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파 무임승차는 옛이야기, 이청용-지동원도 마찬가지다

임성일 기자 2017. 9. 25. 16:2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해외파라면 무임승차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축구대표팀의 상황은 다르다. 그 대상이 이청용과 지동원이라도 마찬가지다. © News1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대한민국 축구 선수가 '다른 나라'에서 뛰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과거가 아니다. 과거 차범근(독일)이나 허정무(네덜란드) 등 특이한 케이스를 제외한다면 노정윤, 고정운, 홍명보, 황선홍, 유상철, 최용수 등 대표급 선수들의 J리그 러시가 진행된 1990년대 중후반이 본격적이다.

이후 2002 월드컵 4강의 전리품과 함께 유럽으로 하나둘 진출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해외파'라는 명함을 그리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됐다. 급기야 대표팀 구성원 전체가 해외파로만 꾸려지는 날도 왔다.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25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10월7일 러시아, 10월10일 모로코와의 유럽원정 2연전에 나설 23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월드컵 9회 연속 진출에 성공한 뒤 러시아 본선을 목표로 진행하는 첫 번째 행보다.

이번 대표팀은 해외파 중심으로 꾸려졌다. 예견됐던 일이다. 벼랑 끝 승부였던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9, 10차전을 앞두고 '조기소집'이 가능토록 대표팀을 위해 희생했던 K리그 구단들을 위해 이번에는 대표팀이 배려했다. 10월8일에 K리그 클래식 일정도 있어 차출이 어려웠다.

이런 배경과 함께 역대 최초 '전원 해외파'로 구성된 대표팀이 탄생했다. 예전과 비교하면 큰 변화다. 그와 함께 또 다른 형태의 변화도 있다. 해외파 숫자는 많아졌으나 비중은 예전보다 헐거워진 느낌이다. 과거 바다 밖에서 뛰는 선수라면 무조건 발탁돼 선발로 나설 확률이 컸으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번에는 K리거의 비중이 높았으니)해외에 있는 선수들도 기회를 받아야한다고 생각한다. K리그 선수들이 긴장해야할 것"이라 전했으나 사실 불안감을 갖고 있는 쪽은 해외파다.

외국에서 뛰고 있다는 자체만으로 비교우위를 점할 때가 분명 있었다. 그러나 제법 과거의 일이 됐고 소속만 해외파이지 정작 출전기회를 잘 잡지 못하면서 점점 기량이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23명의 신태용호 2기 멤버들 중에서도 그런 존재들이 있다.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던 자리에서 신태용 감독은 지동원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박주호(도르트문트)나 석현준(트루아) 등 소속팀에서 뛰지 못하는 이들이 제외된 것과 달리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는 지동원은 왜 뽑혔는가에 대한 날선 물음이었다.

신 감독은 "차두리 코치를 독일까지 파견해서 지동원과 이야기 나눴다. 몸은 좋은데 감독이 출전기회를 주지 않고 있다 하더라. 지동원 스스로 대표팀에 들어와서 같이 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커 테스트를 해보고 싶었다"고 귀띔했다.

이어 "비록 소속팀 경기에는 못나가고 있지만 공격자원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회를 주고 싶었다. 러시아 본선까지 함께 할 수 있을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구구절절 설명이 길었다. 지동원이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이지 못한다면, 다음에는 비슷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공산이 크다. 괜히 잡음을 키울 이유가 없다. 예전에 구자철과 함께 '지구 특공대'라 불리던 지동원이 아니다.

기성용(스완지)과 함께 '쌍용'으로 불리며 오래도록 대표팀 터줏대감 역할을 했던 이청용(크리스탈팰리스)의 입지 또한 불안하다. 이름값과 대표팀 경력만으로는 누구에게도 밀릴 것이 없는 '블루 드래곤'이지만 지금은 안팎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크리스탈팰리스에서는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많고 대표팀에 들어와서도 예전처럼 비상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유럽 2연전은 K리거들을 제외하고 해외파들만 꾸려지는 조건이기에 잡음 없이 승선할 수 있었으나 지금과 같은 흐름을 반전시키지 못한다면 더 이상 무임승차는 힘들지 모른다.

이청용과 지동원은 지금껏 '박힌 돌'에 가까웠다. 이청용의 A매치는 76회, 지동원은 45회다. 하지만 현재 페이스라면 A매치 기록 추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청용과 지동원에게 이번 2연전은 절실한 시험대다. 두 선수뿐 아니라 비슷한 입장의 해외파들이 꽤 많다.

lastuncle@news1.kr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