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상의 시와 닮은 공연..서울예술단 '꾿빠이, 이상'

송은아 2017. 9. 25.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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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중구 CKL스테이지 '꾿빠이, 이상'(사진) 공연 현장.

일제강점기를 산 시인 이상이 이런 질문을 받는다.

새로운 실험으로 주목받은 서울예술단의 '꾿빠이, 이상'은 이상의 시와 닮은 공연이었다.

흰 옷의 배우들은 '능금 한 알이 추락하였다. 지구는 부서질 정도만큼만 상했다'로 시작하는 이상의 시 '최후'를 반복해서 읊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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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당신의 복잡함과 모호함이 힘들지 않나요?”

21일 서울 중구 CKL스테이지 ‘꾿빠이, 이상’(사진) 공연 현장. 일제강점기를 산 시인 이상이 이런 질문을 받는다. 순간 대신 고개를 끄덕이고 싶어진다. 새로운 실험으로 주목받은 서울예술단의 ‘꾿빠이, 이상’은 이상의 시와 닮은 공연이었다. 형식과 논리를 뛰어넘은 그의 시를 ‘이머시브 공연’이라는 실험적 그릇에 담았다. 기존처럼 정답을 떠먹이는 공연이 아니기에, 관객 만족도도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었다. 일부에게는 형식과 내용이 서로 조응하는 새로운 공연, 일부에게는 실험을 위한 실험에 그친 공연으로 비칠 듯했다.

공연 시작부는 우주의 장례식장에 온 것 같다. 관객은 모두 흰 가면을 쓰고 있고, 배우들은 관객과 섞여 제의를 지내듯 서 있다. 흰 옷의 배우들은 ‘능금 한 알이 추락하였다. 지구는 부서질 정도만큼만 상했다’로 시작하는 이상의 시 ‘최후’를 반복해서 읊조린다.

기존 시의 틀을 벗어난 이상처럼, 이 작품에서 배우들은 관객 사이를 성큼성큼 오간다. 중앙에서 이야기가 흘러가는 중에도 관객의 뒤와 옆에 산재한 배우들이 각자 연기한다. 관객은 원하는 곳을 보며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된다. 연기·음악·무용이 합쳐졌지만 가무극이라기엔 애매하다. 음악과 의상은 일제강점기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해 미래적이다. 가느다란 바이올린 선율 사이로 징이 울리는가 싶더니 불협화음이 점점이 이어진다. 김성수 음악감독은 “미니멀리즘이 기조”라며 “작곡가 마이클 니만과 필립 글래스를 참조했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이상이라는 인물과 시를 파면 팔수록 종잡을 수 없다고 말한다. 이상이 누구인지 정의하기란 힘들다. 동시에 인간의 정체성 역시 다층적·유동적이지 않은지 묻는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이 기억하는 내가 세상에 파편처럼 흩어져 있을 뿐이다. 이런 메시지는 작품의 실험성과 맞아떨어진다. 관객 만족도는 갈릴 듯하다. 취향이 맞는 이들이 크게 반긴다면, 일부에게는 형식의 새로움만 두드러져 메시지가 와닿지 않을 수 있다. 30일까지.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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