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지는 장사하라고?"..유병자 실손, '좀비보험' 우려

입력 2017. 9. 26.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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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질환 치료비 예측 어려워
정액형도 보험료 2~5배 높아
보험사 실비보장형 판매 꺼려
값 비싸고 보장 적어 도태될듯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유병자 실손보험이 내년 4월 도입된다. 고혈압ㆍ당뇨병 만성질환자도 가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험 사각지대가 해소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존 실손보험보다 보험료 부담이 상당히 높아질 전망이다. 높은 손해율과 비싼 가격 탓에 자칫 보험사도 가입자도 모두 꺼리는 유명무실한 ‘좀비보험’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오는 연말까지 상품방안을 마련하고 보험료의 기준이 되는 위험률을 산정해 내년 4월 유병자 실손보험을 출시할 계획이다. 기존 실손보험은 고혈압,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 5년간 치료 이력을 심사해 가입이 사실상 불가능했지만, 새 유병자 실손은 2년간 치료 이력이 없으면 가입할 수 있다. 


문제는 보험료다. 현재 정액형으로 팔고 있는 유병자보험(간편심사보험)은 건강한 사람보다 보험료가 2~5배 가량 비싸다. 금융위는 이같은 보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자기부담율을 30%(일반 실손은 자기부담율 0~20%)로 상향하거나, 특정 질병을 보장에서 제외하는 ‘부(不)담보’를 설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자동차보험처럼 손해율이 높은 계약을 보험사 공동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벌써부더 걱정이다. 정부가 상품 보급을 위해 보험료를 인위적으로 조정할 경우 수익성 악화가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은 한번의 수술이나 치료로 완치되지 않는 만성질환이다. 합병증 위험도 높다. 실손보험은 한 차례 치료비를 보험금으로 지급하는 정액형 보험과 달리 실제 발생한 치료비를 보장해주므로 손해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더군다나 일반실손보험도 손해율(받은 보험료에서 지급 보험금을 뺀 비율)이 2011년 109.9%에서 올해 133.4% 치솟으며 보험사들에게는 골칫거리가 된 지 오래다.

그렇다고 자기부담률을 높이고 보장범위는 좁히고 보험료는 비싸게 하면 소비자 입장에서 가입 이유가 사라진다. 최근 보험사들이 앞다퉈 출시한 유병자보험(정액형)이 생각보다 수요가 많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고령화에 대비해 정부가 주도한 노후실손보험은 3년간 가입자가 2만6000명에 그쳤다. 가입자는 자기부담비율이 높아 가입을 꺼렸고 보험사는 손실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판매하지 않았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실손보험료 인하 유도 방침에 따라 이미 실손보험에 대한 부담이 고조된 상태”라면서 “합리적인 요율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유병자 실손보험도 제2의 노후실손보험처럼 외면 받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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