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은 개 같은 나라, 일본은 묘한 나라?

한진수 건국대학교 3R동물복지연구소장 2017. 9. 26.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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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고양이.(사진 이미지투데이)© News1

(서울=뉴스1) 한진수 건국대학교 3R동물복지연구소장 = 필자는 31년 전에 일본에 유학하여 운 좋게 2개 대학에서 각각 석사와 박사학위를 무사히 마치고 5년 만에 돌아올 수 있었다. 이후에도 자주 출장이나 학회 등으로 방문하며 많은 지인들과 교류하고 있으며, 한편 민간외교관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는데 이제는 도움을 받기보단 도움을 주는 일이 더 많아지는 것 같다. 오래전부터 한국인과 일본인은 닮은 듯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몇 마디 말로 정의하곤 했는데, 그 중 하나는 "한국인은 개 같은 민족, 일본인은 묘한 민족"이라는 것이다. 혹자는 이 말에 당황하곤 한다. "뭐? 우리가 개라고?"라고 말이다. 여기서 개는 욕이 아니다. 순수한 개(犬)를 말한다. 진심으로 오해가 없으시길 바란다. 솔직히 강아지가 얼마나 귀여운데, 왜 '개새끼'가 욕이 되는지 이해가 안 되지만.

필자는 실험동물의학(Laboratory Animal Medicine)을 전공하여 일명 '쥐박사(Mouse Doctor)'로 불린다. 동물 중에서도 가장 종류가 많은 쥐는 실험동물로 최적이다. 쥐띠인데다 쥐가 좋아서 쥐를 대상으로 하는 전문수의사(실험동물전문수의사)의 길을 선택했고, 출생일이 마침 과학의 날(4월 21일)이어서인지 과학도의 길을 걸어 지금까지 쥐를 대상으로 다양한 공부와 연구를 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부속 동물병원장을 맡으면서 개와 고양이를 중점적으로 공부하고 있다. 특히 그들의 행동학적 특성을 공부하면서 참으로 다른 동물과 다름을 알게 되었다. 아직도 많이 탐구되지 않은 연구영역임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근래에 필자가 운영하는 '3R동물복지연구소'에 독일에서 오랫동안 동물복지와 행동치료학을 전공한 이혜원 박사를 부소장으로 영입해 함께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면서 앞으로 더욱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분야임을 확인하게 된다.

개와 고양이는 천적이라고 했던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물론 개와 사람도 너무나 다르다. 그래서 강아지의 귀요미를 보고 즉석에서 졸라대는 아이의 성화에 못 이겨 구입하고는 강아지의 행동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민하는 많은 가정이 나오는 것이다. 아직도 강아지는 예전처럼 마당에 붙잡아 매놓고 개밥(잔반)이나 갖다 주고 복날이 되면 팔아버리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으로 가볍게 구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다보니 집안을 다 헤집고 다니거나 사람 밥 먹을 때 옆에서 칭얼대면 뼈다귀 하나 더 주기도 하고, 무엇보다 대소변 가리기를 못하면 몹시 힘들어진다. 더욱이 강아지를 너무 귀여워한 나머지 집안의 상전이 되다시피 하면 결국 가족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어 해결하지 못할 상황까지도 가게 되는 것이다. 강아지가 안방을 점령하고 있지만 아직 우리의 경험은 오래되지 않아 당황스럽기만 하다.

그나마 근래에 방송매체를 통한 반려동물관련 프로그램이 많이 나와서 이러한 행동특성에 관한 교육정보가 풍부해지고 있다. 그래도 아직 반려동물의 유기는 현격히 줄지는 않고 있다. 지난 2010년 약 10만 마리에 달하던 수가 동물등록제 등의 효과로 8만 마리대로 줄긴 했으나, 작년 발표에는 다시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여기에는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과 지속가능한 정책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이제부터가 중요해 보인다. 반려동물산업이라는 새로운 차원의 농업시대가 열리기 때문이다.

근래에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당연한 것이다. 국민소득이 증대하고 문명과 문화가 발전하면서 선진국으로 가는 현상이 분명하다. 갈수록 개인주의가 발달하고 나홀로족이 늘면서 혼밥, 혼술 문화가 하나의 트렌드가 되니 현대사회의 인간은 점점 외로워지고 있다. 그러니 반려동물이 각광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정에서도 스마트폰으로 인해 대화가 단절되고 있지만 반려동물이 이러한 대화를 수월하게 연결시켜 주니 말이다. 또한 형제가 없는 아이들에게 동생이 생기니 얼마나 좋은가. 그를 보고 좋아하는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는 더 좋을 수밖에. 이를 풍자하여 "앞으로 인류의 후손은 강아지"라고도 하지 않는가. 나는 이것도 조만간에 바뀔 것이라고 감히 주장한다. 그 이유는 마지막에 설명할 것이다.

필자가 유학을 한 일본에서는 이미 30년 전부터 축산을 이렇게 분류하고 있었다. 제1의 축산은 농장동물산업, 제2의 축산은 반려동물산업, 제3의 축산은 실험동물산업으로. 그러니 이제 정부도 새로운 농업의 전개에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간단히 개와 고양이의 성격을 논해보고자 한다. 개는 집단주의적이고 사회성과 군집성이 강하다. 그래서 모이기를 좋아하고 서열을 중시 여긴다. 이 서열은 바뀌기도 하지만 처음이 중요하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이 서열정리를 위해 개들은 항상 서로 물고 뜯는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무조건 충성한다. 거의 인간을 위한 모태짝사랑이다. 그래서 한국인은 개를 좋아한다. 정이 많기에. 그래서 필자는 한국인을 개와 같은 민족이라고 보는 것이다. 정이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개만큼 인간에게 친화된 동물은 없다. 고마운 일이다.

한국인은 남의 일에 간섭을 많이 한다.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그 간섭을 관심의 표현으로 믿는 것이다. 그걸 정이라고도 생각한다. 그래서 매우 적극적이고 사교적이다. 한국인은 외국에 가서도 쉽게 친구를 만든다. 지금처럼 글로벌한 사회에서는 여러 가지로 유리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서로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많다. 그래도 끼리끼리 모이지 않으면 힘들다. 이것을 나는 "한국 사람의 피에는 자랑스러운 민폐유전자가 있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고양이는 철저히 개인주의자이다. 무리를 싫어한다. 완전 독립적이다. 시크하다 못해 도도해서 고양이를 키우는 주인을 집사라고 한다. 시종이 아닌 것이 천만다행이다. 그냥 집사가 아니다. '개냥이 집사'다. 강아지처럼 찰떡궁합이 되었다는 표현이다. 여기까지 오려면 밀당의 고수가 되어야 한다. 넘치는 정을 바로 표현하면 안 된다. 같이 도도해야 한다. 그러면서 서서히 밀고 당길 줄 알아야 이 수준에 도달한다. 간혹 나홀로 고양이가 안쓰러워서 한 마리 더 구입하려고 하면 대다수 고양이 전문가들은 권하지 않는다. 그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강아지처럼 줄을 묶고 산책을 하거나 광장에 나와서 많은 시민들에게 자랑하는 주인도 계시다. 이 또한 고양이를 배려한 것이 아니다. 고양이는 사회성보다는 영역성이 강해서 자신만의 영역을 고집한다. 자기 집으로 충분한 것이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이미 20여년 전부터 집고양이는 집에서만 키우도록 법제화하였다. 필자가 유학하던 30년 전에는 동네 골목어귀에 골목대장 고양이가 떡 버티고 엎드리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보기 드물다. 그만큼 길고양이 개체수 조절에 성공한 것이다. 예전엔 주택이 많은 도쿄에서도 아침이 되면 집고양이가 산책을 나갔다가 저녁에 돌아올 수 있도록 창문을 열어주는 것이 미덕이었지만 지금은 불법이다. 철저하게 집고양이와 노라네코(길고양이)를 구별하여 관리하기 위함이다. 안 그러면 길고양이 개체수 관리가 불가능하다.

세계적으로도 대도시에서는 길고양이 관리가 골치다. 각종 민원의 대상이 된다. 그렇다고 해서 어느 도시도 길고양이를 유해동물로 규정하진 않는다. 서울시도 이미 비둘기를 유해조수로 분류하여 관리하지만 길고양이를 유해동물로 보진 않고 대신 관리대상으로 본다. 그만큼 인간과 공생해야 하는 자연생태계의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과도한 개체수 증가는 사회구조와 인간의 삶에 영향을 초래하므로 각 지자체마다 길고양이 TNR(중성화) 사업을 가장 유력한 개체수 관리방안으로 인정하고 매년 많은 예산을 책정하고 있다. 타 도시보다 많은 예산을 투자하는 서울시는 그만큼 전 세계 어느 도시보다 많은 길고양이가 살기 때문이다. 필자가 서울시의 용역을 받아 2013년에 조사한 바로는 최소 20만에서 25만 마리의 길고양이가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서울시는 2년마다 지속적으로 추적조사 한다고 하지만 아직 TNR 효과를 단정하긴 이르다.

길고양이 중성화사업은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국내 모든 지자체에서는 길고양이 중성화사업 정책을 민원해결 방책으로 운영하고 있다. 필자가 조사한 바로는 대만의 타이페이가 가장 성공적인 해결방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길고양이 중성화사업은 70% 이상이 되어야 개체수 감소효과가 있다고 본다. 이는 실제 실험결과가 아니라 일반적인 백신전략을 도입 적용한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에서와 같이 민원해결 중심의 중성화사업 전략으로써는 길고양이 개체수 조절은 도저히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타이베이 시에서는 15년 전부터 이 논리를 전략적으로 활용하여 매년 '리(우리의 동에 해당)'별로 집중적으로 TNR사업을 전개하였다. 그 결과 확실한 성과를 얻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매해 집중적으로 사업을 시행하는 구역을 미공개로 실시하는 것이다. 사전에 공지하게 되면 오히려 시민들이 그 동네에 몰래 고양이를 유기하여 역효과를 보기 때문이다. 제한된 자원을 이용할 때에 가장 효율적인 전략이라고 판단된다. 집중과 선택이 필요하다.

반면 자원이 풍부하면 무슨 일을 못하겠는가. 대만의 타이중 시는 아예 시장과 부시장이 나서서 정책을 펴고 있는 가장 모범적인 유기동물 및 길고양이 대책 도시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도저히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앞서가고 있어서 국내에 적용하기에는 요원하다. 하지만 그 취지만은 본받을 수 있지 않을까. 최근 지자체별로 반려동물 테마파크 등에 관심을 많이 가지는데, 선심행정이 아니라면 한번은 벤치마킹해보길 추천하고 싶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고양이는 냉랭하다. 그래서 한국인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전설의 고향'에서 주인을 배반하고 앙갚음하는 요물로 나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정이 없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은 안 좋아한다. 강아지와 너무 다르다. 그래서 일본사람들이 좋아하나? 필자는 "일본사람은 묘(猫)한 민족"이라고 생각한다. 고양이를 닮았다는 것이다. 지극히 개인주의적이고 남의 일에 간섭하기 싫어한다. 그것은 간섭받기 싫기 때문이다. 관심이 없다. 그게 서로 편하기에. 그보다는 어려서부터 남에게 민폐 끼치는 것을 죄악시하는 엄격한 가정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나는 "일본인은 노(NO)민폐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매우 공손하고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친절하다. 그러나 그만큼 개인이 속으로 혼자 삭여야 하는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그 결과는 오타쿠족이라던가, 신인류라는 새로운 사회학 용어까지 만들어냈다. 그래서인지 고양이 사육두수가 강아지보다 더 많다. 인간이나 고양이도 서로 궁합이 맞는가보다.

여기서 필자는 분명히 밝히고자 한다. 고양이도 정이 많다. 가만히 있으면 먼저 와서 머리부터 온몸을 비벼대기 시작한다. 고양이를 처음 겪는 분들은 소름이 오싹하는 기분과 함께 언제 갑자기 할퀼지 몰라서 소름이 끼친다. 하지만 고양이를 키워본 분들은 다 안다. 강아지 못지않게 인간과의 교감이 생긴다. 무엇보다 강아지처럼 치근거리지 않는다. 주인이 외출한다고 해서 강아지처럼 문을 긁어대거나, 분리불안증에 시달릴 걱정도 별로 없다. 그러니 특히 바쁜 독신자에게 더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 부는 고양이 붐은 무엇을 말하는가? 우리 사회도 점점 개인주의화하는 건지? 일본을 닮아가는 건지도. 이제 필자는 "한국인은 개 같고, 일본인은 묘하다"라는 표현은 안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도 선진국으로 가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인다. 강아지보다 고양이가 급격히 늘고 있다. 이제 우리의 반려동물 정책도 단계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무엇보다 강아지에 시행한 등록제를 고양이도 시행해야 한다. 그것도 마이크로칩으로 등록해야 한다. 유실된 동물의 주인을 찾아줄 수 있어야 하는데, 고양이는 포획도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사진만으로는 강아지보다 개체 확인이 더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양이는 집에서만 키우는 것으로 홍보하고 교육해야 한다. 강아지와는 다르다. 우리나라 사람도 달라지고 있다. 앞으로 인류의 후손은 고양이가 될지도 모른다.

한진수 건국대학교 3R동물복지연구소장.© News1

wook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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