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난민 업고.. 독일 극우정당, 68년만에 원내 진출

베를린/김강한 특파원 2017. 9. 26.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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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黨, 2013년 "EU 반대" 창당
난민정책·빈부격차 불만 흡수.. 낙후된 동독 지역이 지지 기반
黨대표"정치적 지진 일어났다"

24일 독일 총선에서 68년 만에 원내에 진출한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하 독일대안당)' 지도부와 지지자들은 이날 밤 베를린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축제를 즐겼다. 지지자들은 독일 국가를 부르며 환호성을 올렸고, 맥주 파티를 열었다. 알렉산더 가울란트(76) 부대표는 "메르켈을 쫓아내 버릴 것"이라며 "우리가 조국과 국민을 되찾겠다"고 했다. 프라우케 페트리 당 대표는 "정치적 지진이 일어났다"고 했다.

돌풍 몰고온 페트리 대안黨 대표 - 극우 정당‘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프라우케 페트리 공동 대표가 24일(현지 시각) 독일 총선 출구조사 결과 2013년 창당 이후 처음으로 AfD가 제3당에 오를 것이 확실시되자 밝은 표정으로 베를린 당사로 들어가고 있다. /AP 연합뉴스

독일대안당은 2013년 2월 창당했다. 그해 9월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 구제 금융에 반대하는 반유럽연합(EU) 정책을 전면에 내걸고 총선에 도전했다. 선전했지만 득표율 4.7%로 원내 진출엔 실패했다. 독일 정당은 득표율 5%를 넘어야 의석을 배분받는다.

2015년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난민 포용 정책을 추진한 것이 독일대안당엔 큰 기회가 됐다. 반난민·반이슬람 노선으로 돌아선 대안당은 극우 단체 페기다(PEGIDA)와 손을 잡고 대대적인 반난민 캠페인을 벌였다. 마침 독일 내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테러와 이민자 범죄가 급증하면서 보수 중산층을 중심으로 독일대안당에 대한 지지세가 확산됐다. 현재 독일 16개 주(州) 가운데 13개 주 의회에서 의석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는 메르켈 총리의 지역구가 있는 동독 지역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州)에서 집권 기민당(CDU)을 3위로 밀어내고 2위에 올라 이번 총선에서 돌풍을 예고했다.

심각해지는 독일 내 빈부 격차와 양극화도 독일대안당에 토양을 제공했다는 분석(뉴욕타임스)이 나온다. 이번 총선에서 블루칼라 계층과 실업자들이 독일대안당에 몰표를 던졌다. 유입되는 난민들과 일자리 경쟁을 해야 할 처지인 이들이 대거 독일대안당 지지로 돌아선 것이다. 메르켈 집권 이후 보수 기민당이 중도로 돌아선 데 대해 불만을 갖고 있던 기민당 내 보수 세력도 독일대안당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지역적으로는 동독이 기반이다. 서독에 비해 낙후된 경제 수준에 불만을 가진 동독 주민들이 기존 정당에 반감을 갖고 독일대안당을 지지하고 있다고 BBC는 보도했다. 독일대안당 당 지도부 5명 중 3명도 동독 지역 출신이다. 로이터통신은 "독일 대안당은 구동독 지역에서 22.9%의 득표율을 올려, 기민당의 득표율(27.6%)에 근접했다"며 "동독이 메르켈에게 벌을 내렸다"고 했다.

독일대안당은 이번 선거에서 소셜 미디어를 적극 활용했다. 주류 언론으로부터 극우 정당이라고 따돌림을 당하자 작년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처럼 트위터·페이스북 등을 통해 직접 유권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편 것이다. AfD 페이스북 팔로어 수는 37만9000여 명으로 독일 정당 중 가장 많다.

독일 내에서는 독일대안당의 부상은 단순한 돌풍이 아니라 독일 시대상을 반영한다는 분석도 있다. 프랑스·폴란드 등 다른 유럽 국가같이 독일도 극우 세력이 주요 정치 세력으로 당당히 활동하는 '평범한 국가'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위르겐 팔터 마인츠대 교수는 이를 "독일 정치의 정상화"라고 했다. BBC는 "이번 총선이 독일 정치권의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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