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주공1 혈전③]이사비 7000만원 '논란', 막판 변수 되나?

김민기 2017. 9. 26.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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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민기 기자 = 이번 수주전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현대건설의 이사비 7000만원 무상 지급이다.

현대건설이 막강한 자금력을 통해 총 1600억원에 달하는 이사비를 조합원들에게 전액 무상으로 주기로 함에 따라 현대 측으로 승기가 기우는 듯 했다. 하지만 정부가 위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함에 따라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재건축 사업에서 '이사비'는 시공사가 이사에 필요한 실비를 지급하는 개념이다. 재건축 기간 조합원이 임시 거처에서 전·월세로 머무는 데 드는 자금인 '이주비'와는 다르다.

과거에는 50만~100만원 수준의 순수 이사비용을 무상 지원하는 형태였다. 최근 지원 금액이 커졌으나 이번 반포주공1단지 이전까지는 1000만원 이상을 넘는 경우 이사비는 드물었다.

현대건설은 이번 반포주공1단지 수주전에서 7000만원의 이사비를 제공키로 했다. 이는 기존 주택 감정가의 60%에 해당하는 이주비용인 약 15억원을 무이자로 융자받을 수 있도록 한 이주비와 별개다.

결국 국토부는 법률 자문 결과 현대건설의 이런 제안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이에 대한 시정을 지시했다. 7000만원은 사회통념상 이사비로 지급하기엔 너무 큰 금액이라는 것이다.

도시정비법 제11조 5항의 '누구든지 시공자의 선정과 관련해 금품과 향응,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 의사를 표시할 수 없다'는 규정을 어겼다고 봤다.

현대 측은 국토교통부의 결정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대건설은 KB국민은행 아파트시세에 따라 반포주공아파트 138㎡(옛42평) 거주자가 주변 지역 아파트로 이사를 하려면 전세금이 최소 10억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현대건설은 "통상 이주비는 기존주택 감정가의 60% 가량 지급되는데 현 시세가 아닌 감정가액으로 이주비를 판단하기 때문에 사업장 주변에서 전셋집 구하기도 어렵다"며 "오히려 이주를 원활히 하기 위해서 이사비를 제안하는 건데 정부의 제재로 인해 역차별을 받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현대건설은 경쟁사인 GS건설도 올해 초 경기 광명 12R에서 3000만원, 지난해 말 부산 재개발 사업지(우동3구역)에서 5000만원 등 이사비 제안을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GS건설은 현대 측의 이러한 입장에 대해 즉각 반박자료를 냈다. GS건설이 조합에 지원해주는 금액은 나중에 상환을 해야하는 '이주비'이지 무상으로 주는 '이사비'가 아니라는 것이다.

무상은 건설사가 조건 없이 공짜로 주는 것이고, 유상은 사업비 대여 개념으로 조합이 조합원에게 사업비 일부를 떼내 빌려주는 것으로 입주 시 갚아야 하는 돈이라고 설명했다. GS 측은 7000만원이나 무상으로 이사비를 과도하게 지급한 사례는 재건축 역사상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GS건설은 "무상 이사비는 광명 12R에서 '0원'이었고 부산 우동3구역에선 '1000만원'을 제시했다"면서 "사업비 대여 형태로 광명에 3000만원, 부산에 4000만원을 지급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7000만원 이사비 무상 지급에 제동을 걸자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이 직접 나서 7000만원의 이사비 대신 조합원들 모두에게 다른 형태의 이익으로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보증하기 위해 안이 마련 되는대로 이행보증증권 제출도 약속했다.

하지만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이 지난 24일 현대건설이 제시한 이사비 7000만 원 또는 무이자 이사비 5억 원 대출 지원을 받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수주전의 향방은 어디로 향할지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과도한 경쟁의 원인이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불투명한 사업 구조로 보고 있다.

현대건설은 이사비를 공사비가 아닌 무상 특화 계획에 포함시켜 무상으로 지원, 조합에게 부담을 전가하지 않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GS건설은 무상 이사비 역시 공사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아파트 상품성과 품질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또 재건축사업 전체의 사업 비용을 증가시켜 조합원 개개인의 부담을 늘리고 이는 결국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애초에 2조6000억원에 달하는 사업 규모와 5700세대에 달하는 대규모 단지인만큼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을 진행했다면 이와 같은 출혈 경쟁은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강남 재건축 단지 조합들이 조합원들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컨소시엄 구성을 막고 건설사간의 경쟁을 유발시켜 출혈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서초신동아 재건축 단지의 경우도 대림산업과 현대산업개발이 경쟁을 펼치다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으나 서초구청과 조합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대형건설사의 한 재건축 영업 담당 관계자는 "건설사 간의 공정한 경쟁이 뒷받침 돼야 재건축 사업에서 조합원에 이익이 많이 돌아가는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대규모 단지의 경우 무리한 출혈 경쟁이 벌어진다면 이는 결국 조합원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km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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