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예상 뛰어넘은 북한 SLBM 개발 속도..해킹 영향 있었나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2017. 9. 2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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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콜드런치 기술 해킹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해 1월6일 4차 핵실험 이후 자체 개발한 신형 무기 사진을 연일 게재했다. 북한이 4차 핵실험 직후 발사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해상에서 연기를 내뿜으며 치솟고 있다. 연합뉴스

군 정보당국은 지난해 북한의 예상을 뛰어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 속도에 당황했다. 군은 2015년 5월 북한이 SLBM 모의탄 사출실험에 성공했을 당시 “실제 SLBM 개발 완료까지는 4~5년이 걸릴 것”이라며 “빨라야 2020년 무렵에나 실전 배치할 수 있다”고 브리핑했다.

하지만 예측은 크게 빗나갔다. SLBM 첫 수중발사 후 1년3개월 만에 배치가 가능한 상황으로 돌변했기 때문이다. 당시 군 정보당국 관계자는 “짧은 시간에 도약적 발전을 이룬 것은 북한 단독으로 수행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기술 원천이 어디에 있는지 크게 주목을 받았던 사안”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해 8월24일 SLBM 수중 시험발사에 성공한 뒤 관계자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SLBM을 짧은 시간에 안정적으로 발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북한 정찰총국의 해킹이 있었을 것으로 사이버 조사분야에 관여했던 ㄱ씨는 추정했다. 북한이 해킹한 우리 해군의 장보고-Ⅲ급의 콜드런치(Cold Launch) 기술을 활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장보고-Ⅲ급 잠수함은 탄도미사일을 장착할 계획이었다.

더 큰 문제는 콜드런치 기술뿐만이 아니라 3000t급 잠수함인 장보고-Ⅲ급 설계도면과 전투체계 등까지 해킹당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복수의 발사관을 탑재하고 공기불요추진체계(AIP)를 적용한 3000t급 잠수함을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여기에도 해킹으로 확보한 설계도가 사용됐을 수 있다는 추정이다.

예비역 해군 장성 ㄴ씨는 “해킹당했다면 임진왜란 때 왜군이 거북선 설계도를 갖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특히 전투체계 개발 로드맵과 관련한 프로그램의 알고리즘 등이 유출됐다면 무기체계 특성과 작전반경 등이 그대로 노출됐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북한은 지난해 4월24일 잠수함에서 수중 사출되는 콜드런치 기술에 의해 미사일이 발사되는 모습을 공개했다. 북한군 정찰총국 관련 해커조직이 국내 방산업체를 해킹해 콜드런치 기술을 절취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그동안 국내 방산기업들이 갖고 있는 무기체계 기술이 수시로 무더기 유출돼 논란이 됐다. 북한은 보안이 취약한 방산업체를 해킹, 지난 한 해 동안만 4만여건에 이르는 자료를 빼간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다수의 군용 함정을 건조해온 방위업체에서 해킹으로 군사기밀 100여건이 유출된 정황이 포착됐고, 국군기무사령부와 경찰청 사이버수사과가 주요 방산업체들을 대상으로 합동조사를 실시했다.

이후 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지난해 6월 북한에 유출된 문서 4만2608건 가운데 군 통신망 관련 자료와 미국 F-15 전투기 날개 설계도면, 중고도 무인정찰기 부품 사진, 각종 연구·개발(R&D) 문건 등 방위산업 관련 자료가 다수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기무사는 “북한이 해킹한 자료는 대부분 공개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시 핵심 자료 상당 부분이 유출된 사실을 확인했으나, 군은 사이버 역량 노출이 북한을 이롭게 한다는 명목으로 관련 사실을 발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때도 군 내부망과 외부 인터넷망 접점에서 해킹이 이뤄져 2급 군사기밀까지 새나갔지만, 군은 사이버 공격 피해를 축소해 발표했다는 의혹을 샀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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