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표 뽑고 1시간"..'도떼기 시장' 인천공항 면세품 인도장

박진영 기자 2017. 9. 25.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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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공항면세점]시내·인터넷면세점 이용객 급증, 인도장 수용력은 미달..이륙시간 임박, 수령 포기도

-올 추석 110만명 사상 최대 인원 해외여행길, 인천공항 '인도장 대란설'
-"면세점 임대사업 등 수익사업에만 골몰, 인프라 서비스 개선 뒷전" 지적도
-인천공항공사 "지속적 인프라 증설…추석 대란 없다" 일축

인천공항 면세품 인도장 전경 /사진제공=뉴시스

#직장인 서모씨(32)는 지난 8월 여름 해외휴가로 인천공항을 찾았다가 '아찔한' 경험을 했다. 출국 수일전부터 3~4군데 시내면세점과 인터넷면세점을 돌아다니며 '알뜰 쇼핑'을 했던 물건들을 하나도 수령하지 못한채 해외로 떠나게 된 것.

출발시간 1시간 전쯤 여유롭게 공항인도장에 도착했는데 인도장에는 '눈을 의심할 정도로'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번호표를 뽑아보니 A면세점과 B면세점에서 각각 대기 인원수가 100여명, 200여명이 밀려 있었다. 30~40분여가 지났지만 수령할 수 없어 물건을 모두 포기하고 아슬아슬하게 비행기에 탔다.

서씨는 "국내 면세점과 공항이 그렇게 잘 갖춰져있다고 하면서 면세품조차 수령할 수 없는 상황이 이해가 안간다"며 "허탈한 마음으로 한국에 돌아와 모두 취소처리했는데 같은 일을 겪은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수년간 해외여행객 증가 등으로 면세점 이용객들이 큰 폭 늘었지만 인천공항을 중심으로 국내 공항, 항만등에 자리한 인도장은 시설이 미흡해 이용객들이 불편함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지속 제기되고 있다. 공항공사 측은 관련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강화해왔다고 주장하지만 면세업계 입장은 이와 다르다.

◇"인도장 수용력 턱없어"…면세업계·이용객 불편 토로=24일 한국면세점협회의 '연도별 인도장 면적 및 면세품 반입건수' 자료에 따르면 국내 공항·항만 등의 인도장 면적은 2013년 1993㎡에서 2016년 4117㎡로 2배 상당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면세점 이용객 증가에 따라 인도장 면세품 취급건수는 994만건에서 3880만건으로 290.3% 급증했다. 면적(㎡)당 면세품 취급건수가 4987.5건에서 9424.3건으로 88.9% 늘어나게 된 셈이다.

공항에 위치한 출국장면세점에서 면세품을 구매한 경우 즉석에서 면세품을 수령하게 되므로 인터넷면세점과 시내면세점에서 구매한 상품을 출국시 공항 내 인도장에서 수령하게 된다. 위 기간 면세시장 전체규모는 6조8000억원 대에서 12조2757억원 규모로 두배 가까이 늘어났는데, 이 중 시내면세점 매출 비중이 54%에서 72.6%대까지 늘어 인도장 수용부담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이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 출국객은 지난 7월에도 1.7% 증가했는데 사드국면이 아니었다면 중국인 이용객도 몰려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을 것"이라며 "대기인원이 길어 수령하지 못한 고객 원성은 고스란히 면세업계가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면세업계로부터 많은 임대료를 받고있으면서 수익과 관계없는 인프라나 서비스 개선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인천공항인도장 대기행렬에 면세품 수령을 취소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위 그림은 각각 올 8월(왼쪽)과 4월 공항면세점 이용객의 대기표

◇인천공항공사 "인도장 인프라 지속 개선 중" 업계와 '이견'=인천공항공사는 이러한 업계 불만에 대해 충분한 증설을 해왔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3월 이후 탑승동 3층 인도장 4개소(1466㎡)를 증설했고 터미널 3층 인도장 1개소(282.7㎡)를 증설했다는 것. 또 면세상품 보관창고, 재포장 등 부대공간도 지속적으로 늘려와 전체 면세점 면적의 5분의 1상당을 인도장 관련 공간으로 할애하고 있다는 것.

업계에서 우려하고 있는 열흘간 추석연휴 기간 '인도장 대란' 가능성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여행업계는 이번 '황금연휴'에 사상 최대 규모인 110만명이 해외여행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임대수익 극대화를 위해 충분한 공간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지속적으로 이용객 증가에 발맞춰 서비스 개선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0월 황금연휴기간에도 기업들과 함께 인도장 안내 및 질서유지 요원 증원, 주변 청결 관리 강화 등으로 인도장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면세업계는 특허를 신규 취득한 시내면세점이 늘어난데 따라 인도장을 증설한 측면이 있으며 공간당 건수, 미인도 취소 건수 등을 고려할 때 서비스 개선이 절실하다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면세업계는 지난 2월 고질적인 면세점 인도장 혼잡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관세청과 '통합인도장 TFT'도 꾸렸다. 한국면세점협회는 "문제에 대한 인식은 여전하지만 현재 각종 이슈로 추진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jy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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