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NOW] 추석선물도 생존배낭.. "햄세트보다 낫다"

백수진 기자 2017. 9. 26.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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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불안에 명절 풍속도 변해
기업들 직원 선물로 마련
타워팰리스선 대피 매뉴얼 배포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의 한 중소 해운업체가 사원들에게 추석 선물을 나눠줬다고 한다. 전쟁 배낭. 5.5㎏ 무게 가방에는 전투식량·일회용 담요·침낭·방독면·안전모·휴대용 라디오·휴대용 랜턴 등이 들어 있었다. 회사 측은 사원들에게 "국내외 정세로 인해 꼭 준비해 놓아야 할 비상 물품을 선별해 전쟁 가방을 만들어 배부한다"고 공지했다. 이 사연은 이 회사에 근무하는 사원이 전쟁 배낭 사진을 찍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리면서 알려졌다. 네티즌들은 "지진 등 안전 걱정이 높은 요즘에 유용한 명절 선물이다" "요즘 비상 물품들을 하나씩 모으면서 생존 배낭을 만들고 있는데 회사에서 주다니 부럽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있는 한 안전용품 판매 업체 직원들이‘생존 배낭’에 들어가는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핵(北核)으로 전쟁 위기가 고조되면서 비상 상황을 대비해 생존을 위한 자구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학교보건용품을 파는 한 쇼핑몰에는 최근 '추석 선물용 재난대비용품 세트'가 등장했다. 구조용 로프와 비상용 담요와 손전등, 자가발전 배터리 충전기 등이 들어 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자신이 직접 꾸린 생존 배낭을 찍어 올린 사진이나 영상이 인기다. 전쟁 대비 비상용품을 판매하는 한 쇼핑몰은 9월 초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한 이후부터 주문이 폭주해 생존 배낭 세트 등 일부 상품이 품절됐다.

자발적으로 대피 요령을 익히는 시민도 늘고 있다. 서울 강남구 타워팰리스 주민들은 북한이 지난 7월 두 차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을 발사하자 아파트 측에 전시 대처 방법을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관리사무소는 지난 18일 '전시 입주민 행동요령'과 '입주민 개별 준비물' 안내문을 입주민들에게 배포했다. 안내문에는 "3분간 사이렌 소리가 울리면 비상배낭을 가지고 각 동 지하 5층 집결지로 이동하라" 등 공습경보·화생방경보가 발령됐을 때 행동 요령이 적혀 있었다.

학부모들이 전쟁 대비 교육에 나서기도 한다. 이달 초에는 일본 주간지의 '9월 9일 한반도 전쟁설' 보도가 일부 초등학생 사이에 퍼지면서 학부모 커뮤니티에는 "아이가 전쟁이 나면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데 뭐라고 안심시켜야 하냐"는 질문 글이 다수 올라왔다. 서울 강북구에 사는 주부 임모(40)씨는 "아이가 계속 불안해하기에 행정안전부 재난안전포털에서 주변 대피소를 찾아보고 비상물품을 사는 등 같이 대책을 마련했다"고 했다.

전투 식량·휴대용 라디오 등 전쟁 관련 상품 판매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 방송인 강유미(34)씨는 직접 구입한 생존 배낭을 열어 전투식량을 먹어보고 방독면을 써보는 등 체험 영상을 찍어 올렸다. 강씨가 지난달 9일 올린 '전쟁가방 샀어요!'라는 제목의 이 영상은 지금까지 조회 수 57만 회를 기록했다. 영상에는 "전쟁에 무뎌져 있었는데 경각심을 줘서 좋았다" "영상을 보니 나도 전쟁 가방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댓글들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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