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약진·중도 쇠퇴..독일정치 '지각변동'

이인숙 기자 2017. 9. 25.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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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극우 AfD, 나치 집권 후 70여년 만에 연방의회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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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정치지형이 가장 안정적이라고 평가받는 독일에서도 이변이 일어났다. 24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극우정당으로는 나치 집권 후 70여년 만에 연방의회에 입성했을 뿐 아니라 두 자릿수 득표율(12.6%)로 제3당에 올랐다.

창당한 지 4년밖에 안된 AfD로서는 눈부신 약진이다. AfD는 2013년 총선에서 득표율 4.7%를 얻었지만 봉쇄조항(5%)에 걸려 연방의회 진출이 좌절됐다. 하지만 득표율을 4년 만에 세 배 가까이 늘렸고 의석은 0석에서 94석이 됐다. 동부지역에선 22.5%나 얻었다. 독일 주간 디자이트는 “지각변동”이라고 평했고 영국 가디언은 24일을 “독일의 블랙선데이”에 비유했다.

AfD 부상의 뒤에는 강렬한 반난민 정서가 자리 잡고 있다. 25일 쥐트도이체차이퉁에 따르면 선거분석기관 선거연구그룹(FGW) 조사에서 AfD를 지지한 유권자의 89%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기독민주연합(CDU)이 독일인의 관심사를 중요하게 보지 않는다고 여겼다. 특히 난민 문제가 핵심이었다. 메르켈 총리의 난민포용 정책에 쌓인 불만에 AfD가 내건 ‘반이민, 반난민’ 캠페인이 먹혔다는 얘기다.

기성 중도 양대 정당의 기록적 부진과 AfD의 부상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AfD 지지자의 60%가 “다른 모든 정당에 반대”한다면서도 AfD와 신념을 같이해 지지한다는 사람은 34%에 불과했다. 여론조사기관 인프라테스트디맵 조사에서도 AfD는 지난 총선에 기권한 유권자 120만명을 지지층으로 끌어들였고 기민·기사련에서 100만명, 사민당에서 50만명의 지지자가 이탈해 AfD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AfD가 제3당이 됐지만 정치적 위상은 애매하다. 사회민주당이 연정 참여를 거부하면서 제1야당 자리를 가져갔고 의회 내 동맹은 보이지 않는다. 정치분석가 오스카 니데마여는 도이체벨레에 “누구도 AfD와 연정을 맺으려 하지 않을 거고 AfD가 다른 정당과 타협한다면 지지율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켈은 25일 기자회견에서 “AfD는 정책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AfD는 의회 연단에 설 수 있다. 도이체벨레는 “‘제3국(나치)’ 이래 쓰이지 않던 말과 생각이 의회에 등장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fD 총리 후보로 나섰던 알렉산데르 가울란트는 “메르켈을 잡겠다”고 호언했다.

올 상반기 주춤하던 유럽의 극우들은 AfD의 선전에 환호했다. 프랑스 대선 결선에서 패배한 극우 민족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는 트위터에 “AfD는 유럽인들을 일깨우는 새 상징”이라고 썼다. 네덜란드의 극우 자유당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는 르펜, 프라우케 페트리 AfD 공동대표와 함께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총선에서 제1당을 넘보던 자유당은 공동 2위에 그쳤다. 이탈리아 극우 북부동맹의 마테오 살비니는 “변화 바람이 커지고 있다”고 자평했다.

‘AfD 효과’의 시험대는 다음달 15일 오스트리아 총선이다. 지난해 말 지지율 35%로 1위를 달리던 극우 자유당은 올 들어 집권 사회민주당과 공동 2위권에 머물러 있다.

<이인숙 기자 sook9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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