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뚝이'들의 마지막 고비..KIA는 지금 1cm의 멘탈을 찾는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2017. 9. 26.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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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 제공

KIA가 0-5로 완패한 24일 한화전. 0-0이던 4회말 무사 1·2루 KIA 이범호의 대형 타구가 펜스 바로 앞에서 한화 중견수 이동훈에게 잡혔다. 1~2㎝만 더 갔어도 승부 흐름이 완전히 달라졌을 이 타구가 잡히면서 KIA는 기운을 잃어버린 채 완패했다.

KIA가 잃어버린 1㎝를 찾고 있다. 중요한 경기들은 한끗 차 집중력과 정신력에서 승부가 갈린다. 그 출발점은 스스로 내뿜는 자신감과 배짱이다. 중요한 경기일수록 그로 인해 형성되는 기운에서 결국 승부가 갈린다.

KIA가 잘 달려온 끝에 맞은 마지막 고비에서 가장 중요한 ‘멘탈’ 시험대에 올랐다. 4월12일 1위에 오른 이후 한 번도 놓치지 않았던 선두 자리를 지난 24일 두산과 나눠가져 정규시즌 종료 직전 대위기를 맞았다. 쫓는 자보다는 쫓기는 자의 심리가 더 불안하다. KIA는 마치 이미 우승을 놓치기라도 한 듯 벼랑끝에 몰린 분위기다.

돌이켜보면 올해 KIA는 숱하게 이런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한 번도 1위를 놓치지 않았다. 당시 무엇으로 다시 일어섰는지 선수들 스스로 잘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뼈아픈 ‘스윕패’가 3차례 있었다. 5월19~21일 두산에, 6월23~25일 NC에, 7월21~23일 롯데에 3연전을 모두 졌다. 스윕을 당해 2위에게 턱밑까지 추격당하며 매번 ‘위기’라는 수식어가 달렸지만 KIA는 항상 다음에 연승을 거두며 만회하고 일어섰다. 특히 6월 NC와 3연전 스윕으로 맞은 위기는 지금과 매우 비슷하다. 당시 2위였던 NC에 3경기 차로 쫓긴 채 만나 정면대결을 모두 내주면서 공동 1위를 허용했다. 전날까지 2경기에서 31득점으로 폭발하던 타선이 이틀 연속 1점으로 멈춰섰다. 그러나 이 3연전 뒤 KIA는 다시 폭발했다. 삼성을 만나 6월27일부터 8경기 연속 두자릿수 득점 기록을 세웠다. NC 3연전 스윕패 뒤 KIA는 7연승-1패-6연승을 달려 NC로부터 8경기 차까지 달아났다.

후반기에는 6연패에 빠지기도 했다. 8월17~25일 두산, SK, 롯데, 한화에 차례로 져 올시즌 최다연패를 당했다. 당시에도 문제는 타격이었고 선발 공백까지 있었다. 어느새 2위로 올라선 두산에 1.5경기 차까지 쫓긴 대위기였다. 그러나 KIA는 여기서도 다시 연승을 탔다. 8월29일부터 삼성 2연전에 이어 두산과 2연전을 모두 이기고 넥센전까지 5연승을 달려 두산으로부터 다시 5.5경기 차로 달아났다. 이 5연승 사이 KIA는 31득점을 거뒀다.

올시즌 KIA가 위기를 맞고 그 위기를 벗어나는 패턴은 항상 비슷했다. 원인은 갑작스런 타격 부진, 해법은 타격 회복이었다. 올해 KIA는 분위기를 가장 심하게 타는 팀이다. 팀 전체가 신나게 폭발하다가도 한 번 침체되면 집단 슬럼프에 빠진다. 위기와 탈출을 반복하며 극과 극의 레이스를 오간 이유다. 지금도 KIA는 타격 부진으로 이 위기를 맞았다. 4번 최형우가 긴 슬럼프에 빠지면서 점점 퍼진 부진은 항상 폭발하던 득점권에서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위기 상황을 매번 잘 넘길 수 있었던 이유는 ‘그럼에도 1위’라는 자신감과 배짱, 갈길을 멀리 보는 여유 덕분이었다. 쫓기는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면 절대 이길 수 없다. KIA는 올해 극적인 승리를 대단히 많이 거뒀다. 최원준의 끝내기 만루홈런이 나온 5월28일 롯데전이나 연장 10회에 최형우의 끝내기 홈런으로 이긴 7월12일 NC전이 대표적이다. 어처구니 없이 질 때도 있었지만, 승부가 이미 넘어간 듯 보이다가도 KIA에게 묘한 기운이 흘러 뒤집는 경기가 매우 많았다. 이 기운은 결국 끝까지 승부욕을 놓지 않고 집중하는 KIA 선수들의 자신감이 만든 결과였다.

KIA는 최형우를 영입하고 성공적인 트레이드로 올해 전력 보강을 했지만 당초 목표는 가을야구 직행이었다. 우승까지 기대하지는 않았다. 구단도,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KIA는 지켜야 할 것이 없었기에 신나게 달려 기대 이상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1위를 지켜야 한다. 방어전에는 더 강력한 ‘멘탈’이 필요하다.

이제 KIA는 한화·kt와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두산과 승률 싸움 속 전승 압박감에 하위권과 대결이라는 부담까지 더해질 수 있다. 실제로 8위와 10위인 이 두 팀은 순위싸움 중인 팀들에게 잇달아 펀치를 날려 ‘고춧가루’부대로 불렸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실질적으로는 상대가 먼저 움츠러들었다. ‘이 팀에도 지면 큰일’이라는 부담감에 먼저 위축돼 수준 이하의 경기를 한 끝에 스스로 떨어졌다.

KIA는 이미 2년 연속 가을야구를 확정짓고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이다. 4월과 같은 활기와 강력한 멘탈을 되찾아야 한다. 마지막 일주일, 1위로서 자격을 보여주면 우승이 따라온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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