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상에서 화승총까지.. 鐵의 역사를 만나다

양지호 기자 2017. 9. 26.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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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 철, 강―철의 문화사'展

통일신라 보원사지 여래좌상. 고려 청자철채운학문매병. 사자의 꼬리처럼 휘었다는 페르시아의 칼 샴쉬르. 시기도 목적도 다른 이 물건들은 공통점이 있다. 주기율표 원소기호 26번 '철(Fe·鐵)'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26일부터 시작하는 특별전 '쇠, 철, 강―철의 문화사'는 바로 이 철에 초점을 맞췄다. 배기동 관장은 "철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류가 널리 사용해온 금속이고, 제철 기술의 확립은 인류 문명에서 변곡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쇠(金屬), 철(鐵), 강(鋼)'이라는 제목에 힌트가 있다. 금속에서 무른 철을 추출하고, 이후 강철을 만들어 내는 과정은 동서양 문명의 흥망과 엮인다.

옷주름까지 생생하게 표현한 통일신라 보원사지 철제여래좌상(왼쪽). 페르시아의 칼 샴쉬르. /국립중앙박물관

철은 기원전 21세기 히타이트족이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21세기인 지금도 사실상 '철기시대'. 지난 4000년 역사는 '철을 얼마나 잘 다루느냐'의 경쟁이기도 한 셈이다.

통일신라의 철제여래좌상은 이음매가 거의 보이지 않는 우아한 자태를 자랑한다.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외국에서는 불상의 유려한 옷 주름을 보고 9세기에 이 정도로 철을 자유자재로 다뤘다는 데 혀를 내두른다"고 말했다. '고려 청자철채운학문매병'은 철 성분 안료로 낸 짙은 배경 위에 상감기법으로 넣은 학이 날아오른다. 페르시아의 샴쉬르는 어떤가. 서양인들은 이 칼의 강도에 놀라 '악마가 만들었다'고까 지 했다.

그러나 같은 전시장에 놓인 대한제국의 화승총은 제철기술의 역전(逆轉)을 생각하게 한다. 불상을 만들어냈던 신라의 기술력은 강철 총신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임진왜란과 구한말의 역사는 제철기술에서 변방으로 밀려난 문명의 이야기다.

인류가 처음 접한 철 '운철(철 함량이 높은 운석)'을 비롯해 서아시아와 중국, 일본의 유물,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문화재와 현대 미술품 등 약 730점을 전시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11월 26일까지, 이어 국립전주박물관에서 12월 19일부터 내년 2월 20일까지 전시한다. 문의 (02)2077-9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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