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20조원 돈보따리 내밀며 "내달 22일 조기총선"

도쿄/김수혜 특파원 입력 2017. 9. 26. 03:10 수정 2017. 9. 26.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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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지원 등 '복지 선물' 들고 중의원 해산·총선 공식 발표]
北風 타고 지지율 50% 회복.. 아베 피로감·부동층이 변수
야당 "중의원 해산 명분 없다"
'여자 아베' 고이케, 新黨 대표로 여당에 맞서 돌풍 이어갈지 주목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일본 총리는 25일 도쿄 나가타초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 달 22일 총선을 치르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는 이 자리에 '2조엔(약 20조원)짜리 복지 선물'을 들고 나왔다. 그는 "내년 9월 소비세를 현행 8%에서 10%로 올리고, 늘어난 세수(稅收)를 '육아'와 '간병'이라는 두 가지 불안을 해소하는 데 투입하겠다"며 "이에 대한 국민의 신임을 묻기 위해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7월 도쿄도의회 선거 참패 직후만 해도 "조기 총선을 실시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정권 지지율이 40~50%대로 회복되자, '잠재적 경쟁자인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 진영이 전국 조직을 갖추기 전에 지금 당장 총선을 실시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 국회를 해산하면, 가을 임시국회 때 아베 정권의 아킬레스건인 사학 스캔들을 야당과 언론이 집요하게 파헤치는 걸 피할 수 있다는 계산도 작용했다고 한다.

아사히신문은 아베 총리가 총선 정국에 북한 관련 긴급 사태가 일어날까봐 망설였으나 지난 16일 외교·안보 핵심 참모인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국가안보국장으로부터 "유엔 대북 제재가 효과를 보려면 3~6개월 걸리는데, 그 사이 미국과 북한이 무력 충돌할 가능성은 낮다"는 보고를 받고 결심을 굳혔다고 보도했다. 그는 이날 "북한 대응에 대해서도 국민의 신임을 묻고 싶다"며 "국난 돌파를 위한 해산"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진당 등 주요 야당은 "대의가 아니라 이해 득실에 따른 해산"이라며 반발했다. 총리 회견에 앞서 열린 스가 요시히데(管義偉) 관방장관의 정례 브리핑 때도 "야당이 재편 중일 때 (총리가 이런 식으로 국회 해산을 강행하는 건) 공정하지 못한 일 아니냐"는 날 선 질문이 쏟아졌다. 스가 장관은 "야당은 야당대로 자기 정치를 하면 그뿐"이라고 받아쳤다.

최대 야당 민진당은 내부 갈등으로 도미노 탈당 사태를 겪고 있다. 지지부진한 민진당 대신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게 고이케 지사 세력이 만들고 있는 신당이다. 고이케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당명을 '희망의 당'으로 정했다"며 "제가 확실히 깃발을 들겠다"고 했다. 2선에 머무는 대신 신당 대표를 맡아 총선을 지휘할 뜻을 명확히 한 것이다.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은 이번 총선의 핵심 포인트가 '고이케 지사가 어느 정도 의석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그동안 선거구를 조정해 중의원 의석을 475석에서 465석으로 줄였다. 자민당이 지금 의석(475석 중 288석·61%)보다 줄어든다 해도 공명당과 합해 465석 중 233석(50%)만 넘으면 집권당 자리를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다. 자민당 입장에서 가장 큰 고민은 고이케 지사가 만드는 희망의당이 어느 정도 돌풍을 일으키느냐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 22~2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아직은 "자민당을 찍겠다"는 응답(44%)이 민진당(8%)과 희망의당(8%)을 찍겠다는 응답을 다섯 배 이상 앞질렀다. 하지만 장기 집권에 따른 '아베 피로감'이 강해지고 있는 데다 부동층이 20%에 달해 결과가 얼마든지 요동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희망의당은 이번 총선 때 전국적으로 150~160명의 후보를 낼 방침이다. 아베 총리 입장에선 이번 총선에 이겨야 평화헌법 개헌을 계속 추진하면서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 도전해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장기집권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아베 총리는 "소비세 올려서 생기는 돈 2조엔을 유아교육 무상화, 보육지원 같은 '젊은 층을 위한 복지'에 투입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애초에 소비세를 인상하기로 한 이유가 '재정 건전화'였다는 점이다. 일본은 나랏빚(GDP의 230%)이 OECD 평균의 두 배에 가깝다. 아베 총리는 "소비세 올려서 나라빚 갚겠다"는 공약을 지키는 대신 그 돈을 복지에 투입하는 선거 전략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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