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레버리지드론' 금융위기 이전 수준 급증세

정혜민 기자 2017. 9. 2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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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보호 약정 대폭 이완.."경기침체시 위험"
토이저러스 로고. © AFP=뉴스1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미국과 유럽에서 이미 부채가 과도한 기업에 대한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경제 팽창세가 꺼질 경우 이런 고위험 대출이 금융 시장에 압박을 가할 우려가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S&P 글로벌마켓 인텔리전스 산하 LCD에 따르면 미국의 올해 레버리지드론(Leveraged loan) 대출 물량은 53% 급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이었던 2007년의 5340억달러 사상 최대 기록을 넘어설 기세다. 레버리지드론이란 사모펀드나 기업이 다른 기업을 인수할 때 피인수업체의 자산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빌리는 돈을 뜻한다.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은 이를 담보로 증권을 발행하여 상품으로 판매한다.

표면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레버리지드론 시장에 뛰어드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중앙은행의 부양책이 채권 및 주식 시장의 수익률을 끌어내렸기 때문이다. LCD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8월 말까지 미국의 레버리지드론 펀드에 공급된 투자금은 169억달러에 달했다. 시장에 공급된 투자금의 총 잔액은 1412억달러에 달했다. 8월 중에만 유럽에서 레버리지드론에 76억유로가 모였다. 7년 만에 최대다.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게다가 최근 유럽에서 발행되는 론은 과거에 비해 투자자 안전성이 약해졌다고 WSJ은 전했다. LCD에 따르면 올해 유럽에서 발행된 신규 레버리지드론의 70%는 규제가 약한 약식대출약정(Covenant-lite)이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4년 전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자산운용사 이튼밴스의 제프 뮬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수요가 새로 생겨나는 것에 비해 대출이나 채권에 투자할 자금이 넘쳐난다면 레버리지가 점차 증가하고 약정은 느슨해진다"고 설명했다.

역사적으로 미국에서는 약식대출이 표준으로 자리 잡았지만, 유럽의 대출 대부분은 엄격한 규제를 적용받았다. 하지만 로펌 레이섬앤드왓킨스의 크리스토퍼 캔틀은 "유럽의 대출 규약도 점점 더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자 지급 및 추가 대출 신청과 관련해 차용자의 유연성을 대폭 확대한 규정을 언급했다.

사모펀드들의 기업 차입매수(LBO) 대출은 아직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한참 밑돌고 있다. 올해 발행된 차입매수 대출은 2007년 수준에 비해 34% 정도 낮다. 유럽에서는 기업 차입매수 활동이 늘어나고 있으나 2007년 고점의 25%보다 적은 수준이다. 그러나 더 많은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WSJ은 경고했다.

WSJ은 18일 토이저러스의 파산보호(법정관리) 신청이 부채 위험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고 전했다.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토이저러스 경영진은 회사의 운신이 '엄청난 레버리지'로 인해 방해받았다고 밝혔다. 토이저러스는 2005년 매각되면서 떠안은 레버리지드론 및 하이일드 채권을 포함해 53억달러 빚을 지고 있었다. 토이저러스의 자산 규모는 69억달러 수준이다.

WSJ은 현재 채무불이행(디폴트) 수준은 매우 낮고 세계 경제성장률은 다시 상승하고 있지만, 시장 환경이 변화하거나 경제성장세가 둔화할 경우 대출 붐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이체방크의 헨린 존슨 글로벌 부채자본시장 팀장은 "시장에 거품이 형성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 조정할 때는 이미 지난 것"이라고 경고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도 레버리지드론 붐이 일며 시장이 과열됐다는 신호를 보냈다. S&P/LSTA 레버리지드론 인덱스에 따르면 2008년 위기가 심화하면서 레버리지드론 투자자들은 약 30% 손실을 봤다.

규제 기관들도 이에 주목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최근 분기 보고서에서 약식대출의 증가세를 언급하며 현재 미국 기업들의 레버리지가 2000년 이후로 가장 심화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제가 침체하거나 금리가 오를 경우 경제에 해를 입힐 수 있다고 BIS는 밝혔다.

heming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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