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크 음악 흐르는 궁전.. 18세기 프랑스로 떠나다

김경은 기자 입력 2017. 9. 2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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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초연 바로크 오페라 윌리엄 크리스티 내한 공연

"어릴 때부터 교회 합창단을 지휘한 어머니를 따라 일요일 아침이면 16~17세기 교회음악을 들었어요. 그 후 샤르팡티에와 륄리, 퍼셀, 바흐, 헨델, 라모까지 들으며 바로크 음악에 푹 빠졌어요. 내 음악의 첫 시작일 겁니다."

윌리엄 크리스티(73)는 바로크 음악을 처음 만난 순간을 떠올리며 눈을 가늘게 떴다. 1944년 미국 뉴욕주 버펄로에서 태어나 1966년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1971년 프랑스 파리로 이주한 크리스티는 40여 년간 바로크 음악에 매진하면서 17~18세기 프랑스 작곡가들 작품에서 일가를 이룬 고(古)음악 지휘자다.

23일 오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윌리엄 크리스티(맨 오른쪽에서 지휘하는 이)와 레자르 플로리상이 연주한 오페라‘ 다프니스와 에글레’의 한 장면. /한화클래식

크리스티는 1979년 결성한 연주단체 '레자르 플로리상'(꽃 피는 예술)과 지난 주말 내한, '한화클래식' 무대에 올랐다. 공연 제목은 '메트르 아 당세(춤의 대가)'. 프랑스의 바로크 작곡가 장 필립 라모(1683~1764)가 1753년 프랑스 궁정의 여름 휴양지였던 퐁텐블로 궁전에서 상연하려고 만들었던 '다프니스와 에글레', 프랑스 왕 루이 16세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1754년 작곡한 '오시리스의 탄생'을 선보였다. 크리스티는 라모가 죽은 지 250년 되던 해인 2014년 영국 글라인드본 페스티벌에서 이 작품을 처음 무대에 올렸다. 춤과 노래, 오케스트라 연주가 어우러진 라모의 이 작품이 국내에서 공연된 건 처음이다.

23일 오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부에서 다프니스(테너 레이누드 반 미헬렌)와 에글레(소프라노 엘로디 포나르)가 우정을 맹세하자 갑자기 천둥이 쳤다. 둘의 관계는 우정이 아니라며 호통치는 대사제. 혼란에 빠진 남녀는 목동들과 숲을 누비며 사라반드, 가보트, 지그, 미뉴에트 등 전통춤을 추고 마침내 서로에 대한 감정이 사랑임을 깨닫는다. 크리스티는 명징한 사운드로 악단을 이끌고 노래와 춤을 조율했다.

공연 전 만난 크리스티는 250년 전 작품을 올릴 때마다 "마법사가 된 듯한 희열에 빠진다"고 했다. "사람들은 내게 물어요. 왜 고증이 어렵고 연주방식도 까다로운 바로크 음악에 생을 바치느냐고. 바로크는 '개인'이라는 개념이 중요해진 시대예요. 작곡가의 개성을 중요시하는 시대가 된 거죠. 하지만 베토벤이나 브람스처럼 악보가 정교하게 기록돼 있지 않아 연주자의 해석이 들어갈 여지가 많아요. 모든 걸 연주자가 알아서 결정해야 하니 라모의 오페라이면서도 크리스티의, 크리스티에 의한 오페라라고 할까."

그는 하프시코드와 거트 현(絃) 등 라모 당시 사용한 악기들을 재현해 썼다. 라모가 이 공연을 본다면 뭐라고 말할까. 크리스티는 "작곡가들은 자아가 강해 자기 작품을 마음에 안 들어 하는 경우가 늘 있는데, 라모라면 자신이 바라는 대로 연주되느냐보다는 자신의 음악을 해석하고 연주하기 위해 우리가 얼마나 많은 열정을 쏟아붓느냐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제가 여기에 열정을 쏟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 결과로 오늘의 음악이 탄생했는데 만약 아무도 제 음악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그렇다 해도 저는 죽는 날까지 이걸 계속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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