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INSIDE] 도시바 품은 'SK하이닉스 연합' 낸드 2위로 도약 가능..경영 참여는 난망

김병수 2017. 9. 25.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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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참여한 ‘한미일 연합’이 결국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문(도시바메모리) 인수자로 결정됐다. SK하이닉스가 포함된 연합 컨소시엄은 조만간 도시바와 인수 본계약을 체결하고 인수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컨소시엄에는 SK하이닉스 외에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 애플, 델 등 기업이 참여했다. 일본 기업 중에는 호야가 들어갔고, 일본 산업혁신기구와 일본정책투자은행이 참여할 예정이다.

도시바메모리의 의결권 주식 50.1%는 일본 측이 보유해 경영권을 갖는 구조로 알려졌다. 나머지 의결권은 베인캐피털이 행사한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메모리 인수를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에 6000억엔을 전환사채(CB) 융자 방식으로 참여한다. 다만 SK하이닉스의 융자 금액은 유동적이다.

이 때문에 반도체 업계에선 “진짜 협상은 이제부터”라는 말이 나온다.

도시바는 이사회 의결을 발표하는 자료에서 “이번 계약은 (인수에 참여하는) 해외 기업의 도시바메모리에 대한 의결권을 한정하는 조건을 달아, 도시바 반도체의 장기적인 경영 자유도(경영권)를 보장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도시바메모리를 매각하지만 경영권은 도시바와 일본 정부가 갖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일본 내에선 “애플 등 미국 IT기업 4사는 의결권 없는 우선주를 받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SK하이닉스의 투자금 역시 전환사채가 아닌 단순 융자라고 보도하고 있다. 전환사채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주식으로 바꿀 권한이 있지만 융자는 이자만 받을 뿐, 지분 확보가 보장되지 않는다. 도시바는 또 자사 주식의 의결권에 대해 일본 관민펀드 산업혁신기구와 일본정책투자은행에 ‘지도권’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지도권은 쉽게 말해 도시바를 감시하는 권한이다.

반면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 측은 “일본 측의 경영권 확보는 인정하지만 컨소시엄 참여 기업들도 유의미한 의결권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맥락으로 시장에선 SK하이닉스 경영 참여 가능성에 촉각이 쏠린다. 도시바가 보유한 낸드 원천기술에 대해 SK하이닉스가 얼마나 접근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따라서 이 같은 조건이 그대로 확정되면 SK 입장에선 3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하는 데 비해 실익이 적다는 평가가 나온다. SK그룹의 고위 관계자는 “일본 언론이 보도하는 내용이 다 맞지는 않다. 전체 투자자금이 모두 융자 방식으로는 가지 않을 것”이라며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귀띔했다.

▶낸드 원천기술 접근 기회

WD 소송은 여전한 변수

다른 변수도 있다. 웨스턴디지털(WD)은 지난 9월 20일 도시바가 웨스턴디지털과 공동 운영 중인 욧카이치 공장의 일부 시설에 단독으로 투자한 것이 계약 위반이라며 국제상업회의소(ICC) 국제중재법원에 중재를 신청했다. 각국에서 통과해야 하는 반독점 심사도 남았다. 심사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SK하이닉스가 어떤 방식으로든 도시바 경영권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앞으로 도시바메모리 기업공개(IPO) 과정 등에서 경영권을 일부 확보할 수 있다는 것. 지난해 기준 도시바메모리의 낸드플래시 세계 시장점유율은 19.3%로 세계 2위다. SK하이닉스는 점유율 10.1%로 5위권이다. 두 회사 점유율을 합치면 세계 1위인 삼성전자(35.2%)를 바짝 뒤쫓는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향후 일본 정권이 바뀌면 정부의 입장과 방침에 변화가 올 수 있다. SK하이닉스가 이번 지분 참여로 협력 교두보 확보라는 무형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 분석했다.

[김병수 기자 bs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27호·추석합본호 (2017.09.27~10.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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