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3당 된 극우 AfD "난민 문제 조사, 메르켈 사냥할 것"

김성탁 2017. 9. 26.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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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연임 메르켈, 험난한 4년 예고
중도우파연합 33%, 49년 이후 최저
난민정책 반대자 극우로 표심 이동
AfD "참전 군인 자랑스러워 해야"
나치 옹호 서슴지 않는 반이민 정당

‘독일인의 무티(Mutti·엄마)’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쓰라린 승리’를 안았다. 24일(현지시간) 총선에서 4연임에 성공해 임기를 채울 경우 16년간 재임한 헬무트 콜 전 총리와 함께 최장수 총리라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그러나 메르켈이 이끄는 중도우파 기독민주·기독사회당(CDU·CSU) 연합은 33%를 득표해 하원 709석 중 246석을 얻는 데 그쳤다. 1위였지만, 1949년 1대 총선(31%) 이후 가장 낮은 득표다.

무엇보다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12.6%를 얻어 94석을 확보한 제 3당이 된 것이 메르켈에게 상당한 정치적 내상이 될 전망이다. 나치 잔재 청산을 역사적 소명으로 추진해온 독일에서 극우 정당이 의회 주요 세력이 된 것은 68년 만에 처음이다. 메르켈의 난민 포용 정책을 비판하며 세력을 불려온 AfD는 벌써부터 “국가와 국민들을 되찾겠다. 난민 수용 정책 조사위원회를 의회에 꾸리고 메르켈을 사냥하겠다”(알렉산더 가울란트 총리 후보)고 선전포고를 해 메르켈의 험난한 4년을 예고했다.

2013년 창당한 AfD는 당초 남유럽 국가에 대한 구제 금융 및 유로화 반대를 내걸었으나 난민 이슈가 터지자 반 이슬람, 반 이민 정당으로 재빨리 탈바꿈했다. 극우단체 폐기다와 연대해 시위를 벌이고, 프라우케 페트리 공동대표가 “불법 이민자들에게 경찰은 필요하다면 총을 쏴야 한다”고 말하는 등 과격 노선을 걸었다.

AfD 측은 “의회에서 난민과 이슬람, EU와 관련한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해 메르켈이 옹호해온 각종 정책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AfD는 모든 이슬람 성직자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고 유럽연합(EU)이 개혁하지 않으면 EU 탈퇴도 고려하자고 주장한다. 당 주요 인사들은 “세계대전에 참전한 군인들을 자랑스러워 해야 하고, 나치 시대에 더이상 자책할 필요가 없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그럼에도 테러와 이민자 범죄가 속출하자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지지 움직임을 보여왔다.

AfD의 부상과 함께 기성 정당의 퇴조도 뚜렷하다. CDU·CSU 연합의 부진에 더해 마르틴 슐츠 전 유럽의회 의장이 이끈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도 20.5%로 전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1970년대만 해도 90% 이상을 차지했던 중도 좌·우파 두 세력은 이번엔 53.5%로 절반을 겨우 넘겼다. 중도 세력이 약화되고 극좌·극우도 세력을 얻는 이념 스펙트럼의 다변화 현상이 프랑스와 스페인, 네덜란드 등을 휩쓸고 마침내 독일까지 상륙한 것이다.

뉴욕 타임스는 “AfD의 약진은 메르켈의 난민 수용이 가장 큰 요인이지만 독일 내 빈부 격차 문제도 동력이 됐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AfD 지지표 중에는 2013년 총선 무투표층과 CDU·CSU 연합에서 옮겨간 중산층 표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경제가 낙후한 구 동독 지역에선 블루칼라 계층도 AfD를 지지해 이번 총선에서 20.5% 득표로 2위 정당이 됐다.

메르켈 총리는 총선 직후 “극우 정당에 투표한 유권자들의 우려를 잘 살펴 지지자들을 되찾겠다”고 말했다. 사민당이 야당을 하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메르켈은 ‘자메이카 연정’을 꾸릴 전망이다. CDU와 친기업 성향의 자유민주당, 녹색당의 상징색이 검정, 노랑, 초록으로 자메이카 국기의 색과 같아 붙은 이름이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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