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세종고속도로, 동식물 터전 '한복판' 관통..환경파괴 우려

입력 2017. 9. 26. 06:09 수정 2017. 9. 26.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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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덕동 생태경관보전지역에 150m 고가 지나
길동 자연생태공원에 길이 400m 터널 뚫어
수백~1천종 이상의 동식물 생태계가 위협받아
남한산성 일대 지하수는 11m까지 떨어지기도

[한겨레]

서울세종고속도로 공사로 파헤쳐진 고덕 생태경관보전지역의 모습.

지난 4월 착공된 서울~세종 고속도로의 남구리 나들목~광주성남 나들목 구간 곳곳에서 환경 파괴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이 고속도로가 주변 지역에 재앙이 될 수 있다며, 친환경적인 공법을 채택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서울~세종 고속도로는 경기 구리에서 세종시까지 131.6㎞ 구간에 총사업비 7조5500억원을 들여 2024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 고덕 생태경관보전지역을 고가로 150m 관통 25일 <한겨레> 기자가 남구리~광주성남 구간 21.9㎞를 전문가들과 함께 돌아보니 곳곳의 환경이 파괴됐거나 파괴될 위험에 처해 있었다. 먼저 이 고속도로의 출발지인 강동 나들목 부근 서울시 고덕생태경관보전지역(32만㎡)의 한가운데를 길이 150m, 너비 30m 규모의 고가도로가 관통한다. 현장에 가보니 이미 버드나무 등 수십그루가 뽑히거나 잘려 있었다.

이 곳엔 400종 이상의 동식물이 살고, 법적 보호종도 8종, 멸종위기종도 2종이나 된다. 포유류 중엔 고라니와 너구리, 족제비, 삵 등도 확인됐는데, 이 고속도로는 이들에 치명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2004년 서울시가 보전지역으로 지정했지만, 고속도로와 같은 국가정책 사업 앞에선 아무 소용이 없다.

이 곳에서 올림픽대로를 건너면 비오톱 1등급 지역인 고덕산이 나온다. 이곳엔 서울시와 강동구의 요구에 따라 2016년 3월 전방향으로 진출입로를 설치하기로 결정됐다. 고덕산 기슭은 온통 진출입로로 뒤덮여 2급 멸종위기 동물 맹꽁이도 더이상 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선민 생태보전시민모임 사무처장은 “고덕산과 보전지역의 연결성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서울세종고속도로 공사로 뽑히고 잘린 고덕 생태경관보전지역의 나무들.

■ 길동 자연생태공원 터널로 400m 관통 서울~세종 고속도로는 고덕지구에서 직선으로 3㎞ 정도 남쪽에서 역시 8만㎡의 길동자연생태공원을 지하 터널 형태로 관통한다. 길동공원을 통과하는 구간의 길이는 400m, 깊이는 17m가량이다. 이 곳도 1700여종 동식물이 사는 생태계 보고다. 터널 공사 과정에서 발파의 소음과 진동으로 상당수 동식물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이 생태공원은 습지로 유명한 곳인데, 터널을 파면 지하수위가 내려가 습지가 마를 것도 우려된다. 한국도로공사의 ‘환경영향 평가서’에서도 ‘지하수위 강하 최대 2.38m, (악)영향 우려시 대체 관정(우물)’이라고 밝혔다. 이찬우 터널환경학회 부회장은 “공사가 끝나면 한국도로공사는 지하수 상황을 지켜보거나 대책을 수립하지 않는다. 공사 과정에서 차수 공법을 써서 지하수 유출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길동 자연생태공원의 습지. 서울세종고속도로 터널 공사로 지하수위가 2m 이상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 남한산성 일대 지하수위 11m 저하 서울세종고속도로로 인해 남한산성 일대의 지하수는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영향평가서’는 남한산성 부근에 뚫는 2번 보조터널(436m) 부근 이장천 약수터 일대의 지하수위가 최대 10.9m까지 낮아지고, 10년이 지나도 2.9m의 수위 저하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이장천 부근에 있는 9개의 약수터는 물이 줄거나 마를 우려가 크다. 1번 보조터널(733m)은 공사가 모두 끝난 뒤에도 하루에 ㎞당 253㎥의 지하수가 유출될 것으로 예상됐다.

남한산성의 보조터널 부근에 동행한 최병환 환경과사람들 대표는 “지하수위 11m 저하는 남한산성 전체에서 수위 저하를 일으켜 식물 고사, 땅의 침하, 산의 침식을 낳을 수 있다. 어떤 공법을 선택해서 어떻게 공사를 하는지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한산성 부근의 유일천 약수터 부근의 시냇물. 이 일대는 지하수위가 최대 11m까지 떨어져 약수터가 마를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한국도로공사의 한 관계자는 “동식물을 고려해 고덕은 비점 오염원 처리를 할 것이고, 길동은 발파와 함께 저소음 공법도 시행할 계획이다. 또 터널의 틈새를 막는 그라우팅 공업을 사용해 지하수 저하를 최대한 막을 계획이다. 시민단체나 전문가, 시공사로 이뤄진 모니터링단을 구성해 문제점들을 찾고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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