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추석, 최악의 추석 ⑤] 떠나는 2030..고향 대신 '해외'로 집 대신 '독서실' 찾는다

2017. 9. 25.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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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 대신 ‘어디로’ 떠날지 고민하는 2030
- 고향 대신 해외여행ㆍ호텔ㆍ쇼핑몰 향한다
- 도서관 문닫아 취준생들 독서실 찾아 전전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 1. “결혼 전까지 연휴는 해외에서 보내려고요.”

직장인 강민지(26ㆍ여)씨는 이번 연휴기간 대만 카오슝으로 떠난다. 올해 세 번째 해외여행, 추석여행은 지난해 이어 두 번째다. 지난해 추석, 친구들과 베트남 호치민을 찾아 많은 추억을 쌓았고 올해도 여행을 떠나게 됐다. “항공권이 평소때보다 2배 이상 비싸지만 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했어요. 다녀와서 더 열심히 벌려고요.” 그는 다가올 연휴에 한없이 들떠 보였다.

# 2. 직장인 임모(31)씨는 오는 28일과 29일 직장에 휴가를 냈다. 오랜 기간 미뤄왔던 모발이식을 받기 위해서다. 내년 초순께 결혼을 앞두고 있는 그는 다양한 혼수준비 탓에 머리가 많이 빠졌다고 했다. 이에 긴 연휴를 맞아 모발이식을 결심했다. “상처가 아무는 데 시간이 제법 드니까요.” 그는 말을 마치고선 한숨을 내쉬었다. 

여행을 떠나는 젊은층들. 추석을 앞둔 2030의 고민은 ‘어디로 갈까’였다. 많은 젊은세대가 고향 대신 다양한 여행지를 찾을 계획이다. 또 서울에 머무르며 몰캉스와 호캉스를 즐기겠다고 밝힌 경우도 많았다.


9월과 10월은 여행업계에 있어선 대목이다. 휴가철은 아니지만 많은 고객들이 여행을 떠나는 때로 알려져 있다. 북적이는 인천공항 출국장의 모습.

추석을 앞둔 2030 청년세대들에게 가장 중요한 고민는 ‘어디로 갈까’였다. 상당수 청년들이 해외로 떠나거나 자기계발을 위해 추석 연휴를 보낼 예정이라고 답했다. ‘(고향에) 언제 갈까’가 중요한 고민거리였던 기성세대와 이같은 점에서 달랐다. 청년층에게 있어 명절연휴는 더이상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아니었다.

25일 G마켓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고객 969명을 대상으로 추석 준비에 대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소비자들은 올 추석 연휴에 쓸 총 예산으로 ‘40만원(28%)’을 가장 많이 답했다. 지난해 진행한 추석 설문의 동일한 질문에서는 ‘20만원’으로 답한 소비자가 많았는데, 2배 이상 비용이 늘어난 것이다.

명절 예산을 늘리는 데 가장 크게 일조한 것은 ‘여행 경비’였다. 같은 조사에서 ‘연휴 기간 동안 여행을 간다’고 답한 소비자는 64%에 달했다. 이중 79%가 국내여행을, 21%가 해외여행을 간다고 언급했다.

여행상품의 소비량도 크게 늘었다. 지난 2주간(9/7-9/20) G마켓에서 국내여행 상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은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77% 급증했다. 국내 호텔ㆍ레지던스 예약은 60%, 테마파크ㆍ체험상품 판매는 61% 각각 증가했다.

상당수 젊은 세대가 추석 연휴기간을 여행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많은 고객들로 북적이고 있는 복합쇼핑몰 부산 센텀시티 모습.

해외여행 티켓을 구하지 못한 소비자들은 호캉스, 몰캉스를 준비하고 있었다.

직장인 우보연(28ㆍ여)씨도 이중 하나다. 항공권을 구하지 못한 이번 추석연휴지만, 집에서 보낼 수 없단 생각에 서울시내 호텔 숙박을 알아보고 있다. 그는 “너무 바쁜 탓에 항공권 구매를 알아보지 못했다”면서 “명절을 앞두고 혼자 편히 쉴 수 있는 숙소를 5~6만원대 사이에서 알아보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신촌에 거주하는 직장인 마모(26ㆍ여)씨도 마찬가지. 그는 “아무도 없는 텅빈 신촌거리를 즐기고 싶어 서울에 남는 것을 계획중이다”라며 “혼자 대형마트에 가거나 카페를 들러서 책을 읽고 여유를 만끽할 계획”이라고 했다.

명절이 마냥 반갑지 않은 이들도 있다. 공무원 시험과 취직을 준비하는 많은 수험생들이다. 전국 41만7000명에 달하는 청년 실업자들에게 추석은 눈칫밥 먹는 피곤한 기간이다.

취업준비생 강한빛(27)씨는 이번 추석기간이 막막하다. 인근 구립 독서실이 연휴기간 내내 문을 닫는단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독서실은 집안 사람들의 눈길을 피할 수 있는 중요한 대피처였다. 독서실이 문을 닫으니 갈 데가 사라졌다. 그는 “열흘 간 어디가야 할지 막막하다”면서 “문을 여는 구립도서관을 알아보고 있다”고 털어놨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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