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서울세종고속도 건설로 생태공원·세계유산 훼손 위기

글·사진 김기범 기자 입력 2017.09.25. 23:08

서울 강동구 길동생태공원은 1999년 개장 후 사람의 손을 거의 타지 않아 자연스러운 숲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다양한 습지식물과 곤충, 이를 먹이로 삼는 조류들을 쉽게 볼 수 있는 생태공원의 훼손을 막기 위해 서울시는 하루 탐방인원을 30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처럼 생태적 가치가 높은 길동생태공원이 위기에 놓인 것은 한국도로공사의 서울세종고속도로 서울 구간 터널이 이 공원 지하를 지나는 계획이 잡히면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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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하루 탐방 인원을 300명으로 제한해 자연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서울 강동구 길동생태공원 내 습지. 한국도로공사의 서울세종고속도로 서울구간 터널이 이 공원 지하를 지나도록 계획되면서 훼손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강동구 길동생태공원은 1999년 개장 후 사람의 손을 거의 타지 않아 자연스러운 숲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공원에는 천연기념물 반딧불이와 고라니, 멧돼지 같은 야생동물들도 서식하고 있다. 다양한 습지식물과 곤충, 이를 먹이로 삼는 조류들을 쉽게 볼 수 있는 생태공원의 훼손을 막기 위해 서울시는 하루 탐방인원을 30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처럼 생태적 가치가 높은 길동생태공원이 위기에 놓인 것은 한국도로공사의 서울세종고속도로 서울 구간 터널이 이 공원 지하를 지나는 계획이 잡히면서부터다. 도로공사는 해당 지역의 발파진동을 초당 0.2~0.3㎝ 정도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는 모든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정도의 진동이다. 전문가와 환경단체들은 이 같은 발파진동이 사람보다 진동에 예민한 야생 동식물에게는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실제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사례에는 식물이나 동물이 발파진동의 영향으로 고사, 폐사한 경우가 다수 존재한다. 이들은 가축에 대한 발파진동 허용 한계치인 초당 0.1㎝를 적용해 폭약량을 줄여서 발파를 실시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또 습지 바로 아래를 터널이 통과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차수대책이 완벽하지 않을 경우 지하수위가 크게 낮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역시 서울세종고속도로의 서울 내 구간인 고덕대교 건설을 위한 교량이 고덕동 생태경관보전지역 내에 설치되는 것도 우려를 낳고 있다. 이곳은 멸종위기 남생이를 포함한 법정보호종과 다양한 조류, 습지식물 등이 서식하고 있어 엄정하게 보호되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보전지역 경계 바로 옆에서는 다양한 동물들의 서식지였던 숲이 이미 중장비에 파헤쳐진 상태였다. 환경단체들은 교각 위치를 살짝만 조정해도 일어나지 않을 파괴였다고 지적하면서 지금이라도 훼손을 줄이기 위해 교각 위치를 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생태적으로 가치가 높은 지역들뿐 아니라 세계문화유산인 남한산성 성곽도 발파진동으로 인해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터널 전문가들과 환경단체들은 남한산성 성곽은 현재도 일부 보수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상태임을 지적하면서 문화재에 대한 발파진동 허용 한계치인 초당 0.2㎝보다 작은 0.1㎝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5일 박창재 세종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도로공사는 지금이라도 환경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사진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