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 "박근혜 정부 내 금융거래 정보 조회, 이유 밝혀라"

신효령 2017. 9. 25.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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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에 조사신청
김미화 "국정원 작성 서류 굉장히 많았다···화 나고 불쾌"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황석영(왼쪽) 작가와 방송인 김미화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민관합동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 개선위원회’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피해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2017.09.25.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사춘기 아이들도 아닌데, 국가가 밀실에서 '누구누구를 배제시키라'고 하면서 고립을 유도하고 왕따 시켰다. 문화 야만국의 치부를 드러낸 것이다."

소설가 황석영(74)은 25일 서울 광화문 케이티(KT) 빌딩에 있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에 정식으로 조사 신청을 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블랙리스트 관련 입장을 이 같이 밝혔다.

황 작가는 "세계 속에 한국 문학이 어떻고, 한류가 어떻고 이런 소리를 할 수 없게 됐다"며 "나는 이런 일들이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언론의 책임도 크다고 생각한다. 다같이 반성하고 바로 잡아 문화 선진국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석영 작가는 정부에 비판적 목소리를 꾸준히 제기한 문학계 원로다. 앞서 세월호 참사 문학인 시국선언에 참여한 이후, 집중적으로 감시와 배제를 받아왔음을 밝힌 바 있다.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방송인 김미화와 황석영 작가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 빌딩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에서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 블랙리스트 관련 조사 신청서를 기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2017.09.25. photo@newsis.com

이날 황 작가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문건으로 입은 피해에 대해 증언했다.

그는 "인생의 귀중한 시간을 망명과 투옥 등으로 수십 년간 작품을 쓰지 못하고 허비했다"며 "비록 스스로 인정하지는 않지만 국가보안법상 처벌을 이미 받았던 사람으로서 되풀이되는 모함과 명예훼손은 작가로서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박근혜 정부에 들어와서 문화인에 대한 적극 관리와 억압이 노골화되었던 것은 2014년 4월 세월호 사건 발생 이후부터였다"며 "2014년부터 해마다 6월이면 국민은행 동대문지점에서 검찰 측의 '수사 목적'에 의한 요청으로 금융거래정보를 제공했다는 사실이 내게 통보됐다. 검찰은 어떤 수사 목적으로 몇 년에 걸쳐 금융거래 정보 제공을 요구했는지 그 이유를 밝혀달라"고 했다.
또 황 작가는 "2016년 3월 열린 파리 도서전에서 나는 처음부터 참가가 배제되어 있었다"며 "한국문학번역원 실무자들은 내가 빠진 행사의 곤혼스러운 상황을 모면하려고 도서전 조직위에 연락해 그 쪽에서 초청해 갈 수 밖에 없는 것으로 보고했다고 했다"고 털어놨다.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방송인 김미화와 황석영 작가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 빌딩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에서 진상조사소위 김준현 위원(변호사)에게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 블랙리스트 관련 조사 신청서를 전달 하고 있다. 2017.09.25. photo@newsis.com

그러면서 "나는 프랑스 조직위 측에서 보내온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한 가장 저렴한 에어프랑스 표값을 받기로 하고 자비를 보태어 대한항공편으로 출국했다"며 "귀국하자마자 문화부 측에서는 '황석영을 참가시킨 자가 누구냐'고 번역원에 추궁했고 실무직원은 시말서까지 써야 했다"고 회상했다.

황 작가는 "진상조사위에서 문체부가 관여한 문예진흥위원회와 한국문학번역원의 배제 과정에 대한 사실, 나에 대한 과거 안기부의 혐의 사실 발표문을 짜깁기해서 온라인상에 배포한 최초의 인물과 그 배후를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방송인 김미화(53)씨는 2010년 이후 방송 출연과 외부행사에 제한을 받아왔으며, 최초 공개된 '이명박정부 국정원 블랙리스트'를 통해 실제 배제 대상이었음이 확인된 피해 당사자다.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황석영 작가와 방송인 김미화(오른쪽)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민관합동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 개선위원회’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피해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2017.09.25.suncho21@newsis.com

국정원 개혁위에 따르면 당시 국정원은 여론을 주도하는 문화·예술계내 특정인물·단체의 퇴출 및 반대 등 압박활동을 하도록 지시했다. 국정원은 최근 자체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 조사 결과 "2011년 4월 원장 지시로 MBC 특정 라디오 진행자 퇴출을 유도했다"고 밝혀 김씨 하차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있음을 시인한 바 있다.

지난 19일 김씨는 검찰에 출석해 이명박 정부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과 관련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김미화는 "사실 검찰에 참고인 조사를 받으러 들어가기 전까지는 그렇게 화가 나지 않았다"며 "참고인 조사를 받으면서 국정원에서 작성한 서류가 굉장히 많았다. 이것은 국가에서 권력을 이용해 개인을 사찰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매우 화가 나고 불쾌했다"고 털어놨다.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황석영(왼쪽) 작가와 방송인 김미화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민관합동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 개선위원회’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피해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2017.09.25.suncho21@newsis.com

그러면서 "국정원에서 작성한 서류를 가지고 나오지는 못했지만, 굉장히 많은 사안에 관해 원장 지시라던지 민정수석 요청이라던지, 청와대 일일보고 등으로 되어 있었다"며 "방송과 관련된 모든 단체, 정부의 각 유관기관들과 공조해 내가 활동하지 못하도록 한 증거 자료들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김미화는 "국정원 문건을 보고 나서 너무나 기가 막히고, 과연 이것이 내가 사랑했던 대한민국인가 싶었다"며 "청와대와 방송국 간부가 교감했던 것으로 짐작되는데, 이런 사실이 있었으면 사과하고, 적폐가 청산되고 언론이 바로 서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18일 진상조사위원회는 첫 대국민 보고 자리에서 "블랙리스트가 이명박정부 시절인 2008년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당시 국정원의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 문건을 통해 확인했고, 최근 국정원의 '이명박정부 블랙리스트' 문제가 제기된 만큼, 특정한 시기를 한정하지 않고 조사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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