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지휘자가 축제 오케스트라를 선택한 이유
"다양한 속의 통일성, 유연하고 예측불가한 오케스트라"
유럽 정상의 오케스트라 리그에서 연주자들 조합
다음 달 12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스트라빈스키 연주
화려한 연주자들의 오케스트라인 LFO는 2015년부터 지휘자 리카르도 샤이(64)가 이끌고 있다. 이탈리아 태생으로 20대에 이미 유럽 정상의 오케스트라를 책임졌던 지휘자다. 1980년 베를린 방송 교향악단에서 시작해 암스텔담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로 활동했다.
지휘의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며 각 도시에서 화제를 모으던 그는 2년 전 돌연 루체른과 밀라노를 선택했다. 루체른의 LFO와 밀라노 라스칼라 오페라 극장의 수장을 맡은 것이다. 오페라는 샤이의 출발 지점이라는 의미가 있다. 그는 고(故)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조수로 라 스칼라 극장에서 지휘 공부를 시작했다. 그렇다면 루체른은 어떻게 선택했을까. 여름 축제 때만 모이는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소리는 어떤 특성이 있을까. 샤이에게 e메일로 물었다.
Q : -LFO 멤버 선정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무엇인가? A : “물론 우리는 다른 오케스트라에서 오랫동안 일한 단원의 경력을 존중한다. 하지만 음악적으로 신선한 생각을 가진 연주자들도 중요하다. 덕분에 다양함 속의 통일성이라는 점이 LFO의 중요한 정체성이 된다.”
Q : 훌륭한 개인기를 가진 단원들은 오케스트라의 조화에 어떻게 도움이 되나? A : “단지 독주 경력으로 유명한 연주자를 LFO 단원으로 뽑지는 않는다. 2003년 이 오케스트라를 만든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유산을 박제화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오히려 계속 뻗어나게 해야 하는데 단원 명단을 혁신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나는 예전에 함께 했던 단원 몇명을 루체른으로 데리고 오기도 했는데 오로지 전체 조화를 위해서다.”
Q :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다른 교향악단에 비해 연습 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다. 어떻게 조율하나? A : “아바도의 지휘 아래 LFO는 이미 독특한 정체성을 가지게 됐다. 내 의무는 오직 그 특성을 더 살리는 것이고, 기존의 레퍼토리와 해석을 안정되게 하는 것이다. 각 오케스트라에서 온 연주자들은 음악 뿐 아니라 사람들과의 관계 측면에서도 조화를 이루기 원하는 열망이 있다. LFO와의 경험은 내가 기대한 것과 정확히 일치했다. LFO와 첫 리허설에서 나는 첫 악장을 한번도 멈추지 않고 지휘했다. 나는 그저 단원들이 내 지휘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하고 싶어졌다. 또 내 음악적 아이디어와 해석에 어떻게 화답하는지 보는 것만도 흥미로웠다. 시작하기 전에 음악적 해석의 방향을 일러주자 그들은 즉각 이해했다. 2년차인 올해는 연주 곡목을 다양화 해서 단원들과 새로운 시기를 열어가려 한다.”
Q : 올해 하반기 한국에는 암스텔담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베를린 필하모닉 등 많은 명문 오케스트라가 내한한다. 그 중에서 LFO의 특징은 무엇인가. A : “우리는 유럽 오케스트라의 톱 리그에서 연주자들을 매년 조합하는 셈이다. LFO는 유럽 오케스트라의 다양한 장점에서 혜택을 입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LFO의 사운드는 유연하고 때로는 예측 불가능하다. 아마도 이것이 다른 오케스트라와 비교했을 때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일 것이다. 특히 한국에서 연주하는 스트라빈스키는 올 여름 루체른 페스티벌에서 공연한 세 종류 프로그램 중 하나다. 나와 LFO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보여줄 수 있는 대표적인 레퍼토리다.”
LFO와 샤이는 다음 달 12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 베토벤 교향곡 8번과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을 연주한다. LFO가 한국에서 공연하는 건 2003년 창단 이후 처음이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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