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 기각 위기'김기춘..출구는 재판장의 예외 인정 뿐
항소이유서 기간 넘기면 기각이 보통
김효재 전 정무수석에게는 예외 인정
김 전 실장, 김 전 수석 변호사도 선임
형사소송법상 재판부는 정해진 기간을 넘겨 항소이유서를 제출한 측의 항소를 원칙적으로 기각하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형사소송법 361조의4 제1항). 쌍방이 항소했다면 재판부는 기간을 지킨 쪽의 항소이유만 살펴봐야 한다. 김 전 비서실장의 항소가 기각되면 그가 1심에서 받은 징역 3년형이 항소심에서 줄어들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불변기간을 넘긴 항소이유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게 법조계의 상식이다. 이 조항은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판단까지 받았다. 헌법소원을 대리했던 나승철 변호사는 “피고인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했지만 헌재는 각하 결정을 내렸다.
서울고법은 최근에도 특수상해죄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가 제 때 항소이유서를 내지 못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해 원심을 확정했고(9월 22일 형사2부 결정), 1심에서 징역형이 선고된 군강제추행 사건에서 항소이유서를 늦게 낸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피고인 측의 항소이유만 살펴 선고유예를 결정하기도 했다(6월 30일 형사1부 판결).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변호인의 ‘항소이유서 지각 제출’은 종합병원 의사가 의료 사고로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 '기각 결정' 않을 예외 사유 4가지…희망은 '재판부 직권'뿐
법원이 항소기각 위기에서 피고인을 구제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법 규정상 홍수ㆍ천재지변이 일어나거나 피고인이 지나치게 멀거나 교통이 불편한 곳에 있는 경우 제출 기한을 연장해 줄 수 있다(형사소송규칙 44조). 하지만 지난달 서울에 자연재해는 없었고 김 전 비서실장은 서울고법에서 12km거리의 서울 문정동 남부구치소로 이감돼 오히려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 있는 다른 피고인들보다 하루 빨리 소송기록접수통지서를 받아봤다.
판례에 따르면 법원이 국선변호인을 선임해줘야 하는 책임을 다하지 못해 기간을 넘겼다면 법원은 피고인에게 항소이유서를 제출할 기회를 다시 줘야 한다(대법원 2008도11486 판결). 하지만 서울고법은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다음날 김 전 비서실장을 포함한 피고인 모두에게 국선변호인을 지정했다. 이후 김 전 비서실장이 국선변호인 선임을 취소하고 세 차례에 걸쳐 12명의 사선 변호인을 선임했다.
만약 항소장에 항소이유서도 함께 기재했을 경우 이를 항소이유서로 볼 여지도 있지만(형사소송법 361조의4 제1항 단서) 김 전 실장의 항소장에 항소이유는 적혀 있지 않았다. 김 전 실장의 마지막 출구는 재판부가 직권조사 사유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 뿐이다. 판결문과 기록 등을 살펴 원심 판결이 잘못됐다고 자체적으로 판단해 직권으로 다시 조사하는 것이다. 26일의 공판준비 재판은 재판부가 직권조사의 필요성을 판단하기 위한 자리다.
━ '디도스 특검' 땐 기각 결정 않아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결국은 재판장의 판단에 달린 문제다”며 “재판 신속이라는 가치와 피고인의 재판을 받을 권리 모두 중요한 가치지만 예외 인정이 늘면 재판 질서가 문란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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