 지난해 프랑스 추리 문학대상 후보에 오른 ‘설계자’의 작가 김언수가 풀어낸 부산 건달 이야기. 전과 4범, 부산 변두리 구암 깡패의 중간 간부이자 만리장 호텔 지배인인 마흔 살의 희수. 그가 20년 모신 보스를 떠나 새 사업을 시작하려 한다. 하지만 폭력 조직이 그리 호락호락할 리 없다. “비정하고 무정한 싸움 속에서 어떻게든 자기 삶을 꾸려가려고 발버둥 치는 인물에서 느껴지는 페이소스가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다. 최근 나온 한국형 누아르 스릴러 소설 중 가장 뜨겁고 감정적이고 흡인력이 있는 작품이다.”(강윤정 문학동네 과장)

★댓글부대(은행나무)= 소설가 장강명이 자신의 작품 중 가장 빠르고 독하다고 자평한 지난해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일베 죽돌이인 일그러진 세 청춘이 멤버로 있는 인터넷 여론조작업체 팀-알렙. 여론조작으로 번 돈을 안마방이나 유흥업소에서 여자를 만나는 데 쓰는 별 볼일 없는 이들이 수수께끼 조직 합포회에 고용된다. “현실의 일들을 취재하고, 인터뷰해서 풀어낸 최고의 리얼리티. 엄청나게 잘 읽힌다. 소설이 현실보다 더 현실 같고 현실이 더 소설 같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이 조작된 것인지 모른다는 느낌을 주며 공감하게 한다.”(이진희 은행나무 주간)

★홀(문학과지성)=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으로 현실의 이면을 그려내는 소설가 편혜영의 장편. 교통사고로 아내는 죽고 자신은 눈을 깜빡이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 40대 대학교수 오기. 그런 오기의 간병을 자청한 장모. 하지만 딸 부부의 여행이 마지막 이별 여행이었고, 사위가 불륜을 저질렀다는 딸의 기록을 본 뒤 사위를 폭력적으로 괴롭히기 시작한다. 그리고 연못을 만든다며 마당에 커다란 구덩이를 파기 시작한다. “작가가 단편으로 쓴 작품을 아쉬워 장편으로 다시 만든 것으로 불안과 의심으로 가득한 세계를 파고든다.”(이근혜 문학과지성 편집장)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문학과지성)= 소설가 김중혁의 장편. 지워주는 사람이라는 뜻의 ‘딜리터(deleter)’에 대한 이야기로 자신의 비밀을 탐정에게 의뢰해 세상에서 지워지게 한다는 독특한 소재를 다룬 작품. 누군가의 과거가 담긴 하드디스크며 일기장, 부치지 못한 편지 같은 것을 딜리팅해 주는 게 업무인 탐정 구동치. 이 사무실에 고객이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인간의 이기적 욕망에 대한 예리한 통찰과 재미가 새로운 독서 경험을 전한다.”(이근혜 문학과지성 편집장)

★고진 시리즈(황금가지)= 판사 출신 도진기 작가의 변호사 고진 시리즈. 2010년 본격 미스터리를 표방한 ‘붉은 집 살인 사건’을 시작으로 ‘트라비아타의 초상’ ‘정신자살’ ‘유다의 별’ ‘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로 계속되고 있다. 고진은 5년간 판사로 일하다 변호사가 된 뒤 법정에 나가지 않고, 오로지 사건을 뒤에서 의뢰받고, 법정 밖에서 해결하는 어둠의 변호사다. “판사 출신이기에 사건 정황이 디테일하고 사건이나 법리적 해석이 명확하다. 이 시리즈 중에서도 고진이 한 여성의 무죄 변호를 위해 처음으로 법정에 등장한 ‘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를 추천했다.”(김준혁 황금가지 주간)

★궁극의 아이(엘릭시르)= 영화로 제작된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을 쓴 장용민 작가의 2013년 작품으로 한국 미스터리 스릴러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과잉 기억 증후군을 앓고 있는 앨리스 앞에 10년 전 자살한 한국인이 죽기 전에 보낸 편지를 든 수사관 사이먼이 찾아온다. 편지는 앞으로 5일 동안 벌어질 연쇄 살인사건을 예언하며 사건의 실마리는 앨리스의 기억 속에 있다고 밝힌다. “작가들에게 자극이 된 작품으로 국내 미스터리도 이만큼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 스릴러다. 책장을 넘어가는 페이지 터너로 특별히 미스터리 스릴러 독자가 아니라도 상관없이 즐겁게 읽을 수 있다.”(임지호 엘릭시르 편집장)

★경성 탐정 이상(시공사)= 한국 팩션의 성공작으로 평가받은 ‘훈민정음 암살사건’의 김재희 작가가 천재 시인 이상을 주인공으로 한 팩션 탐정 소설. ‘오감도’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이상과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을 구상 중이던 구보에게 염상섭이 뜻밖의 제안을 한다. 최근 경성을 어지럽히는 살인 사건을 해결할 단서를 찾아 달라는 제안이다. 간송 전형필, 조선 화가 최북, 나비 박사 석주명 등 실제 인물이 등장한다. 2012년 첫 권 출간 이후, 3권까지 나왔다. “한국 장르 문학을 처음 읽는 독자들에게 권한다. 실존 인물이 등장하는 팩션이어서 접근이 쉽고 호흡이 짧아 빨리 읽힌다.”(박윤희 시공사 팀장)

★아이의 뼈(한스미디어)= 추리·스릴러·미스터리 계에서 요즘 가장 주목받는 신인 송시우 작가의 단편집. 수록된 ‘좋은 친구’는 일본 추리소설 월간지 ‘미스터리 매거진’에 소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표제작 ‘아이의 뼈’는 유아 살인 사건의 피해자 어머니가 긴 세월이 지난 뒤 범인의 국선 변호사를 만나 뜻밖의 제안을 한다. 시신이 있는 곳을 알려주면 범인에게 거액의 현금을 주겠다는 것. “당대의 사회적 문제를 정면으로 주시하고 이를 다각도로 파고드는, 기대되는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의 작품이다.”(최한중 한스미디어 담당 편집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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