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 의존하던 시대는 갔다' 출판사들, 콘텐츠기업 변신 중

백승찬 기자 2017. 9. 25.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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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출판의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종이책 출판을 넘어 플랫폼을 만들거나 온라인 콘텐츠를 제작한다. 이제 출판사가 아니라 콘텐츠그룹을 표방하는 곳도 있다.

지난해 매출액 기준 국내 2위 출판사인 ‘위즈덤하우스’는 5월 사명을 ‘위즈덤하우스 미디어그룹’으로 변경했다. 웹툰 및 웹소설 전문 플랫폼 ‘저스툰’의 정식 개설과 함께였다.

위즈덤하우스는 윤태호 작가의 100권짜리 교양만화 시리즈 <오리진>을 저스툰에서 연재하고 있다. 저스툰은 포털 웹툰과 성인용 웹툰 사이트로 양분된 웹툰 시장에서 교양, 서사만화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위즈덤하우스는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을 제작해 일찌감치 멀티미디어 콘텐츠 시장에 뛰어든 바 있다.

민음사는 온라인소설 플랫폼 브릿G를 올해 초 선보였다. 기존 웹소설의 특징인 과도한 이미지를 배제하고, 텍스트 중심의 소설을 강조한다. 작가, 독자, 편집자가 모두 참여하는 오픈 플랫폼을 지향한다. 독자 호응도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기존 웹소설 플랫폼과 달리 편집자가 우수한 작품을 골라 큐레이션해 추천하는 형식을 취했다. 작가는 작품에 대한 연령, 시간별 통계를 받아보고 창작에 조언을 얻을 수 있다.

전통의 창비 역시 ‘콘텐츠그룹’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창비는 2009년 별도 법인인 미디어창비를 설립해 디지털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

미디어창비의 대표 상품인 ‘더책’은 종이책에 부착된 태그를 스마트폰으로 인식해 오디오북, 전자책, 동영상으로 볼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다국어 콘텐츠를 제공해 다언어 교육에 활용하거나, 시각장애인도 오디오북으로 접근할 수 있다. 이 같은 형태의 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 복합 서비스는 ‘더책’이 세계 최초다.

창비는 올해 자신들이 펴낸 수만편의 시를 검색하고 큐레이션해 추천해주는 애플리케이션 ‘시요일’도 선보였다. 강영규 창비 부장은 “지식, 정보, 감동을 전달하는 텍스트가 종이책에 국한될 필요는 없다”며 “디지털 환경에 진입하기 위해선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지만, 단기적인 성과가 아니라 장기적인 비전을 보고 있기에 앞으로도 꾸준히 데이터베이스를 늘리고 독자 참여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출판사들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는 콘텐츠다. 지금까지 출판사들이 저작권을 영화사, 드라마제작사에 판매하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콘텐츠를 지분으로 직접 제작에 나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마블 스튜디오, 디시(DC) 스튜디오가 그래픽노블 저작권에 기반을 두고 창작 스튜디오로 발전한 것과 같은 이치다.

박신철 위즈덤하우스 미디어그룹 전무는 “콘텐츠의 감성과 느낌, 대중의 욕구를 처음부터 추적해온 것은 출판사”라며 “원천 콘텐츠를 가진 가장 강력한 집단이라는 위치를 얻는다면, 출판사도 언젠가 독립적인 제작 집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출판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종이책 시장의 정체와도 맞물려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펴낸 ‘2016 한국출판연감’을 보면, 국내 출판 총 발행부수는 2007년 1억3251만부에서 2015년 8501만부로 줄어들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5 국민독서실태조사’를 봐도 독서인구의 감소는 뚜렷하다. 성인의 하루 평균 독서시간은 2010년 31분에서 2015년 23분으로, 종이책 독서율(1년간 종이책을 1권 이상 읽은 비율)은 2007년 76.7%에서 2015년 65.3%로 감소했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종이책 시장이 침체하고 앞으로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출판사들은 언어, 문자를 기반으로 하는 사업이라면 무엇이든 해보려는 추세로 접어들고 있다”며 “다만 콘텐츠 사업을 넘어선 분야로까지 진출하는 것은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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