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배트맨 게임으로 해외 흥행 노린다

임경업 기자 2017. 9. 2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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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게임, 해외 캐릭터 확보 경쟁]
슈퍼맨·원더우먼·레고게임.. 글로벌 시장 겨냥한 게임 개발
넷마블, 마블캐릭터 게임 힘입어 북미 매출 비중 1%→20% 확대
"매출액 20~30% 사용료 부담.. 독자적인 캐릭터 개발해야"

국내 중견 게임업체 네시삼십삼분은 슈퍼맨·배트맨·원더우먼 등 DC코믹스의 수퍼히어로들이 등장하는 모바일 게임 'DC 언체인드'를 올해 말 글로벌 시장에 출시하기로 하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초 워너브러더스사와 IP(지식재산권)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게임 개발을 시작했다. DC코믹스의 판권을 보유한 워너브러더스는 원작 만화 작가를 게임 개발에 투입시킬 정도로 게임 성공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선희 네시삼십삼분 이사는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어렵게 워너브러더스사와 계약을 맺었다"며 "곧 대대적인 글로벌 마케팅에 착수할 것"이라고 했다.

게임 업계가 글로벌 흥행을 위한 인기 캐릭터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부 대형 업체들은 해외 사업 본부에서 전담 부문을 두고 해외 유명 IP 끌어오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게임업체들은 인기 만화·영화로 게임을 만들거나 이미 성공한 PC게임 캐릭터를 활용해 모바일 게임으로 출시하기도 한다. 국내 2위 게임업체 넷마블게임즈(이하 넷마블)는 작년과 올해 어벤져스·스파이더맨 등 마블 캐릭터를 활용한 게임을 출시해 글로벌 대박을 터뜨렸다. 국내 최대 게임업체 넥슨도 모바일 게임 '레고Ⓡ 퀘스트앤콜렉트'의 북미·유럽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 게임은 글로벌 완구업체 레고의 캐릭터 IP를 사용해 만든 게임으로, 레고 캐릭터 영웅들로 변신해 모험을 하는 내용이다.

유명 IP로 해외 시장 진출 속도 내는 게임업계

이러한 시도는 게임업체들의 '탈(脫)중국' 흐름과 함께 가속화되고 있다. 한때 게임 한류가 불었던 중국 시장에선 국내 업체들이 이름만으로도 '한국 게임 프리미엄'이 있었지만, 북미·유럽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은 여전히 생소한 후발 주자들이다. 이런 상황을 서구권의 인기 콘텐츠와 캐릭터를 활용해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넷마블은 마블 외에도 스타워즈, 트랜스포머 캐릭터로 만든 게임을 세계 시장에 출시해 서비스 중이고, NHN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모바일 퍼즐 게임 '디즈니 썸썸'은 최근 누적 매출 1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게임에는 미키마우스, 곰돌이푸 등의 디즈니 캐릭터들이 등장해 해외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넷마블 역시 마블 캐릭터 게임에 힘입어 북미 지역 매출 비중을 2014년 1%에서 지난해 20%까지 끌어올렸다.

한국 게임업체들의 인기 해외 콘텐츠 확보는 한국 게임사들의 개발력이 해외에서도 인정받을 수준까지 성장했기 때문에 가능하다. 최근 나온 대작 모바일 게임의 경우 화려한 그래픽을 사용하면서도 끊김 없이 안정적으로 게임이 돌아가는 프로그래밍 능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레고의 디지털 판권을 보유한 'TT게임즈' 톰 스톤 이사는 계약 당시 "넥슨이 보유한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 노하우라면 레고의 훌륭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칭찬했다.

독자 콘텐츠 개발 등한시하면 장기적으로 문제

하지만 한국의 독자적인 콘텐츠와 캐릭터가 없는 것이 장기적으로 게임 발전의 저해 요소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당장 게임업체들은 슈퍼맨·배트맨 같은 해외 캐릭터를 이용하는 대가로 막대한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다.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해외 유명 캐릭터의 경우 사용료가 무려 매출액의 20~30%에 달한다"면서 "국내 게임업체들로서는 엄청난 비용을 치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게임 업계는 막대한 자금력으로 해외 콘텐츠와 게임사를 통째로 사들이고, 일본은 슈퍼마리오, 포켓몬 등 독자적인 인기 캐릭터를 기반으로 해외 시장에서도 통하는 게임을 출시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유일한 성공 사례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정도다. 엔씨소프트는 자사의 최고 히트 게임 '리니지'를 기반으로 만든 '리니지2 레볼루션' 매출의 10% 정도를 넷마블로부터 저작권 사용료로 받고 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 게임사들이 이렇게 해외 캐릭터와 영화 등으로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건 개발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는 긍정적인 신호"라면서도 "하지만 국내 게임사들이 해외 콘텐츠에만 의존하고 해외 시장에서도 통하는 자체적인 콘텐츠를 개발하지 않는 것은 장기적으로 산업 성장의 저해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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