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의 아세안, 로힝야 사태 대응과정서 또 '삐걱'

입력 2017. 9. 2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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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둘러싸고 회원국 간에 불협화음을 냈던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이 역내 최대 안보 이슈 가운데 하나로 부상한 미얀마의 로힝야족 유혈사태를 두고 다시 내부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26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니파 아만 말레이시아 외무장관은 전날 아세안 의장국인 필리핀이 24일 유엔 총회를 계기로 발표한 로힝야족 관련 성명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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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행위' 언급 빠진 의장성명에 말레이 '현실 호도' 거부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최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둘러싸고 회원국 간에 불협화음을 냈던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이 역내 최대 안보 이슈 가운데 하나로 부상한 미얀마의 로힝야족 유혈사태를 두고 다시 내부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26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니파 아만 말레이시아 외무장관은 전날 아세안 의장국인 필리핀이 24일 유엔 총회를 계기로 발표한 로힝야족 관련 성명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니파 장관은 "의장성명이 로힝야족 사태에 관한 현실을 호도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말레이시아는 입장이 다르다는 점을 밝히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말레이시아는 그동안 아세안 회원국들에 로힝야족 사태에 관한 우려를 전달해왔으나 이런 우려가 성명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따라서 이번 성명은 회원국 합의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앞서 의장국인 필리핀은 유엔 총회를 계기로 발표한 성명에서 "아세안 외무장관들이 최근 미얀마 라카인주에서 벌어지는 사태를 우려하고 있으며, 민간인의 생명과 가옥 파괴, 엄청난 난민 발생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또 성명은 "라카인주의 상황이 다양한 공동체의 문제와 역사적인 뿌리로 얽혀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이런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할 실행 가능하고 장기적인 해법이 마련돼 관련 공동체들이 허물어진 삶을 재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말레이시아는 아세안 의장성명에 '로힝야'라는 표현 대신 '관련 공동체'라는 표현이 사용된 데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로힝야라는 표현은 미얀마 정부가 사용을 금지한 용어다.

또 미얀마 군인들이 로힝야족 민간인을 상대로 '잔혹 행위'를 저질러 수많은 민간인이 죽고 난민 대탈출 사태가 벌어졌다는 점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문제점도 지적했다.

아니파 장관은 "미얀마 당국이 폭력을 중단하고 민간인의 생명과 재산을 해치는 일을 멈추는 것은 물론, 로힝야족을 포함한 모든 난민에 대한 제한 없는 구호를 허용하고 난민 문제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이런 말레이시아의 강력한 주장에는 또다시 로힝야족 난민이 자국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가 숨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말레이시아는 이미 6만 명 가량의 로힝야족 난민을 수용하고 있으며, 그동안 로힝야족 관련 유혈사태를 두고 아세안 회원국 가운데 가장 강력한 목소리를 내왔다.

반면, 친중 성향의 필리핀이 미얀마의 실권자 아웅산 수치의 국정연설 내용과 매우 흡사한 성명을 낸 배경에 중국의 영향력이 자리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은 이번 로힝야족 유혈사태에서 미얀마 정부와 수치의 입장을 적극 지지했다.

필리핀 데 라 살레 대학교의 정치학과 교수인 리처드 헤이드리언은 "희석된 의장성명에는 미얀마 정부의 입장을 심각하게 고려한 흔적이 보인다"며 "이는 아세안이 뒷마당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얼마나 하찮게 여기는지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아세안은 중국의 막대한 영향력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회원국 간의 이견 속에 최근 몇 년간 분열 양상을 보여왔다.

작년 6월 중국-아세안 외교 장관 특별회의에서는 중국을 비판하는 성명이 발표 하루 만에 철회되는 해프닝이 빚어졌고, 지난 4월 아세안 정상회의는 폐막 후 반나절이 지난 뒤 '지각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일부 회원국의 반대로 남중국해 관련 성명에 중국을 비판하는 표현은 넣지 못하는 분쟁 당사국들은 속이 부글부글 끓지만 '만장일치' 합의제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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