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극장 훼손 이명박 정부부터 시작..예술인이 되찾아야"

장병호 2017. 9. 26.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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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연극 분야 현장토론회
연극계 블랙리스트 현황·공공극장 공공성 논의
"국립극단·아르코예술극장 등 공공성 회복 필요"
이명박 정부 당시 블랙리스트 문제제기 이어져
아르코예술극장 전경(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홈페이지).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공공극장의 공공성은 국가가 운영한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다. 대학로에 있는 아르코예술극장을 연극인에게 돌려달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함께 이뤄진 공공극장의 공공성 훼손 문제가 박근혜 정부 이전 이명박 정부부터 시작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블랙리스트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연극계가 먼저 공공극장의 운영 체계를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이하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는 25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좋은공연안내센터에서 ‘제3차 블랙리스트 재발방지 및 공정한 문화예술정책 수립을 위한 분야별 현장토론회’를 열고 연극 분야의 블랙리스트 사례와 특징, 대표적인 공공극장인 국립극단의 공공성 문제에 대해 토론을 진행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독립기획자 임인자는 “과거 예술감독 체제로 운영됐던 아르코예술극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예술감독 제도를 폐지한 뒤 여러 차례 운영 주체가 바뀌면서 지금처럼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운영하는 공공극장이 됐다”면서 “당시의 기관 통폐합 과정이 최근 있었던 권력 사유화 과정과 닮은 부분이 있다.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임 기획자는 “공공극장을 국가가 운영한다고 해서 공공성이 확보된다는 믿음은 블랙리스트를 통해 깨졌다. 운영주체가 단단해야 공공성이 생긴다는 것을 확인했다. 예술가 스스로가 공공극장을 운영할 수 있는 힘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아르코예술극장을 예술인에게 돌려달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임 기획자는 △예술경영지원센터의 해외 진출 사업에서 이뤄진 검열 △김선영 예술경영지원센터장 재임기에 해외 문화원에서 이뤄진 미술 관련 전시 취소 사태 △2015년 배우 김운하 타계 이후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지원금 집행 의혹 등에 대해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에서 조사를 해줄 것을 추가 요청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최근 국정원 개혁위원회를 통해 실체가 드러난 이명박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어졌다. 토론에 참여한 연극배우 남명렬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장관 당시 있었던 예술계 탄압 사례를 증언했다.

남명렬은 “유 장관 취임 이후 여러 문화정책이 나왔는데 연극계 현안과 동떨어지는 정책이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을 각각 무용전용극장과 연극전용극장으로 운영하는 것이었다”면서 “유 전 장관 입장에서는 ‘내가 이렇게 연극을 사랑하고 정책을 펼치는데 왜 연극계는 나를 따라주지 않는가’라는 마음이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에게 연극계 현안을 이야기했다 불이익을 당한 무명 배우의 이야기도 공개했다. 남명렬은 “이 배우가 유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연극배우 출신 문체부 장관이라는 사실에 기쁜 마음으로 연극계 현안을 이야기했는데 오히려 유 전 장관이 자신의 이름을 세 번이다 되물었다고 한다. 이후 한 오디션에서는 담당자로부터 ‘혹시 높은 사람에게 잘못 보인 적 있느냐’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토론에 앞서 진행한 발제에서는 이양구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전문위원이 ‘연극 분야 블랙리스트 현황 및 특징’에 대해 발표했다. 극작가 겸 연출가 박상현은 ‘국립극단, 예술감독 그리고 공공성’을 주제로 박근혜 정부에서 국립극단이 보여준 공공성 훼손 문제를 지적했다.

이 위원은 “연극 분야에서 블랙리스트 사태는 배제된 수에서 타 장르를 압도하며 서울연극협회 배제 사태에서 보듯 단순한 지원배제가 아니라 극장 폐쇄, 연극협회 선거 관여 등 사람 및 단체 배제를 위한 불법적인 노력까지 동원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블랙리스트 사태에서 중요한 것은 리스트 작성, 관리, 실행, 보고의 시스템이 구축되고 작동됐다는 데 있다”면서 “리스트에 오른 피해자 개인 또는 단체에 주목하기보다 시스템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극작가는 “‘국립극단 연극 선언문’은 ‘우리의 연극은 지금 여기 인간다운 삶의 진실을 닮는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국립극단은 ‘지금 여기’를 보여주지 못했다”면서 “앞으로 국립극단의 예술감독은 공공성의 실현을 중심과제로 삼아 이를 실현하는 것을 창작과 운영의 지표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병호 (solan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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