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경제] 자동차·항공기에 왜 탄소섬유 쓰나요

김유경 2017. 9. 26.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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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각형 고리' 튼튼한 탄소 형태로
미세섬유 뽑아낸 뒤 수천 개 겹쳐
3000도 고온 견디고 전기 잘 통해
골프채·방탄복 등 쓰임새 다채
강철 슈트 얼어 고생한 아이언맨
탄소섬유 알았다면 카본맨 됐을 것

Q. 요즘 자동차나 항공기에 강철이 아니라 탄소섬유를 쓰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데, 안전이 가장 중요한 곳에 섬유를 사용해도 괜찮은 건가요.

강철 무게 4분의 1이지만 10배 단단 … 아이언맨도 탐내죠” A. 항상 사고 위험에 노출된 운송수단에 섬유를 사용한다고 하니 불안했군요. 그렇지만 크게 걱정할 건 없습니다. 탄소섬유는 강철 무게의 4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섬유’지만 강도는 10배나 단단하니깐요.

탄소섬유는 가볍지만 튼튼한 신소재입니다. 액션 영화에서 주인공이 악당들의 총격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입고 등장하는 것이 탄소섬유로 만든 방탄복이죠. 만약 총알을 막겠다고 무거운 철판을 온몸에 두른다면 기동성이 떨어지겠죠. 몸을 보호하면서도 기동성을 지킬 수 있는 소재, 바로 탄소섬유입니다.

탄소섬유란 과연 뭘까요. 말 그대로 탄소 원자로 이뤄진 결정구조를 이용한 고강도 섬유입니다. 탄소섬유는 탄소원자가 육각형으로 맞물려 켜켜이 쌓인 형태라 튼튼합니다. 이 탄소 결정으로 실을 뽑습니다. 탄소섬유의 실 가닥의 직경은 5~7㎛(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합니다. 이 미세 섬유 수천개를 겹친 뒤 변형시키면 강철보다 튼튼하면서도 가벼운 탄소섬유가 됩니다. 아크릴 섬유나 피치 섬유, 액정 피치 섬유 등을 섭씨 1000~2000도로 구우면 탄소섬유를 얻을 수 있습니다. 3000도 이상에서도 변형되지 않고, 전기를 잘 통해서 최근 여러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탄소섬유가 왜 단단한지 다이아몬드의 예를 들어보죠. 다이아몬드는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입니다. 탄소를 고온고압 상태로 응축하면 만들 수 있습니다. 1개의 탄소 원자는 4개의 다른 원자와 결합할 수 있는데, 다이아몬드는 모두 탄소 원자끼리만 결합해 그물 구조가 치밀하고 강도 또한 강합니다. 탄소섬유의 강도가 높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래픽=박춘환, 김회용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틴틴 여러분들 마블스튜디오의 액션 히어로물 아이언맨을 보셨나요. 주인공인 토니 스타크는 아이언맨 슈트의 두 번째 모델을 강철로 만듭니다. 튼튼하다는 이유에서죠. 성층권 위 중간권을 비행하던 중에 결빙 문제가 생기자 결국 강철을 버리고 티타늄으로 소재를 바꿨죠. 그런데 스타크가 소재 공부를 조금 더 했다면 애초에 강철이 아닌 탄소섬유를 사용했을 것입니다. 결빙에서 자유롭고 강철은 물론 티타늄보다도 가벼워 아이언맨 슈트의 항속거리나 속도를 더 높일 수 있어서죠. 강도는 티타늄에 비해 다소 떨어지지만 가격은 훨씬 저렴합니다.

스탠 리가 그린 원작 만화에서도 아이언맨 슈트는 강철을 사용한 것으로 그려집니다. 당시로서는 가장 단단한 소재로 알려졌기 때문이죠. 만약 리가 탄소섬유를 알았다면 아이언맨의 이름을 카본맨으로 지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탄소섬유가 처음 개발된 것은 19세기 말입니다. 발명왕 에디슨이 대나무의 섬유를 탄소화해 백열전등의 필라멘트로 사용한 것이 시초입니다. 공업용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1959년 셀룰로스계 섬유를 기초로 생산한 것이 처음입니다. 이후 기술을 끌어올린 곳은 일본입니다. 1961년 일본 오사카공업시험소의 신도 아키오(進藤昭男) 박사가 여러 섬유의 탄소화 실험을 펼쳤습니다. 고된 실험 끝에 아크릴 섬유를 사용하면 높은 성능의 탄소섬유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특히 일본의 도레이는 탄소섬유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신도 박사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아 양산화에 성공했습니다. 도레이는 세계 탄소섬유 시장 점유율 40%로 압도적인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도레이첨단소재와 효성·태광산업이 생산하고 있습니다.

요즘 자동차 회사나 항공기 제조사들이 부쩍 탄소섬유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의 항공기 제조사인 보잉은 2014년 도레이와 차세대 항공기인 777X 기종에 대한 1조 엔(약 10조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했습니다. 그동안 항공기 제작에 일부 사용하던 탄소 섬유를 전면적으로 늘리겠다는 것이죠.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일본 도요타·스바루 등 세계 유수의 자동차 회사들도 일부 내부 부품에만 쓰던 탄소섬유를 차량 외장으로도 대폭 늘리고 있습니다. 연비를 올리고 차량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차량 경량화가 불가피한 거죠. 탄소섬유는 탄성이 높아 진동까지 잡아주니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죠. 현재 7만t 수준인 세계 탄소섬유 시장은 앞으로 3년 뒤에는 13만t으로 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탄소섬유 시장이 커지기 시작한 것은 대량 생산으로 가격이 싸졌기 때문입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비싼 가격 때문에 낚시대나 골프채·테니스라켓·등산장비 등 일부 운동 장비에만 쓰였습니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이 탄소섬유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속속 뛰어들면서 가격이 대폭 떨어졌습니다. 2014년 ㎏당 1만~2만원 하던 것이 이제는 ㎏당 5000원 수준까지 내렸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석탄 가격이 많이 떨어진 점도 탄소섬유 가격 인하에 일조했죠. 생산량이 많이 늘어 공급과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일부 제기되고 있습니다.

탄소 기술은 요즘에는 반도체 기술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바로 ‘꿈의 나노 물질’이라 불리는 그래핀(Graphene)이 그 주인공입니다. 흑연은 그물처럼 배열된 탄소 평면들이 층으로 쌓인 구조인데요, 이 한 층을 그래핀이라고 부릅니다. 그래핀은 구리보다 전기가 100배 이상 잘 통합니다. 반도체로 주로 쓰이는 실리콘보다 전자의 이동이 100배 이상 빠릅니다. 강도는 강철보다 200배 이상 강하고요. 열전도성은 다이아몬드의 2배 이상입니다. 또 빛을 대부분 통과시키기 때문에 투명하고, 신축성도 매우 뛰어납니다.

상용화 단계까지는 아직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전기·전자 기술의 혁명을 불러 일으켜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전기적 특성을 활용해 초고속 반도체나 휘는 디스플레이, 디스플레이만 있는 컴퓨터, 고효율 태양전지 등에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영화에서나 보던 손목에 차는 컴퓨터나 전자 종이 등도 그래핀 기술이 현실로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탄소섬유부터 그래핀까지. 탄소가 세상을 바꾸고 있는 셈입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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