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고유문화 선보일 기회..서구식 쇼 경계해야"

2017. 9. 25.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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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올림픽 개·폐막식 총감독 파파이오아누 신작 들고 내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개·폐막식 총감독을 맡았던 그리스 연출가 디미트리스 파파이오아누가 25일 서울 종로구 메이플레이스호텔에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제공]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세리모니 일부는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특히 어린 소년이 홀로 굴렁쇠를 굴리며 전체 경기장을 가로지르는 모습에 특별한 감명을 받았어요. 아테네 올림픽의 어린 소년이 종이배를 타고 홀로 물을 가르는 장면이 '굴렁쇠 소년'을 참고한 것이죠."

오는 28~30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아시아 초연되는 최신작 '위대한 조련사' 공연을 앞두고 내한한 그리스 연출가 디미트리스 파파이오아누(53)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개·폐막식 총감독'이란 이력으로 널리 이름을 알렸다.

그는 1896년 최초의 근대 올림픽을 열었던 그리스 아테네에서 100여 년 만에 다시 열린 축제에서 그리스 역사와 예술에서 영감을 받은 꿈을 표현하며 '신화의 무대'를 선보인 바 있다.

25일 서울 종로구 메이플레이스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난 파파이오아누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준비 중인 한국에 해줄 말이 없느냐는 질문에 "감히 조언하고 싶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 올림픽 세리모니는 특정 나라의 가장 고유하고 독창적인 문화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올림픽 세리머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을', '어떻게' 소통할지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무엇'은 해당 나라의 전반적 윤곽을 보여주는 것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나라만의 역사와 철학, 가장 독특하고 특징적인 면이 부각돼야 합니다. 그다음은 그러한 콘텐츠를 '어떻게' 소통해내는지가 관건이죠. 여기에서 주의해야 할 부분은 서양, 특히 미국식 TV쇼 규칙을 따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고유성이 사라지면 전혀 흥미롭지 않은 무대가 됩니다."

이에 따라 그는 "한국의 최고 예술가들을 고용하고, 한국 문화만의 독창성을 보여줘야 하며, TV쇼 같은 상업 극에 속한 예술가들 기용은 줄여야 한다"는 조언을 내놨다.

아테네 올림픽 개·폐막식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그는 절대적인 단순함과 절제미로 요약되는 독창적 작품 세계로 예술계에서 고유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순수 미술에 뿌리를 뒀지만, 특정 장르로 한정 짓기 힘든 '무대의 시인'으로 불린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작은 부분에 집중하는 특성, 군더더기를 걷어낸 무대, 미니멀하지만 거대한 상상력을 응축시킨 무대로 유명하다.

그 무대에서 파파이오아누는 연출가이자 안무가이며 배우다. 무대·의상 디자인을 맡기도 한다. 1986년 '에다포스 댄스 씨어터'란 단체를 창설해 17여 년 동안 실험 무용과 퍼포먼스, 신체극 등을 결합한 복합장르를 선보이고 있다.

그는 "인간은 점점 복잡한 문화를 만들고 있고, 잘못된 생산물들도 쏟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조용히 있을 수 있는 능력, 여백이나 공간감을 느낄 수 있는 능력 등이 현대 사회에서 점점 없어지고 있어요. 그러한 능력으로 회귀하고 싶고, 그러한 단순성을 표현하고 싶어요. 그게 예술이고 시(詩)라고 생각합니다."

디미트리스 파파이오아누 신작 '위대한 조련사'[SPAF 사무국 제공]ⓒJulian Mommert_JCM

이번에 공연되는 신작 '위대한 조련사'는 오는 지난 15일 개막한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의 하이라이트로 소개되는 작품이다.

SPAF 프로그램 디렉터인 이병훈 연출가는 "올해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라며 "역사와 인간 근원을 아름다운 방식으로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연출가 스스로는 "작품을 해석하는 것은 온전히 관객의 몫"이라며 해석의 여지를 열어놨다.

다만 그는 "인간이 삶과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온전한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시간을 써야 하는지를 말하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음악 대신 음향 효과 등을 주로 사용해온 그의 여느 작품과 달리 요한 슈트라우스의 왈츠 등이 활용된다.

"때로는 음악을 사용하는 게 정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음악 대신 시각적 효과나 움직임으로 감정을 표현해내고 싶었거든요. 그러나 이번 작업은 여러 시도 끝에 음악을 사용하기로 했어요. 결국, 중요한 것은 창작 과정은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규칙에 매이지 않은 채 작품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들을 사용해 창작하고 있습니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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