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남 초대 미얀마교황대사 "로힝야 배척하는 불교는 독재산물"

2017. 9. 2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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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이 불교 국가인 미얀마와 수교관계를 맺으면서 지난달 초대 미얀마 교황대사에 임명된 장인남(68) 대주교는 24일 방콕시내 교황대사관저에서 국내 언론과는 처음으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면서 최근 발생한 로힝야족 인종청소 문제에 대한 관심과 참혹한 현실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나타냈다.

또 지난 5월 미얀마와 수교관계를 맺은 교황청은 지난달 장 대주교에게 미얀마 대사도 겸직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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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정부·군부 국제사회 뜻 모아야..11월 미얀마 방문하는 교황, 평화·화합의 메시지 전할 것"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불교는 자비와 온유함을 가진 생명을 존중하는 훌륭한 종교인데, 50년 넘게 독재를 해온 미얀마 군부가 이를 정치 도구화하면서 다른 종교와 문제를 일으키게 됐다"

교황청이 불교 국가인 미얀마와 수교관계를 맺으면서 지난달 초대 미얀마 교황대사에 임명된 장인남(68) 대주교는 24일 방콕시내 교황대사관저에서 국내 언론과는 처음으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면서 최근 발생한 로힝야족 인종청소 문제에 대한 관심과 참혹한 현실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나타냈다.

특히 자비와 온유함, 생명존중을 중시하는 불교가 오랜 군부독재 시절을 거치면서 정치도구화해 다른 종교와 갈등하고 반목하는 상황을 개탄하면서, 미얀마의 문민정부와 여전히 막강한 힘을 가진 군부 그리고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 해법을 찾기를 기원했다.

또 장인남 대주교는 오는 11월 역대 교황 중 처음으로 미얀마와 방글라데시를 방문할 예정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1985년 로마 교황청 외교관학교 대학원을 졸업한 장 대주교는 지난 2002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교황대사로 임명됐다. 방글라데시, 우간다 대사를 거쳐 지난 2012년부터 태국·캄보디아 교황대사로 재직해왔다.

또 지난 5월 미얀마와 수교관계를 맺은 교황청은 지난달 장 대주교에게 미얀마 대사도 겸직하도록 했다.

다음은 장 대주교와 일문일답.

-- 최근 미얀마에서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인종청소 논란이 불거졌다. 많은 사람이 죽었고, 43만 명에 달하는 로힝야족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 사태는 지난해 10월 이슬람교도들이 국경 수비대를 공격하고 정부군이 소탕작전을 벌이면서 시작됐다. 올해 들어서는 규모가 더 커졌다. 경찰초소를 습격한 사람 중에는 현지인도 있고 외부에서 훈련받은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 어쨌든 군부가 로힝야족 촌락을 포위해서 테러리스트나 문제를 일으킨 사람뿐만 아니라 시민, 부녀자, 어린이, 노인을 상대로도 극단적인 활동을 했다. 전쟁 상황에서나 벌어지는 그런 일들이 모두 일어났다. 4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국경을 넘어) 갔다. 미얀마 내 전체 로힝야족의 거의 절반이다. 얼마나 큰일이 벌어졌는지 상상할 수 있다. 로힝야족의 처지는 매우 비인간적이고 참혹하며, 이 문제는 우리도 큰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이다.

-- 미얀마의 불교도들이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에 대한 증오심을 표출한다는 평가도 있다.

▲ 미얀마 불교는 오랜 역사를 가졌다. 또 온유함 자비로움, 인내 그리고 생명존중이 불자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와 덕목이다. 종교적으로만 보자면 지금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일은 불교의 가르침에서 나올 수가 없는 일이다. 다만, 50년 넘게 독재를 한 군부가 국가를 하나로 통일해 유지하려고 단일 종족, 단일 종교, 단일 국가 등 모토를 내세웠다. 미얀마인 대다수가 믿는 종교인 불교도 획일화하고 정치 도구화했다. 이 과정에서 마바타(극우 민족주의 불교단체)와 같은 극단적인 조직이 나오고 이슬람교 같은 다른 종교, 버마족이 아닌 소수민족들과 분쟁이 발생했다. 이번 로힝야 유혈사태도 이런 배경에서 비롯됐다는 생각이 든다.

-- 로힝야족은 현지에 오래 거주했지만, 방글라데시에서 넘어온 불법 이민자로 취급받으며 차별과 박해를 받았다.

▲ 로힝야 문제는 미얀마에게 아픈 부분이다. 정부는 물론 대다수 국민은 로힝야라는 표현을 쓰는 것조차 싫어한다. 로힝야족 중에는 라카인주에서 몇 세기에 걸쳐 살았던 사람도 있고, 식민지 시절 영국이 이주시켜서 노동력으로 활용했던 사람도 있다. 2차 대전 종전 후 이주한 사람들도 있다. 이들을 다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다.

-- 한때 민주화와 인권의 상징이었고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아웅산 수치가 로힝야족 문제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다.

▲ 최근 수치 여사가 국정연설에서 원칙적인 면만 이야기하는 걸 봤다. 문제가 있다고 느끼지만 뾰족한 방법을 내놓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그는 2015년 선거에서 이겼지만 군부가 만든 헌법 때문에 대통령이 되지 못했고, 막강한 군부의 영향력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인권과 민주화 운동을 할 때는 국민이 뒤에서 받쳐줬지만, 로힝야 문제에 관한 국민 정서는 민주화 운동 때와는 다르다. 국민이 있어야 군부와 균형을 이루면서 일할 수 있는데, 이 문제로 지지세력을 잃게 되면 아무것도 못 하는 난감한 처지가 될 것이다. 외부인으로서 손가락질하고 비난하기는 쉽지만, 군부와 균형을 맞춰야 하는 정치인으로서 어려움이 얼마나 클지도 고려해야 한다.

-- 유엔은 이번 사태를 '인종청소'로 규정했고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미얀마에 다시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 40만 명이 넘는 사람이 고향을 떠나 피난처를 찾는 그런 극한상황에 처하도록 한 건 정말 인권 측면에서 안타까운 일이며 외면할 수 없는 문제다. 무턱대고 기다리기엔 로힝야족의 처지가 비인간적이고 참혹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비판하면 미얀마 국민을 아프게 할 수 있다. 미묘하고 어려운 문제지만, 미얀마 정부나 미얀마 사람들이 이해할만한 한도 내에서 이해하고 받아들일 만한 언어로 이야기를 해야 한다. 또 미얀마 정부와 군부 그리고 국제사회가 각각 따로 나가서는 문제 해결점이 보이지 않는다 손을 맞잡아야 한다.

-- 11월 교황이 역사상 처음으로 불교국가인 미얀마와 이슬람국가인 방글라데시를 방문한다. 공교롭게도 두 나라는 로힝야족 난민사태가 벌어진 현장이다. 교황이 난민들의 삶을 돌아보거나 관련 메시지를 준비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

▲ 이번 방문은 지난 7월 미얀마 대통령의 공식 초청으로 성사됐다. 우리는 다른 종교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가운데 사람들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사회가 되도록 노력하는 걸 임무로 생각한다. 교황의 방문도 그런 맥락이다. 방글라데시 일정은 내가 관여하지 않아 모르겠지만, 미얀마에서는 최대 도시 양곤과 수도 네피도만 방문하고 라카인주 방문 계획은 없다. 교황께서 이미 로힝야족 사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이번 방문 중에는 서로 다른 종교, 문화, 언어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존중하고 공존하며 평화로운 사회를 이룰 때 번영을 이룰 수 있다는 정도의 원칙적인 메시지는 전할 수 있을 것이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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