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NFL을 콕 짚어 비난하는 4가지 이유

이용균 기자 2017. 9. 26.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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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NFL 디트로이트 선수들이 25일 애틀랜타전에 앞서 국가연주 때 무릎을 꿇고 있다. | AP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개XX들’ 발언에 미국프로풋볼(NFL)은 미 프로스포츠 선수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NFL 25일 경기에서는 거의 대부분이 국가연주 때 저항의 뜻을 나타냈다. 일부 구단들은 아예 국가 연주 행사에 참가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앨라배마주 상원의원 지원 유세에서 “우리 구단주들이 국기에 결례를 범하는 선수에게 ‘개XX들을 당장 끌어내고 해고해’라고 말하는 걸 봤으면 좋겠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25일에는 트위터에 “국기에 대한 결례를 계속하는 선수들을 구단주들은 해고 또는 자격정지 해야 한다”고 올렸다.

이에 반발하는 NFL 선수들은 국가 연주 때 지난해 콜린 캐퍼닉이 그랬던 것처럼 무릎을 꿇거나 ‘우리는 단단하게 뭉친다’는 뜻으로 팔을 걸고 서 있었다. 국가 연주 때 서서 서로 팔을 걸고 있는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뜻을 지지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트위터에 “팔을 걸고 서 있는 것은 좋은 일, 무릎을 꿇는 일은 나쁜 일”이라고 적었지만 NFL 측은 “우리가 한 뜻으로 뭉치고 있다는 뜻이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뜻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25일 NFL 테네시-시애틀 전에 앞서 국가를 부른 ‘더 보이스’ 출신의 가수 메간 린지가 국가를 부른 뒤 무릎을 꿇는 행동에 동참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개XX들’ 파문이 계속 커지고 있는 가운데 CNN은 25일 ‘트럼프 대통령이 NFL을 공격한 4가지 이유’를 분석했다.

첫째는 NFL 선수들이 고액 연봉을 받는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통 혹은 가난한 백인들의 강력한 지지기반을 바탕으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번 NFL을 향한 ‘개XX들’ 발언 역시 가난한 백인들의 고액 연봉 선수들을 향한 시선을 교묘하게 이용했다는 평가다.

둘째는 NFL 선수들이 ‘노는 게 직업’이라는 편견을 이용했다는 점이다. 풋볼은 ‘게임’이고 ‘게임하면서 돈을 번다’는 인식을 이용했다. CNN은 “지나가는 누구에게라도 물어보면 ‘나 같으면 돈 안받고도 하겠다’라는 답을 얻기 어렵지 않다”고 전했다.

세번째는 NFL 선수들 상당수가 흑인이라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일은)인종과는 전혀 관계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캐퍼닉의 첫번째 ‘무릎꿇기’ 때 당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이를 ‘우리의 유산을 거부했다’고 평가하며 인종 문제로 몰고간 바 있다. 트럼프의 지지자들은 ‘우리의 것을 빼앗은 유색인종’이라는 프레임에 반응하고 있는 중이다.

네번째는 NFL의 국가 연주 행사를 빌미로 이를 ‘애국주의’로 몰고 가겠다는 시도라는 분석이다. 캐퍼닉의 첫 저항 시작은 애국주의와 상관없는 경찰의 흑인에 대한 과잉대응 문제였지만 이를 ‘애국주의’로 치환해버린 뒤 몰아부치고 있다는 해석이다. CNN은 “그러나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다”라면서 “대통령이 ‘애국하라’고 외친다고 해서 저절로 애국하게 되는 그런 나라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각종 불리한 이슈로 코너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최고 인기 스포츠인 NFL을 이용해 국면 전환을 꾀한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침 개막 직후, 관심이 몰려있는 상태에서 원색적인 비난과 함께 지지층을 자극했다. CNN은 “지난 주에는 FBI 국장 해고와 관련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고, 얼마 전에는 사위가 개인 이메일을 사용한 사실도 밝혀졌다”고 전했다. 위기돌파를 위해 인기 스포츠 NFL을 ‘애국주의’ 프레임에 끌고들어왔다고 풀이했다.

실제 팬들의 의견은 갈리고 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손팻말을 들고 선수들의 국가연주 행사 거부 등을 비난하고 있다. 스포츠의 가장 큰 효용과 장점이 스포츠를 통한 팬들의 ‘통합’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스포츠를 통해 ‘분열’을 조장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위기를 돌파하려 한다는 점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크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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