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개혁위 조사 발표]MB 건드리면 진보·보수 없이 공격했다

정제혁 기자 2017. 9. 25.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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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황석영·김미화씨 “블랙리스트 진상조사를” 이명박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피해자인 소설가 황석영씨(오른쪽)와 방송인 김미화씨가 25일 오전 서울 광화문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에 정식으로 조사신청서를 내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정부 때 국가정보원이 이 전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사람이면 여야, 보수·진보, 정치인·학자·언론인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인 댓글 공격을 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원세훈 국정원’이 야당·진보 인사를 표적으로 삼은 것은 앞서 드러났으나, 홍준표·원희룡·권영세 등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 여권·보수 인사를 상대로 댓글 공작을 벌인 사실이 확인된 건 처음이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이 ‘이명박 친위부대’처럼 불법·탈법 운영된 사실이 분명해지면서 ‘MB 국정원 게이트’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이날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로부터 ‘MB 정부 비판세력 제압활동’ 조사 결과를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보고 내용에 따르면 국정원의 첫 타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노 전 대통령 사망 뒤인 2009년 6월 당시 야권을 중심으로 정권 책임론이 제기되자 국정원은 노 전 대통령을 “재임 중 개인 비리를 저지른 자연인에 불과”라고 규정하고 야권을 비판하는 토론글·댓글 수백 건을 인터넷에 게시했다. 2011년 노 전 대통령 서거 2주기를 전후해선 어버이연합을 사주해 서울 서교동 노무현재단 사무실 앞에서 규탄 시위를 벌였다.

국정원은 송영길 인천시장이 2011년 2월 “인천시를 대북평화 전진기지로 조성하겠다”고 발언하자 종북행위로 규정하고 댓글 공작을 벌였다. 김황식 총리 후보자를 비판한 박지원 의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던 곽노현 서울시교육감도 댓글 공격을 받았다.

국정원은 당시 서울대 교수이던 조국 민정수석을 “교수라는 양의 탈을 쓰고 체제변혁을 노력하는 대한민국의 늑대”로 규정하고 공격했다. 4대강 사업을 비판한 이상돈 당시 중앙대 교수도 “적의 노리개가 된 보수논객” “박쥐 같은 인간”이라며 공격했다. 손학규·정동영·천정배·최문순·유시민·김재윤·김진애 등 야권 인사들은 물론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도 “사쿠라”라고 비난했다. 김만복 전 국정원장을 놓고는 “이완용과 같다”고 했다.

여당·보수 인사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당시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을 “자꾸 총부리를 아군에게 겨누고 있다”고, 원희룡 사무총장을 “회색분자이자 카멜레온”이라고 공격했다. 친이명박계 인사였던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 권영세 의원도 댓글 공격을 받았고, 심지어 대표적인 극우 논객인 윤창중 문화일보 논설실장도 “한나라당과 대통령을 분리하려고 선동하는 글을 보면 구역질난다”고 공격받았다.

반면 국정원은 ‘미디어워치’(대표 변희재)가 창간 후 2년10개월간 4억여원의 기업 광고를 수주토록 도움을 주는 등 보수 매체를 육성했다. 보수단체 명의를 활용해 조선·중앙·동아·문화 등 보수언론에 ‘시국광고’도 게재했다.

국정원 개혁위는 정치관여 및 업무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원세훈 전 원장을 검찰에 수사의뢰토록 국정원에 권고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26일 원 전 원장을 소환해 댓글 활동 및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실행에 이 전 대통령이 개입했는지 추궁할 예정이다.

이 전 대통령 측 핵심 인사는 “이 전 대통령이 기자회견 또는 서면을 통해 직접 입장을 밝히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며 “(입장을 직접 밝히는 쪽으로)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제혁 기자 jhj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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