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앱서 '노골적 성희롱' 10대들의 위험한 놀이터

2017. 9. 2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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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모 중학교 3학년 A 양(15)은 최근 자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애스크 에프엠(ASKfm)'에 올라온 글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 앱은 페이스북과 연동돼 특정 사용자에게 익명 누리꾼이 질문하는 방식이다.

A 양 앱에는 자신의 특정 신체 부위를 거론하며 성희롱하는 듯한 질문이 잇달아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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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스크 에프엠' '멤버놀이' 일부 청소년 위험수위 넘어

[동아일보]

서울 모 중학교 3학년 A 양(15)은 최근 자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애스크 에프엠(ASKfm)’에 올라온 글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 앱은 페이스북과 연동돼 특정 사용자에게 익명 누리꾼이 질문하는 방식이다. 질문을 받는 사람은 신상정보가 공개되지만 질문을 한 사람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A 양 앱에는 자신의 특정 신체 부위를 거론하며 성희롱하는 듯한 질문이 잇달아 올라왔다. A 양이 최근 학교 운동장에서 뛰다 넘어질 때 상황을 노골적으로 묘사한 것들이었다. A 양은 “글이 올라온 후로는 운동장에서 놀지도 못하게 됐다”며 “경찰에 알릴까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 ‘위험수위’ 온라인 10대 문화

10대 온라인 놀이 문화가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전 의원(52) 아들은 지난해 이 애스크 에프엠으로 피해 여학생을 성희롱했다.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주범 김모 양(17)과 공범 박모 양(18)은 온라인 캐릭터 커뮤니티에서 만나 잔혹한 살인을 저질렀다.

특히 최근 일선 학교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 애스크 에프엠이다. 성희롱부터 외모 비하까지 상대를 괴롭히는 일이 빈번하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는 ‘질문한 상대방을 어떻게 추적하느냐’라는 질문이 수십 건이다. 그만큼 피해를 본 청소년이 많다는 방증이다. 앱 개발사 측은 “질문과 답변이 더 원활해지도록 익명 질문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취지로 개발 의도를 설명해뒀지만 이런 의도와는 동떨어진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이다.

익명이다 보니 청소년들은 별다른 문제의식을 갖지 않는다. 비뚤어진 질문을 퍼붓는 10대들은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중학교 2학년 B 군은(14)은 “평소 좋아하지 않는 친구의 외모를 놀렸다가 경찰에 잡힐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뒤늦게 미안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뒤늦게 학교 차원에서 대응하기도 한다. 최근 서울 한 중학교에서는 애스크 에프엠에서 학생들의 성희롱 사례가 잇달아 벌어지자 조치에 나섰다. 지난달 중순 학교 측은 학생회를 통해 ‘학교가 직접 처벌하겠다’는 메시지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판에 올려 가해자의 자수를 권고했다.

○ 광범위 유행 ‘캐릭터 설정극’

자신을 유명 아이돌로 설정해 SNS에서 대화하는 ‘멤버놀이’는 10대 여학생 위주로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대화방에서 “나는 방탄소년단의 ○○○”라는 식으로 설정하고 그 멤버처럼 행동한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이나 라인 같은 SNS에서 쉽게 참가할 수 있다.

문제는 이 놀이를 하면서 10대들이 잘못된 성(性) 인식을 갖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멤버놀이에 참여해 친분이 쌓이면 온라인에서 채팅으로 성행위를 하는 일이 벌어진다. 멤버놀이 사용자가 다른 사용자 여러 명에게 온라인에서 성추행 당하는 것을 이르는 ‘돌○○’, 다수가 모인 채팅방에서 성관계를 하는 ‘공○’이라는 용어도 버젓이 쓰이고 있다. 한 멤버놀이 참가자를 모집하는 홍보글에서는 “공○보다는 음담패설이 끌린다”며 “하려면 상황을 설정해서 와라”고 하기도 했다.

멤버놀이에서 더 진화한 형태가 인천 초등생 살인범들이 활동한 캐릭터 커뮤니티다. 10대뿐만 아니라 20, 30대도 참가하는 캐릭터 커뮤니티는 아예 가상세계를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역할놀이를 한다. 이 사건 주범과 공범은 살인사건을 주제로 한 캐릭터 커뮤니티에서 만나 친분을 쌓았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자극적인 글로 더 주목받고 싶어 하는 청소년들의 심리가 온라인에서 각종 일탈이 벌어지는 한 요인”이라며 “10대들이 사용할 수 있는 앱의 한도를 정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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