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물 배째라' 텀블러..방심위 '대응책 없어 고민'

김유성 2017. 9. 25.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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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사이트, 암호화된 URL, 자율 규제 비협조

[이데일리 김유성 김영수 기자] 글로벌 블로그 사이트 ‘텀블러’가 성매매와 음란 정보의 온상이 되면서 국내 인터넷 콘텐츠 심의·차단 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곤혹스러운 입장이 됐다. 텀블러 내 음란·성매매 정보를 막을 수 있는 ‘마땅한 수’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명길 국민의당 의원은 25일 텀블러 측이 방심위의 ‘불법 콘텐츠 대응에 대한 협력’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자신들은 한국의 법령에 지배를 받지 않는 미국 회사이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게 텀블러 측의 ‘알려진’ 입장이다.

최 의원에 따르면 시정 요구를 받은 ‘성매매·음란’ 정보 가운데 텀블러의 콘텐츠가 압도적으로 많다. 올해 시정요구를 받은 인터넷 상 음란 콘텐츠 중 74%가 텀블러 정보였다. 더욱이 청소년도 로그인 과정 없이 텀블러 내 음란 콘텐츠를 볼 수 있다.

터블러에서 ‘야동’이란 단어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화면
텀블러를 통한 음란물 유통이 많아지자 방심위는 지난해 8월 ‘불법 콘텐츠에 대한 대응에 협력을 요청한다’는 메일을 보냈다. 텀블러 측은 ‘텀블러는 미국 법률에 의해 규제되는 미국 회사’라며 ‘텀블러는 대한민국에서 실제 존재하지 않으며 관할권이나 법률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문제는 방심위가 텀블러에 유통되는 음란물을 차단하기 위해 쓸 수 있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점이다. 텀블러와의 협조는 커녕 텀블러 내 음란물 차단 방법도 마땅치 않다.

우선은 텀블러와의 한국 정부 기관과의 소통 창구가 전무하다.

텀블러 운영사는 포털 사이트 야후다. 야후는 2013년 텀블러를 인수했다. 야후가 2014년 한국에서 사업을 철수하면서 한국 내 텀블러 ‘컨택 포인트’도 사라졌다. 국내 지사를 통해 방심위와 음란물 방지 협조를 하고 있는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다른 글로벌 기업과 다른 점이다.

협조가 어렵다면 ‘차단’의 방법이 있다. 주로 해외에 서버가 있는 음란물 사이트에 대한 대응책이다.

그러나 방심위가 텀블러에 이 방법을 쓰기 쉽지 않다. 텀블러가 사용하는 인터넷 주소가 보안성 높은 https로 돼 있기 때문이다. 서버와 교신하는 정보가 암호화돼 있다보니 차단 자체가 어렵다.

전체 사이트를 차단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텀블러 내 콘텐츠 중 음란·성매매 정보는 일부이기 때문이다. 자칫 과잉 대응이라는 비난마저 들을 수 있다. 지난 2015년 방심위는 몇몇 음란만화를 문제 삼아 웹툰 사이트 레진코믹스를 차단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남은 것은 자율 규제다. 이 부분도 텀블러는 거부하고 있다. 방심위 입장에서는 쓸 수 있는 카드가 없는 셈이다. 더욱이 지난 5월 이후 방심위원장을 비롯해 통신소위 등 위원회 업무가 중지된 상태다. 위원장 선임 작업조차 돼 있지 않다. 각종 심의·의결 사항이 쌓여 있다는 게 방심위 내부 후문이다.

최명길 의원은 또 “방통심의위 역시 메일을 보내는 수준의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 외교부나 방통위 등의 협조를 얻거나 미국에 직접 찾아가는 등 텀블러가 자율심의협력시스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김유성 (kys4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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