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블라인드 채용' 역차별 논란?..깜깜이 방식에 머리싸맨 취준생

2017. 9. 25.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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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익 고득점을 받기 위해 토익시험을 본 것만 10여 번, 오픽(Opic)점수를 따기 위해서 들인 돈만 90만원,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학점관리를 위해 틈틈이 쏟아 부은 시간은 셀 수 없었다.

블라인드 채용은 입사지원서에 출신학교, 지역, 학점, 영어점수 등을 기재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에서 학점과 학교, 영어점수 등 스펙만 보고 인재를 뽑는 것은 문제지만 그동안 성취해 온 스펙을 모두 배제하는 것도 차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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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 차별ㆍ스펙경쟁 막겠다” 채용 확산
-일부 “기존 성적 배제는 역차별” 지적도
-새로운 양상의 스펙 경쟁 펼쳐질까 우려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 취업준비생인 김모(29)씨는 올해 하반기 블라인드 채용 기업 원서를 쓰면서 영어점수와 학교, 학점 기재란이 없어진 것을 확인하고 허무했다. 토익 고득점을 받기 위해 토익시험을 본 것만 10여 번, 오픽(Opic)점수를 따기 위해서 들인 돈만 90만원,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학점관리를 위해 틈틈이 쏟아 부은 시간은 셀 수 없었다. 김 씨는 “이럴 줄 알았으면 직무와 관련된 경험을 더 쌓을 걸 후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블라인드 채용을 하는 몇몇 기업은 원서조차 내지 못했다.

올해 하반기 취업시장이 본격 시작하면서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블라인드 채용은 입사지원서에 출신학교, 지역, 학점, 영어점수 등을 기재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지난 22일 서울시내 대학가에서 만난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선 그동안 쌓아온 학력, 영어점수 등을 반영하지 않는 것은 ‘역차별’이며 또 다른 스펙 경쟁만 불러올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여태 토익공부하고 학점 관리한 것은 뭐가 되나요?”= 블라인드 채용의 도입 목적은 취업준비생들의 학력 차별과 과도한 스펙 경쟁을 막고 업무의 적합성과 전문성을 보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취업준비생 상당수는 취지는 좋지만 그렇다고 해서 학점, 영어점수 등을 아예 배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보였다. 서울 성북구의 한 대학교 4학년 재학중인 배모(29)씨는 “학점과 영어점수가 중요하다고 해서 4년 내내 좋아하는 일도 참아가며 꾸역꾸역 점수 관리를 해왔다”며 “이제와서 일과 관련해 다양한 경험을 한 인재를 뽑겠다고 하니 당황스럽다. 취업시장이 수능처럼 정부에 따라 달라져선 안된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학점과 학교, 영어점수 등 스펙만 보고 인재를 뽑는 것은 문제지만 그동안 성취해 온 스펙을 모두 배제하는 것도 차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기업 취업을 준비 중인 정인영(28ㆍ여)씨는 “나보다 학점이 훨씬 낮은 친구와 같은 점수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힘이 빠진다”며 “학점은 전공에 대한 열정과 성실을 객관적으로 나타내주는 좋은 지표”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스펙 경쟁 나타날 것= 학교, 학점, 영어 등 객관적으로 점수화할 수 있는 스펙 경쟁은 줄어들겠지만 또 다른 스펙 싸움이 시작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컸다. 앞으로는 자기소개서에서 어필할 만한 독특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기 위해 매달려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만난 대학생 이영민(25ㆍ여)씨는 “결국은 이력서나 자소서(자기소개서)에서 독특하고 튀는 경험을 했느냐가 당락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며 “해외여행 가서도 자소서에서 쓸거리를 찾아오는 학생들도 있는데 4년 내내 과외와 카페 아르바이트만 한 경험으로는 자소서 1차도 뚫지 못할 것 같아 두렵다”고 토로했다.

기본적인 인적사항도 업무와 관련된 일을 적어야 한다는 강박에 뒤늦게 취미와 특기를 속성으로 만들어 내는 경우도 있다. 유통업계를 희망하는 취업준비생 노모(28ㆍ여)씨은 블라인드 채용을 위해 특기를 ‘해외 유명과자 수집하기’라고 적어냈다. 노 씨는 “한우물만 파는 지원자와 경쟁하기 위해선 어떻게든 관련 분야 마니아인 것처럼 보여야만 한다”면서 “한 기업만 쓰는 게 아닌데, 다른 기업을 지원할 때는 또 다른 취미를 만들어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어차피 스펙 보게 될 것…블라인드 무용론 = 블라인드 채용에서 점수 대신 관련 경험을 본다고 하지만, 인턴과 아르바이트 등 경험을 쌓으려면 결국 학점과 영어점수 등 기존의 스펙이 필요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기존 스펙을 챙기면서 직무 관련 경험까지 쌓아야 해서 취업 준비는 더욱 어려워졌다고 학생들은 입을 모았다.

인ㆍ적성검사나 면접 등에서 좋은 학벌을 가진 자를 거를 수 있는 장치는 얼마든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일반 대기업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최모(27)씨는 “인ㆍ적성검사는 아이큐검사라는 말도 있을 만큼 어느정도 머리가 좋아야 한다”며 “결국 뽑히는 상당수는 상위권대학을 나온 학생들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취업난이 나아지지 않는 이상 블라인드 채용이든 뭐든 변형된 스펙경쟁은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고, 초ㆍ중ㆍ고 내내 대학가는 게 전부인 것처럼 가르치는 현실에서 학벌주의 역시 사라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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