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최장총리' 향하는 메르켈..연정 셈법과 숙제는?

김진 기자 2017. 9. 25.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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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佛 '정치심판' 받았지만..경제안정 덕본 獨
SPD의 위기..극우, 전후 최초 의회 입성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 AFP=뉴스1

(서울=뉴스1) 김진 기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4연임이 확실해졌다.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이 24일(현지시간) 총선에서 '예정된 승리'를 거뒀다.

공영방송 ARD에 따르면 출구조사 결과 CDU·CSU 연합은 32.9%로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을 크게 앞질렀다. 반전을 노리던 SPD는 전후 최저 수준인 20.2%를 기록하며 향배가 불투명해졌다.

반면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13.3%의 득표율로 3위에 오르며, 극우정당 사상 전후 최초로 의회 입성에 성공했다.

◇두 번째 4연임…비결은 '경제 안정'

독일은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장기 집권 총리를 자주 배출하지만 4연임이 가지는 의미는 특별하다. 지금까지 4연임 총리는 독일 통일의 상징인 헬무트 콜이 유일했다.

한때 '정치 초보'란 의미에서 '소녀'(das mädchen)로 불렸던 메르켈 총리의 재신임 비결은 경제 안정이다. 지난 7월 기준 독일의 실업률은 3.7%로 사실상 완전고용(3% 미만) 수준이다. 2005년 메르켈 총리가 첫 취임했을 때와 비교하면 절반가량 낮아졌고 1991년 이래 최저치다.

집권 2기 경제 성장률은 평균 2%로 동기간 유럽연합(EU) 국가들의 기록을 훌쩍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1.9% 성장을 기록했다.

이 같은 성장률은 유럽이 직면한 경제·난민·테러 위기의 충격을 상쇄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웃국인 영국·프랑스에서는 각각 총선·대선을 통해 '정치 심판'이 이뤄졌으나 독일은 예외다. SPD의 '사회 정의' 총선 구호가 빛바랜 배경이기도 하다.

베를린 정치 컨설팅 기업인 '디컴어드바이저'의 랄프 벨트 국장은 이를 두고 "(이번 독일 총선이) 확립된 신뢰에 기반해 국민이 평가 하는 시간"라며 "이들은 신임 총리와 새롭게 시작하길 바라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50년대 이후 최다 정당…복잡해진 연정 셈법

24일(현지시간) 오후 6시35분 기준 공영방송 ARD의 출구조사. © News1

이번 총선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fD의 의회 입성이다. 2013년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한 친(親)기업 성향의 자유민주당(FD)도 의석을 차지했다.

총 6개 정당이 의회에 입성하면서 연정 셈법도 복잡해졌다. 이는 1950년대 이후 가장 많은 수로, 연정 구성에만 수개월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SPD와의 '대연정'을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 보고 있다. AfD의 지위가 제1야당으로 올라서긴 하지만, 지난 4년간 대연정을 해 온 양당이 유럽연합(EU) 통합 등 굵직한 정책 기조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연정은 언젠가 좁아질 메르켈 총리의 입지에도 도움이 된다. 유럽 정책 전문가인 줄리언 래폴드는 "잠재 후임자들이 등장하고 보수 정권이 불안정해지면 총리의 의사결정권은 날이 갈수록 약해질 것"이라며 "(대연정일 경우) 메르켈 총리는 자신의 유산을 위해 중요한 사안들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연정의 저주'를 겪은 SPD의 입장이다. SPD는 출구조사 발표 직후 제1야당의 길을 걷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지난 4년간 CDU·CSU의 그림자에 가려 지지층 이탈을 겪은 데 따른 결심으로 풀이된다.

유력 선택지는 FD·녹색당과 손을 잡는 이른바 '자메이카 연합'이다. 각 정당의 대표 색이 자메이카 국기인 검정·노랑·초록인데서 비롯한 명칭이다. FD와 녹색당의 득표율은 각각 10.5%, 9.3%로 CDU·CSU와 손을 잡으면 과반을 훌쩍 넘는다.

◇EU 통합·극우 견제 '숙제'

메르켈 총리의 연임에 따라 EU 개혁과 극우 견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기조도 기존 방향을 이어갈 전망이다.

세계는 지난해 말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부터 극우 포퓰리즘의 득세와 EU 회의론까지 혼란을 겪어 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메르켈 총리는 '유럽의 강력한 마지막 지도자'(NYT) '불안한 남성들로 가득한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여성'(뉴요커) 등으로 불리며 안정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국제사회의 기대를 채우는 일은 메르켈 총리에게도 의미 있다. 베를린자유대학의 정치과학자인 게로 노이게바우어는 메르켈 총리가 "단지 개방적인 난민 정책과 그 파장으로만 기억되질 않기 원한다"며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soho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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