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편완식이 만난 사람] "예술이 있어 삶이 특별해져.. 한국작가 글로벌성에 주목"

편완식 입력 2017.09.25. 19:17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日 '월급쟁이 컬렉터' 다이스케 미야쓰

통상적으로 컬렉터라면 돈이 많은 부자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돈이 있다고 모두가 그림을 사는 것은 아니다. 컬렉션은 좋은 ‘습관’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예술작품을 향유하고 가치에 눈을 뜨는 ‘행운’도 따라야 한다. 그래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복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명품 가방 대신 미술품을 선택하는 것은 삶의 색깔을 바꾸는 ‘용기’이기도 하다. 물론 취향과 자신만의 컬렉션 원칙이 있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일본의 월급쟁이 컬렉터로 유명한 다이스케 미야쓰(54)는 예술이 있어 삶이 특별해졌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그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하는 ‘코리아 갤러리 위켄드’에 초대돼 방한했다.

국내 최대 규모 아트페어인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키아프) 기간에 맞춰 해외 미술인들에게 한국 작가와 한국 갤러리를 소개하는 행사다. 

일본 나리타공항 인근 지바에 있는 독특한 외양의 다이스케 미야쓰 자택. 프랑스 작가 도미니크 곤살레스 포에스터가 디자인했다.
그를 지난 주말 코엑스 키아프 전시장에서 만났다. 무엇보다 특별할 것 없는 스타일의 옷차림은 평범 그 자체였다.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 화가가 되고 싶었다. 할머니로부터 아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영감을 키웠던 것 같다. 고등학교 시절 엔디 워홀의 작품을 접하면서 현대미술의 강렬함에 빠져들었다. 직장생활에서 모아진 돈으로 1990년대에 구사마 야요이의 도트 드로잉을 구입하면서 컬렉션은 시작됐다.”

그의 컬렉션 목록엔 한국작가 정연두, 최정화, 김정욱을 비롯해 올라퍼 엘리아슨, 샤론 록하르트, 폴 매카시, 차이궈창, 양푸둥, 칸딘스 브라이츠 등도 올라 있다. 프랑스 작가 도미니크 곤살레스 포에스터의 사진, 설치, 영상작품도 특별히 아낀다. 그의 집(일본 지바) 디자인도 맡겼을 정도다.

“내가 사는 집의 실내 벽을 정연두 작가의 작품으로 도배를 했다. 작가가 직접 방문해 세팅해 주었다.”

지난 20여년간 그가 수집한 미술품은 400여점에 이른다. 한국작가 작품도 10여점이 된다. 사람들은 여전히 그에게 그래도 경제적 여유가 있어서 미술품을 사는 것이 아니냐고 늘 묻는다.

화랑협회가 주관하는 한국국제아트페어 전시장을 찾은 다이스케 미야쓰.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돈이 없어 주로 합리적 가격에 살 수 있는 비디오나 뉴미디어작품에 집중하게 됐다”며 “내게 미술품 수집은 아름다운 삶으로 가는 여정”이라고 말했다.
“나는 금수저가 아니다. 광고회사와 핸드폰 회사에서 사무직으로 일하기도 했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비싼 기성작가의 작품은 살 수 없었다. 주로 싼 젊은 작가의 작품을 구입했다. 그 작가들이 얼마의 시간이 지나서 고가의 기성작가가 됐다.”

하지만 그도 미술품을 사기 위해선 ‘대가’를 지불해야 했다.

“미술품을 손에 넣기 위해 좋은 음식과 옷, 비싼 차를 포기해야 했다. 물론 아름다운 여자도 매한가지다.”

그는 지난 4월부터는 20여년의 컬렉션 경험을 살려 대학(요코하마 컬리지 오브 아트&디자인)에서 아트마켓 강의를 하고 있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컬렉션 팁을 물었다.

“누구나 무엇을 사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초보자는 가장 좋아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란 생각으로 시작하라고 권하고 싶다. 물론 갤러리스트 등과 상의하는 것도 좋지만 스스로 결정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생을 살면서 결혼도 부모의 의사를 존중해야 하고, 회사에서도 상사나 팀원과 의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오로지 나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컬렉션이다. 삶의 좋은 경험이 아닌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사라.”

그에게 세계미술시장 전반의 상황 분석을 부탁해 봤다. 4개의 포인트로 그는 설명을 했다.

“2045년쯤 되면 인공지능이 사람을 능가하게 된다는 설이 있다. 인공지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기점(특이점)에 도래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연구결과를 인간이 이해하지 못하게 되며, 인간이 인공지능을 통제할 수 없는 지점이 올 수도 있다. 따라서 예술에서 하이테크의 상황을 점점 주목하게 될 것이다. 예술시장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이것이 첫 번째 포인트다, 두 번째론 유대인 유랑 같은 디아스포라 현상이다. 다른 문화와 믹스되는 하이브리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유학생의 증가도 문화융합현상을 촉진하고 있다. 미술도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세 번째론 성소수자 이슈,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트마켓의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는 아시아의 큰손인 중국 컬렉터와 카타르 왕족의 컬렉션이 글로벌하게 섬세해지고 있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자국주의에서 벗어나 전 세계 작가들을 대상으로 눈을 넓히고 있는 것이 최근의 경향이다. 젊은 컬렉터들의 부상도 ‘세계의 눈’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의 장점은 일본과 중국보다 국제화 동기가 강한 것이다. 구정아, 양혜규, 이원우, 정연두 등 젊은 유학파의 글로벌성에 흥미를 갖고 있다. 이제 한국 작가들은 하고 싶은 것을 해도 되는 시대가 됐다.”

그는 작가들과의 대화를 즐긴다. 아이디어와 콘셉트를 더 깊게 이해하기 위해서다.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아도 적절한 형태(Form)를 찾지 못하면 좋은 작가라고 할 수 없다. 자신이 갖고 있는 아이디어나 콘셉트를 1%도 표현하지 못하는 작품들도 많기 때문이다. 언어가 표현하지 못하는 걸 자신만의 미술언어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시각예술은 말보다 훨씬 많은 걸 표현할 수 있다. 텍스트로 표현하는 게 낫지 않겠나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은 사지 말라.”

그는 컬렉션은 단순한 수집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취향에 따라 이것저것 모으는 것은 하수라고 했다.

작품들을 보자마자 별다른 어려움 없이 바로 이해하고 공감했다고 해서 그것을 취향이라고 착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시대 상황을 공감하도록 나름의 방식으로 잘 풀어냈느냐가 관건이라 했다.

“하나의 포커스에 따라 나름의 스토리라인이 있어야 훌륭한 컬렉션이 된다.”

한국의 주요작가 이력을 꿰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진정한 프로의 모습이 느껴졌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