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산뜻함과 문학의 향기를 소복이 담아 오는 곳

김종신 2017. 9. 2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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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하동군 이병주문학관

[오마이뉴스 김종신 기자]

 하동 이병주문학관 들어서는 입구
ⓒ 김종신
쪽빛 하늘은 묻는다. 가을맞이 준비를. 싱그러운 아침 바람에 등 떠밀려 구름처럼 하늘에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들었다.  지난 20일, 가을 소식꾼 코스모스를 만나러 가면서도 정작 찾지 못한 이병주문학관으로 여름과 작별 인사를 하면서 다녀왔다.
 
 하동 이병주문학관으로 들어서는 입구부터 환영받는 기분이다. 노랗게 물들기 시작하는 가로수를 따라가다 이정표 따라 왼쪽 마을 속으로 들어가자 꽃 대궐이 펼쳐졌다.
ⓒ 김종신
들어서는 입구부터 환영받는 기분이다. 노랗게 물들기 시작하는 가로수를 따라가다 이정표 따라 왼쪽 마을 속으로 들어가자 꽃 대궐이 펼쳐졌다. 안내판 아래에 '태양은 바래면 역사가 되고 월광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는 가람 이병주 선생이 즐겨 했던 말이 씌여 있다.
 이병주문학관
ⓒ 김종신
문학관이 있는 마을 이명마을 입구는 벌써 신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붉은 꽃무릇과 하얀 메밀꽃 그리고 코스모스가 층층이 계단식 논을 따라 종합선물세트처럼 한들거린다.
 
 이병주문학관 야외 긴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선생의 조형물이 어서와서 함께 책 읽자 손짓하는 모양새다.
ⓒ 김종신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문학관으로 들어선 왼쪽에서 이병주 선생의 흉상이 보인다. 건너편으로는 긴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선생의 조형물이 어서와서 함께 책 읽자 손짓하는 모양새다. 문학관으로 곧장 들어서지 않고 책 읽는 선생 조형물 옆에 앉았다. 햇살이 곱게 내려온다. 근처 정자에는 부부가 눕거나 앉은채로 책을 읽는다. 그 옆 널따란 나무테크는 꽃 대궐 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보게 한다.
 
 이병주문학관 바깥에는 문학비가 세워져 있다
ⓒ 김종신
꽃 대궐에 취할 무렵 문학비가 눈에 들어온다. '역사는 산맥을 기록하고 나의 문학은 골짜기를 기록한다'는 선생의 어록에 새겨져 있다. 찬찬히 어록을 따라 읽으며 주위를 거닐었다.
 
 이병주문학관 바로 앞에 하늘을 뾰족하게 찌를듯한 펜촉 조형물 두 개가 수문장처럼 서 있다.
ⓒ 김종신
'문학의 혼불, 햇불 되어 타오르는 곳 알알이 배어 있는 님의 향기 경건한 마음으로 가슴에 담습니다'는 한울문학 영호남지회의 비가 선생의 문학 세계로 어서 들어가자 재촉한다. 문학관으로 들어섰다. 문학관 바로 앞에 하늘을 뾰족하게 찌를듯한 펜촉 조형물 두 개가 수문장처럼 서 있다. 문학관 왼쪽 전시실에는 커다란 만년필이 종이 사이를 뚫고 내려왔다. 그 아래에는 선생의 작품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이병주문학관 전시실에는 커다란 만년필이 종이 사이를 뚫고 내려왔다. 그 아래에는 선생의 작품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 김종신

전시실 왼쪽에는 '기억 속의 명문장'이라는 소설 속 어록이 정리되어 있었다. '기록이 문학으로서 가능 하자면 시심 또는 시정이 기록의 밑바닥에 지하수처럼 스며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문학 이론이었다. 그래야만 설득력과 감정이입이 함께 가능하다고 믿고 있었던 것이다.(<겨울밤> 중에서)'를 비롯해 <삐에로와 국화>, <관부연락선>, <지리산>, <행복어사전>, <그해 5월>, <산하>, <회색군상의 논리>의 다시금 곱씹어볼 만한 내용을 추려 놓았다.
 
 이병주문학관은 선생의 일대기가 천천히 전시실 방향 따라 함께한다.
ⓒ 김종신
선생의 일대기가 천천히 전시실 방향 따라 함께한다. '한국의 사마천'이라는 평을 받았던 선생은 언론인으로서 5·16쿠데타 세력에 의해 반공 논리에 맞지 않는다며 국제신보 사무실에서 연행되어 2년 7개월을 복역하다 나왔다고 한다.
 
 한국의 발자크라 불린 이병주 선생을 기린 하동 이병주문학관
ⓒ 김종신
전 세계 사실주의 문학의 대표 작가로 유명한 프랑스 발자크를 닮은 선생의 대표작 <지리산> 의 소설 속 구절과 모형물은 마치 내 눈앞에서 그대로 펼쳐지는 듯하다. 선생의 친필 원고와 집필을 재현한 모습 속에 괜스레 제대로 된 만년필이 없어 글쓰기가 어렵다는 투정을 하게 한다.
 
 이병주문학관이 있는 마을 전경
ⓒ 김종신
문학관을 나와 땡강 나무 울타리가 정겨운 문학 산책로를 걸었다. 길 따라 걸으면 선생의 살아온 이력과 문학 세계를 손쉽게 엿볼 수 있다.
 
 하동 이병주문학관 문학 산책로를 걸었다. 길 따라 걸으면 선생의 살아온 이력과 문학 세계를 손쉽게 엿볼 수 있다.
ⓒ 김종신

한복을 입은 이병주 선생 생전의 단아한 모습과 작품, 명문장들이 반기는 전시관을 달빛에 내버려 두고 가기에는 너무 아쉽다. 이병주문학관에서 가을의 산뜻함과 함께 문학의 향기를 소복이 담아 오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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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하동군블로그 해찬솔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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