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읽다]'날숨'만으로 폐암 검사하는 시대 온다

분당서울대병원·ETRI, 공동개발

▲폐암.[사진=아시아경제DB]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내쉬는 호흡인 '날숨'만으로 폐암 검사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정확도가 현재 75%에 이릅니다. 폐암은 조기 발견이 관건입니다. 1기 폐암 수술 생존율은 70%에 이릅니다. 악화될수록 생존율은 떨어집니다. 3기 폐암 수술 생존율은 30%에 불과합니다. 조기 진단이 폐암 생존율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연구팀(전상훈·장지은 박사)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이대식 박사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호기가스 폐암 진단 검사법'을 개발했습니다. 호기 가스는 내쉬는 호흡인 '날숨'을 의미합니다. 폐 속의 암세포가 만들어내는 휘발성유기화합물을 센서가 분석해 알려주는 방식입니다.

폐암은 증상이 나타날 때쯤에는 이미 수술이 어려울 정도로 진행돼버린 경우가 많습니다. 말기에 이르기 전까지 증상이 거의 없는 환자의 비율도 많습니다. 건강 검진에서 폐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공인된 선별검사(스크리닝)도 없어 진단이 늦고 그만큼 사망률도 높습니다. 1기에 수술 받은 환자의 5년 생존율이 70%인데 3기 이후 수술 받은 폐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수술 기법이 발전한 지금도 30%에 머물러 있습니다.

'날숨'을 통한 폐암 검진으로 앞으로 조기 진단율이 크게 높아질 수 있을 전망됩니다. 전 교수는 호흡과 관련한 단백질인 '시토크롬 P450 혼합산화효소'가 폐암 환자에게서 활성화되면 특정한 휘발성유기화합물의 분해를 가속하고 이를 검출하면 폐암을 진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했습니다.

연구팀은 폐암 환자 37명과 정상인 48명의 날숨을 채취했습니다. 이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한 전자 코(Electronic nose)에 내장된 다양한 화학 센서로 데이터화했습니다. 이번 연구에 적용된 '전자 코'는 폐암 환자 판별에 적합한 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도록 스스로 학습하는 기계학습모델을 도입했습니다.

다중층 인식망(MLP, Multilayer Perceptron) 데이터 분석 결과 폐암 환자의 날숨은 수술 전 약 75%의 정확도로 건강한 성인의 날숨과 구별됐습니다. 폐암 수술을 받은 후에는 점차 정상인과 유사한 데이터를 나타내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건강한 성인의 경우 93.5%가 시간에 따른 호기가스의 변화가 없이 일정한 값을 나타내 수술로 암 조직이 제거되면 암세포가 발생시키는 휘발성유기화합물이 정상인 수준으로 감소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전상훈 교수는 "현재 폐암 진단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 X선 검사나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영상검사는 방사선 노출과 비용 부담, 조영제 부작용 등 위험도가 적은 환자에게도 시행하기에는 부담이 된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인체에 해가 없고 호흡을 분석하는 것만으로도 폐암의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는 검사법의 적용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연구팀은 이 검사법을 임상에 즉시 적용하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확도를 높이고 보다 여러 환자에게서 유용함을 입증하는 등 후속 연구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빅데이터가 구축되면 편리하고 효과적 폐암 검사법으로 발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