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참여하는 개헌, 어떻게..아일랜드 사례보니

유성운 입력 2017. 9. 25. 12:50 수정 2017. 9. 2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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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未生)에서 완생(完生)으로. 1987년 만들어진 개헌에는 '미완'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그 해 대선 전까지 내놓으려다보니 3개월 남짓 시간만 주어진데다 당장 시급한 직선제 개헌에 집중하다보니 ‘민의’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당시에도 문제가 제기됐다. 개헌특위 회의록을 보면 한석봉 의원은 “개헌 작업이 공청회 한 번 개최하지 않은데다 각계 각층의 의견도 수렴하지 않은 채 8명이 밀실에서 만들어진 불행한 헌법”이라고 지적했다.

이때문에 내년 예정된 개헌만큼은 토대에 '민의'라는 주춧돌을 탄탄히 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하지만 현재 국회에서 가동중인 개헌특위에 대해선 1987년의 도돌이표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개헌특위 측이 내놓은 로드맵에 따르면 10월 말까지 원탁토론 및 대국민보고대회를 마치고 12월까지 헌법조문을 작성해 내년 2월 까지는 개헌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9~10월 대정부질문과 국정감사 등을 감안하면 시간이 빠듯할 뿐 아니라 국민들의 참여통로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개헌안을 완료하려면 ‘정치인만의 개헌’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본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 4명 중 3명은 개헌에 국민이 직접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헌안을 마련하는 방식은 다음 중 어떤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74.9%가 '국민참여기구가 개헌안을 만들어 국회나 정부에 제출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국회의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국회의원 299명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 5명 중 4명(82.2)이 '국회 개헌특위에서 마련하는 방식'에 찬성했다.

전문가들은 '미생의 개헌'을 '완생의 개헌'으로 완결짓기 위해선 국민의 참여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시 선거용 개헌으로 전락하면 정통성과 민주성에 대한 논란이 대두될 것이라는 것이다.

반론도 있다. 야권의 한 의원은 “고대 아테네도 아니고, 헌법을 고치는데 5000만 국민의 민의를 반영하다가는 1세기가 걸려도 시간이 모자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지문 연세대 연구교수는 “인구 규모가 우리보다 적지만 아일랜드 헌법의회(501만 명)의 사례를 참고할 만 하다”고 말했다. 아일랜드 헌법의회는 의장 1명, 의원 33명, 시민 66명 등 100인으로 구성된 헌법 논의 기구다. 의회와 시민의 비율을 1:2로 구성한 것이다. 시민 66명은 선거인 명부를 기반으로 선출하되 최대한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 여론조사 회사가 선발 작업을 전담토록 했다. 아일랜드 헌법 의회는 2012년 12월부터 1년 4개월 동안 10건의 개헌 사안을 검토해 대통령 출마자격을 35살에서 21살로 낮추는 것과 동성결혼 허용 등 2건을 최종 선정해 국민투표에 부쳤다. 그 결과 대통령 출마 나이를 낮추는 것은 국민투표에서 부결되었으나 동성결혼은 통과했다. 이 교수는 "전문가들의 발표, 이슈의 찬반 입장에 따라 나뉜 집단 간 토론, 라운드 테이블 논의 등을 통해 토요일 심의를 거치면 일요일 오전에는 표결을 진행하는 식으로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했다"며 "시민들의 참여를 확보하기 위해 주말을 활용해 의회를 진행했다. 이때문에 생활 밀착형 이슈가 헌법에 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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