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이병우 "기타는 내가 살아가는 자체"..솔로 콘서트 '우주기타'

이재훈 입력 2017.09.25.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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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현재 음원차트 1위 작곡가인 기타리스트 이병우(52)는 얼떨떨한 모습이었다. 가수 아이유(24)가 최근 발매한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 둘' 수록곡 '가을아침'이 음원차트 정상을 휩쓸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25일 오후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기타리스트이자 영화음악감독 이병우가 '2017 이병우기타 솔로 콘서트 <우주기타>'를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하여 사진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하고 있다. 이번 솔로 콘서트는 10월 20일, 21일 양일간 백암아트홀에서 열린다. 2017.09.25.pak7130@newsis.com

'가을아침'은 가수 양희은(65)이 당시 데뷔 20주년을 맞아 1991년 발매한 '양희은 1991' 수록곡이다. 이병우가 작사, 작곡했다.

당시 한국과 오스트리아를 오가며 유학과 음악 활동을 병행하던 중이던 이병우가 앨범 전체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덕분에 '양희은과 이병우의 만남이 그린 새로운 풍경'이라는 평을 받으며 두고 두고 회자되고 있다.

25일 오후 정동에서 만난 이병우는 "항상 그렇지만 '가을아침'은 영감을 받아서 만든 곡이라기보다 시간에 쫓겨서 일상에서 만들었던 곡"이라면서 "이 곡이 이렇게 많이 알려져도 되나 서먹서먹한 기분이 든다"고 겸손해했다.

아이유의 '가을아침'은 기타리스트 정성하가 편곡을 맡긴 했지만 양희은의 원곡 감성을 최대한 살려냈다.

이병우는 "요즘 모든 것들이 트렌디해졌죠. 사운드도 그렇고, 모든 게 복잡해졌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오래 전에 만들었던 것이 신선하게 다가가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웃었다.

아이유는 앞서 지난 4월 발매한 정규 4집 '팔레드'에도 이병우가 작사·작곡·편곡을 도맡은 '그렇게 사랑은'을 실었다. 아이유가 수록곡 10곡 중 작사에 참여하지 않은 유일한 곡이었는데, 당시 그녀는 "이병우 선생님께 여러번 요청을 해서 어렵게 제 품은 넣은 노래"라고 흡족해했다.

특히 요즘 녹음 작업처럼 MR(반주음악) 작업을 한 다음에 그 위에서 노래를 여러번 부르고 끊어 가는 형식이 아닌 아이유와 이병우의 연주와 함께 원테이크로 녹음해 화제가 됐다.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25일 오후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기타리스트이자 영화음악감독 이병우가 '2017 이병우기타 솔로 콘서트 <우주기타>'를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하여 사진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하고 있다. 이번 솔로 콘서트는 10월 20일, 21일 양일간 백암아트홀에서 열린다. 2017.09.25.pak7130@newsis.com

이병우는 "제가 좋아하는 녹음 방식이에요. 50~60년대 방식인데 그 때 스타일을 좋아한다"면서 "아이유 씨가 받아들이는 것도 굉장히 빠르고 의견도 내주고 해서 굉장히 재미있었다"고 흐뭇해했다.

이병우는 대중음악 궤적의 매개자다. 후배 아이유와 작업하는 동시에 선배인 포크 싱어송라이터 조동진(1947~2017)의 음악적 자장을 현재 대중음악계에 뿌리내리고 있다.

이병우는 조동진이 이끈 음악공동체 하나음악에 속했던 포크 듀오 '어떤날'로 조동진의 동생 조동익과 함께 활동했다.

이병우는 지난 16일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 조동진 추모공연 '조동진 꿈의 작업 - 2017 우리 같이 있을 동안에'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는 조동진 콘서트 세션 시절에 반주한 '바람 부는 길'을 연주했다. 목소리가 없어도 그 어떤 추모보다 열렬했고 절절했다.

이병우가 조동진을 처음 만난 건 약 30년 전인 스물한살 때였다. 그는 "이전부터 좋아한 분이었는데 식구처럼 대해주셔서 집에서 살다시피했어요. 그날(추모공연)도 너무 많은 생각이 나서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 지 몰라 말문이 막혔다"고 했다.

조동진에게 미안한 마음도 감추지 못했다. 1990년대 조동진이 자신의 곡에서 목소리를 덜어낸 연주 앨범을 내려고 했는데 "내지 마시라"고 했던 기억을 돌아봤다.

"사실 형님이 앨범만 내면 많은 사람이 들으시잖아요. '행복한 사람' '겨울비'를 연주음악으로 데모를 만드셨는데 가사가 없으니까 형님의 목소리가 없으니까 너무 힘든 거예요. 그래서 그렇게 말씀드렸는데 '그래? 자식이'라고 웃으시면서 넘기시더라고요. 나이차가 굉장히 많았지만 항상 친구처럼 대해주셨어요."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25일 오후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기타리스트이자 영화음악감독 이병우가 '2017 이병우기타 솔로 콘서트 <우주기타>'를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하여 사진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하고 있다. 이번 솔로 콘서트는 10월 20일, 21일 양일간 백암아트홀에서 열린다. 2017.09.25.pak7130@newsis.com

이병우를 이야기하면서 아이유·조동진 얘기만 꺼내는 건 부당하다. 그는 한국에서 보기 드문 솔로로서도 우뚝 설 수 있는 기타 아티스트이기 때문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음악감독을 맡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병우는 '핑거 스타일 기타리스트' 1인자로 통한다. 어떤날 활동과 함께 '왕의 남자' '해운대' '괴물' '국제시장' 등에서 음악감독을 맡은 '흥행 감독'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은'(1989)을 시작으로 '혼자 갖는 차(茶)시간을 위하여'(1990), '생각 없는 생각'(1993), '야간비행'(2001), '흡수'(2003) 독집 음반이야말로 기타리스트 이병우를 증명한다. 13년 만인 지난해 발매한 새 기타 앨범 '우주 기타'는 기타 한 대로 가능한 모든 사운드를 들려줬다.

하지만 건강 악화와 나경원 의원(자유한국당)의 딸과 관련한 억울한 의혹 등으로 '우주기타' 앨범과 콘서트가 제대로 조명 받지 못했다. 오는 10월 20일~21일 백암아트홀에서 열리는 솔로 기타 콘서트 '우주기타'야말로 '우주기타' 앨범과 수록곡들을 제대로 톺아볼 수 있는 기회다. 그 역시 "어떻게 하면 솔로 기타 콘서트가 재미있을까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웃었다.

"영화음악, 클래식 기타 곡 등 여러 스탕일을 하는데 오리지널티가 총합된 종합선물세트 같은 공연이 될 거 같아요. 저만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늦게나마 생각할 수 있어 어느 때보다 행복한 순간이라고 했다."

이병우는 항상 기타라는 것이 재미있다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비논리적 성향의 악기에서 논리를 만들어가는 것이 재미있다는 얘기다. 예컨대 클래식음악을 들려주는 오케스트라는 정확한 음을 짚어내야 하는데 기타는 몇 개의 코드만으로 자유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어 그 자체가 주는 멋이 있다는 것이다.

솔로 데뷔 음반을 낸 지 30년이 돼 가지만 숫자는 의미가 없다는 이병우는 "기타 자체가 그냥 제가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25일 오후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기타리스트이자 영화음악감독 이병우가 '2017 이병우기타 솔로 콘서트 <우주기타>'를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하여 사진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하고 있다. 이번 솔로 콘서트는 10월 20일, 21일 양일간 백암아트홀에서 열린다. 2017.09.25.pak7130@newsis.com

"기타로 인해 정말 많은 걸 배웠어요. 테크닉을 완성하고 곡을 만드는 과정에 인내심이 생기죠. 오래 하다 보니 한때는 이상한 집착이 있었어요. 기타 줄들을 하나마다 모두 다른 회사 걸로 사용한 거예요. 그 선이 해당 줄의 음색을 가장 잘 표현할 것이라고 생각한 거죠."

지금은 집에 남아 있는 줄로 끊어진 줄을 대체한다는 이병우는 지난해보다 한결 편안한 웃음을 지었다. 줄은 상관없이 자신이 줄에 주는 강도에 따라 음색을 달리하면 된다는 믿음 때문이다. 결국 그냥 그대로의 자신의 삶에 대한 믿음의 비유이기도 하다.

"살 때도 다 똑같아요. 연주를 할 때, 무대에 설 때 제 모습 그대로 보여줘야죠. 다만 책임감은 생겨요. 관객들은 하루를 맡겨놓고 오시는 거니, 그 부분에서는 편할 수 없죠."

realpaper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