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추석>月光浴하고 사랑 고백.. 자손 바라며 예쁜 과일 서리하기도

박세영 기자 2017. 9. 2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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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소수민족

다이족, 달 향해 폭죽·총 발사

짱족, 호수에 비친 달 따라 걷고

몽골족, 말 타고 달 쫓아 달려

아창족, 개 배불리 먹이고 감사

- 힌두·중남미권 명절

印, 10월말‘빛의 축제’디왈리

네팔, 보름간 고향서 고기잔치

멕시코, 11월 2일‘망자의 날’

초콜릿 해골모형에 명복 빌어

온 가족이 모여 시간을 보내는 ‘명절’은 한국 등 동북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 존재하는 고유한 문화다. 특히 수확이 이뤄지는 풍요로운 계절인 가을 전후로 명절을 지내는 문화권이 많다. 명절을 치르는 모양새는 다르지만 가족, 친지들이 오순도순 한데 모여 음식을 나누고 각종 풍습에 따른 의식이나 놀이를 한다는 점은 만국 공통이다.

◇힌두·이슬람권, 중남미의 명절 = 인도에는 흔히 ‘빛의 축제’로 알려진 ‘디왈리(Diwali)’라는 최대 명절이 있다. 매년 10월 말∼11월 초 무렵에 닷새 동안 열리는데, 인도인들은 디왈리를 새해의 시작으로 여기기도 한다. 한국의 추석이나 미국 등 기독교 위주 국가들의 추수감사절과 비슷하다. 지역별로 숭배하는 신이 다르거나 행하는 의식이 조금씩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락슈미 여신’을 모시는 것이 명절의 기본이다. 축제 기간에 집집마다 작은 등불·촛불·향을 피워 인도 전역이 불빛으로 빛난다.

네팔에도 최대 15일간 치러지는 ‘다샤인(Dashain)’이라는 명절이 있다. 보통 매년 9월 19일부터 10월 3일까지 이어진다. 다샤인의 주요 행사가 벌어지는 9일간은 네팔의 모든 관공서가 문을 닫고 학교도 방학한다. 명절 행사로 수도 카트만두의 심장부에 위치한 더르바르광장에서 대규모 고적대가 행진을 하고, 광장 뒤편 정원에서 염소와 물소를 제물로 바치는 제사가 진행되기도 한다. 또 이날만은 특별히 왕궁이 일반 시민에게도 공개된다. 다샤인 기간에는 타지에 나가 있는 많은 네팔인이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와 가족들과 함께 대규모 고기 잔치를 벌인다.

아랍국가를 비롯해 아프리카·동남아 등 이슬람 문화권의 최대 명절은 ‘이드 알 아드하(Eid al-Adha)’다. 이슬람력으로 12월 8~10일 행해지는 메카 연례 성지순례(대순례)가 끝나고 열리는 이슬람권 최대 명절(올해의 경우 양력 9월 1일)로 ‘희생제’라고도 불린다. 이 기간 무슬림들은 고향으로 돌아가 각자의 집에서 잡은 양이나 낙타, 소 등으로 제를 올린 뒤 이웃 및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나눠 먹는다. 중남미의 멕시코에도 매년 11월 2일부터 이틀간 ‘망자의 날(Dia de Muertos)’이라는 큰 명절을 쇤다. 멕시코의 공식 공휴일로 멕시코계 주민이 있는 곳에서는 매우 성대한 행사이다. 이날은 설탕이나 초콜릿 등으로 해골 모형을 만들고 이를 제단에 놓아 죽은 이의 명복을 비는 의식을 치른다.

◇소수민족별로 다양한 중국의 추석 풍경 = 중국은 한국과 비슷하게 음력의 새해 첫날을 기념하는 춘제(春節·중국의 음력 설)뿐만 아니라 가을을 기념하는 명절을 쇠기도 한다.

특히 중국에는 한족 외에 55개의 소수 민족이 있으며 이 중 20여 민족이 각양각색의 풍습으로 한국의 추석에 해당하는 가을 명절을 지낸다. 광시좡족(廣西壯族)자치구와 윈난(雲南)성 등에 밀집한 최대 소수 민족인 좡(壯)족은 추석이 되면 강 위에 세워진 대나무 집에 떡을 걸어 두고 달에 제사를 지낸다. 젊은 여성들은 물에 꽃 모양의 등을 띄우고 행복을 빈다. 마을에는 큰 상을 차려 향로를 피우고 상 옆에는 대나무를 세워 달의 신이 이를 타고 내려온다고 믿는다. 이들은 달의 신을 모시고 노래를 부르고 점을 치고 노래를 주문으로 달에 바친 뒤 다시 달을 돌려보내는 의식을 치른다.

추석을 낭만적 풍습으로 장식하는 소수민족도 있다. 먀오(苗)족은 추석에 남녀가 사랑을 고백하는 풍습을 가지고 있다. 근면하고 용감한 청년 달이 아름다운 수청(水淸)이라는 아가씨와 사랑에 빠졌고 이 둘은 해의 방해를 극복하고 함께하게 됐다는 먀오족의 전설에 따른 것이다. 먀오족은 추석날 밤 월광욕을 하고 함께 춤추고 노래하며 이들의 사랑을 기념한다. 이를 ‘조월(躁月·중국어 탸오웨)’이라고 부르며, 젊은 남녀들은 이 ‘조월’을 하는 중에 끌리는 사람에게 마음을 고백한다. 구이저우(貴州)성, 후난(湖南)성 등지에 거주하는 둥(동)족은 전설 속 월궁(月宮)의 선녀가 세상에 뿌린 감로(甘露·단 이슬)를 훔쳐 먹는다는 풍속이 있다. 젊은 여성들은 꽃 양산을 쓰고 마음에 드는 밭에 가서 채소나 과일을 주인 ‘몰래’ 따면서 “당신 집의 과실은 내가 따가니 우리 집에 유차(油茶)를 마시러 오세요”라고 소리친다. 밭 주인집의 남성이 마음에 든다는 표시다. 결혼한 여자들도 자손을 잘 본다는 뜻으로 크고 잘생긴 과일과 채소를 서리하고 어린이들도 선녀가 앞으로 인생을 행복하게 해준다는 뜻으로 서리를 한다. 그러나 서리한 과일이나 채소를 집으로 가져오면 안 되며 당일에 밖에서 다 먹어야 한다는 관례도 있다.

한국에서 추석이면 ‘강강술래’를 하며 달빛 아래서 명절을 즐기듯이 다이()족도 추석이면 달에 경의를 표하는 세시풍속이 있다. 다이족 전설에 달은 원래 하늘나라 신의 세 번째 아들로 다이족을 이끌고 전투에서 승리한 지도자였다. 그가 죽어 달이 되자 다이족은 매해 달이 밝은 추석이 되면 남자들은 사냥을 하고 젊은 여자들은 물고기를 잡아 성대하게 달에 제사를 지낸다. 하늘을 향해 폭죽을 쏘거나 총을 발사하는 것도 달을 향한 의식이다.

또 티베트 고원에 사는 짱(藏)족은 추석 밤에 강이나 호수 등에 비친 달을 따라 걷는 풍습이 있다.

몽골족은 명나라 시조 주원장에게 원나라가 패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해 추석을 잘 쇠지 않는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달이 밝은 날이면 남녀노소가 말을 타고 달빛 아래서 달을 쫓아 달린다.

또 러시아와의 접경 지역에 사는 어원커(鄂溫克·에벤키)족은 추석이 되면 가족과 친지들이 모여 서로 안부를 묻고 잔치를 벌인다. 모닥불을 피우고 둘러앉아 밤이 깊도록 노래를 하고 춤을 추며 즐긴다.

윈난성의 아창(阿昌)족은 신이 양식을 아끼지 않는 인간들에게 경고하기 위해 개가 짖는 곳마다 곡식을 없애자 사람들이 개를 잡아먹었으나 결국 농사의 이치를 깨달았다는 전설에 따라 추석이 되면 개에게 감사하며 개를 배불리 먹인다.

◇한국보다 조금 이른 일본의 설과 추석 = 일본은 양력 설인 ‘쇼가쓰(正月)’와 양력 추석인 ‘오봉(お盆)’이 최대의 전통 명절이다. 두 명절 모두 한국의 설·추석과 같지만 날짜가 양력이라는 점이 다르다. 일본에서도 명절이 되면 한국과 같이 귀성행렬로 인한 대규모 고속도로 정체 등이 빚어져 교통상황이 주요 뉴스가 되기도 한다.

특히 오봉의 경우 연휴나 정부 공식 공휴일이 아니기 때문에 공공기관이나 금융기관 등은 오봉 기간에도 정상적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오봉인 8월 15일을 전후로 2∼3일 정도 자체적으로 휴가를 내고 고향을 찾을 정도로 열성적으로 이 명절을 챙긴다. 일본에서는 이날에 저승에 있는 조상들이 1년에 한 번 이승에 있는 후손들을 찾아오는 날로 여겨 후손들은 조상들을 맞이하는 여러 가지 의례를 준비한다.

고향을 찾은 이들은 한국인들처럼 조상의 묘나 납골당을 찾아 선조의 넋을 기린다. 또 각 가정에서는 일가친척들이 모여 각종 음식을 장만하여 조상에게 바치고 제사를 지낸다. 지역마다 각기 다른 마쓰리(祭)를 행하지만 보통 8월 13일에 조상을 맞이하기 위해 ‘무카에비(迎え火)’라는 의식을 치르며 불을 피운다. 8월 16일에는 저승으로 돌아가는 조상을 배웅하는 의미로 ‘오쿠리비(送り火)’라는 불을 피우는 것이 공통적인 관습이다.

베이징=박세영 특파원, 박준희·김다영 기자 g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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