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16년 집권 성공했지만.. '극우 득세' 또다른 장벽 만났다

런던/장일현 특파원 2017. 9. 26.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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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의 기민·기사黨 연합 1949년 이후 최악의 득표율
'극우' 대안黨 "난민정책 재검토"
메르켈 "험난한 도전에 직면"
BBC "금융위기·난민·유럽분열.. 그녀는 과거 모든 위기 이겨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이겼지만 크게 웃지 못했다.

24일 오후 7시쯤(현지 시각) 독일 베를린 기독민주당 당사에 나타난 메르켈 총리는 당원과 지지자들을 향해 애써 웃음을 내보였지만 무거운 표정이었다. BBC는 "메르켈이 지치고 불안해 보였다"고 했다. 이날 실시된 총선의 출구조사 결과, 메르켈이 이끄는 기독민주·기독사회 연합이 33.0% 안팎의 득표율로 제1당이 될 것이란 보도가 잇달아 나왔지만 연단에 선 그의 얼굴엔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앙겔라 메르켈(가운데) 독일 총리가 24일(현지 시각) 치러진 총선 출구조사 결과, 자신이 이끄는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이 승리한 것으로 나타나자 베를린 당사에서 밝은 표정으로 연설하고 있다. 이번 선거로 메르켈 총리는 4연임(連任)에 성공했으나 극우 성향 정당인‘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연방 하원 내 3당에 오르는 등 돌풍을 일으키면서 향후 국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AFP 연합뉴스

독일 연방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기민·기사 연합이 거둔 이번 총선 득표율은 1949년 1대 총선(31.0%) 이후 최악이었다. 2013년 총선에 비해서는 8.5%포인트가 떨어졌다. 반(反)난민·반이슬람을 주장하는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하 독일대안당)' 돌풍에 밀려 참담한 성적표를 받은 것이다. 메르켈은 "이보다 더 나은 결과를 기대했다"며 "우린 '엄청난' 도전에 직면했다"고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메르켈 총리가 '쓰고도 달콤한(bitter sweet)' 승리를 거뒀다"고 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번 총선 승리로 헬무트 콜 전 수상과 함께 최장 집권 총리(16년)를 예약했다. BBC는 "지난 12년 동안 메르켈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난민 정책의 소용돌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로 촉발된 유럽의 분열 위기 등을 모두 이겨냈다"며 "이제 그는 4번째 총리직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독일 언론들은 "메르켈이 자유민주당, 녹색당과 함께 '자메이카' 연정을 구성할 전망"이라고 했다. 자메이카 연정은 각 당의 상징색인 검정(기민당) 녹색(녹색당) 노랑(자유민주당)이 자메이카 국기와 같다고 해서 나온 말이다. 메르켈은 "크리스마스 이전까진 새 내각을 구성하겠다"고 했다.

메르켈이 동독 출신이란 핸디캡을 이기고 장기 집권에 성공한 건 부드럽지만 뚝심 있는 '무티(독일어로 엄마라는 뜻)' 리더십 덕분이었다. 메르켈의 집권기는 시련과 도전의 연속이었다. 집권 1기 말기 글로벌 금융 위기가 시작됐고, 이후 유로존 위기·그리스 사태 등을 겪었다. 집권 3기 때는 시리아 등 중동 난민 문제로 정치적 위기를 겪었다. 올 초에는 라이벌인 사회민주당 마르틴 슐츠 대표에게 '차기 총리 지지도' 조사에서 추월을 당하기도 했다. 메르켈은 그럴 때일수록 차분하면서도 냉철한 리더십으로 정면 돌파에 나섰다.

메르켈은 자신의 집권기에 독일 경제를 탄탄한 성장 궤도에 올려놓았다. 메르켈은 2000년대 중반 높은 실업률과 낮은 성장률로 '녹슨 전차'라고 불리던 독일을 유럽 경제의 심장으로 발전시켰다. 이후 독일 경제는 세계 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도 경제 성장을 계속했다. 최근 실업률은 전후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유럽 공식 통계기관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독일의 7월 실업률은 3.7%에 그쳤다.

실용주의도 그의 장점으로 꼽힌다. 그는 반대 세력이나 정당이 주장하던 내용이라도 필요하면 과감하게 채택했다. 그는 집권 초기 전임 중도 좌파 사회민주당의 게르하르트 슈뢰더가 추진했던 연금 개혁 등 핵심 정책을 그대로 이어받는 융통성을 발휘했다.

하지만 메르켈 4기 내각의 장래는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많다. 당장 연정(聯政) 구성 협상이 간단치 않다. 3기 내각에서 메르켈과 대연정을 구성했던 사민당은 총선 직후 "연정 불참"을 선언했다. 내각을 꾸리려면 자유민주당과 녹색당을 끌어들여 '자메이카 연정'을 구성해야 하는데, 두 정당의 이념과 정책이 크게 달라 화합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사민당과 독일대안당이 벌일 선명 야당 경쟁도 부담이다. 독일대안당은 벌써 "난민과 이슬람, 유럽연합(EU) 정책에 대해 원점에서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알리체 바이델 공동 총리 후보는 "우선 메르켈의 난민 정책을 조사할 위원회 구성을 촉구할 것"이라고 했다.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메르켈 앞날이 험난하다"고 했다.

메르켈 4기 내각의 정책이 강경 보수로 흐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메르켈은 "독일대안당에 투표한 국민의 걱정과 우려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이에 대해 "난민·국경 통제 등에서 (메르켈이) 오른쪽으로 이동할 전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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