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압 ! 오스타펜코 '닥공'에 9000여 관중 홀렸다

박소영 입력 2017. 9. 25. 01:02 수정 2017. 9. 25.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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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여제' 코리아오픈 우승
프랑스오픈 이어 통산 2승째
포핸드샷 속도, 남자 선수 뺨쳐
세트 잃을 땐 라켓 내동댕이도
"나도 이젠 톱10 든 월드클래스"
관중석 꽉꽉, 흥행에도 일등공신
"라트비아선 메시급 인기" 응원
24일 끝난 KEB하나은행·인천공항 코리아오픈에서 우승한 여자 테니스계의 ‘샛별’ 옐레나 오스타펜코. 오스타펜코는 프랑스 오픈에 이어 통산 2승째를 거뒀다. 그의 무기는 강력한 파워와 서브다. [연합뉴스]
“히압! 히압! 으아악!”

2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는 괴성이 울려퍼졌다. 엄청난 파워를 앞세워 ‘닥공(닥치고 공격)’ 테니스를 구사하는 옐레나 오스타펜코(20·라트비아·세계랭킹 10위)가 라켓을 휘두를 때마다 내지르는 소리였다. 오스타펜코는 득점에 성공했을 때는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했다.

오스타펜코가 이날 끝난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KEB하나은행·인천공항 코리아오픈(총상금 25만 달러) 단식 결승전에서 베아트리스 하다드 마이아(21·브라질·71위)를 세트 스코어 2-1(6-7, 6-1, 6-4)로 꺾고 우승했다. 우승상금은 4만3000달러(약 4900만원).

오스타펜코는 경기 초반 서브와 포핸드샷이 난조를 보이면서 1세트를 타이브레이크 접전 끝에 6-7로 내줬다. 오스타펜코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난 듯 1세트를 내주자 라켓을 바닥에 내던져버렸다.

그러나 오스타펜코는 전열을 가다듬은 뒤 2세트부터 쉴 새 없이 하다드 마이아를 몰아부쳤다. 시속 170㎞에 달하는 강서브가 살아나면서 2세트를 6-1로 따냈다. 그리고는 마지막 세트에서도 끝까지 따라붙는 하다드 마이아를 뿌리치고 역전승을 거뒀다. 오스타펜코는 이날 서브 에이스 6개를 기록했다. 하다드 마이아는 3개였다.

올해 20세인 오스타펜코는 지난 6월 프랑스오픈 당시엔 세계랭킹 47위에 불과한 별볼일 없는 선수였다. 그러나 패기 넘치는 플레이로 시드를 받지 않은 선수로는 84년 만에 프랑스오픈 여자단식 정상에 올랐다.

키 1m77㎝, 몸무게 68㎏인 오스타펜코는 남자 선수 뺨치는 강력한 포핸드샷이 주무기다. 프랑스오픈에서도 포핸드샷 평균 속도가 122㎞를 기록했다. 당시 출전했던 남녀 선수를 통틀어 4위에 해당하는 파워샷이었다. 남자 세계랭킹 3위 앤디 머리(30·영국)의 시속 117㎞보다도 빨랐다. 오스타펜코는 “테니스를 시작할 때부터 공을 최대한 세게 치라고 배웠다. 그래서 최대한 힘을 실어 공격한다”고 말했다.
[사진 코리아오픈 조직위]
2017년은 ‘오스타펜코의 해’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투어 우승 기록을 2회로 늘렸다. 세계랭킹도 수직상승해 톱10에 올랐다. 자신감도 하늘을 찌른다. 그는 “예전에는 세리나 윌리엄스가 롤모델이었다. 하지만 이제 나에겐 롤모델이 없다. 나도 이제는 톱10에 드는 (정상급)선수”라고 말했다. 오스타펜코는 또 “현재는 세계 여자 테니스에 절대강자가 없다. 상위 랭킹에 있는 선수라면 누구라도 1위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청자 모양의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는 오스타펜코. [연합뉴스]
오스타펜코의 우승에 경기장을 찾은 9000여명의 관중들도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이날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은 지난 2004년 제1회 코리아오픈 대회 당시 ‘미녀 스타’ 마리야 샤라포바(30·러시아)가 결승전에 올랐을 때와 비슷했다. 대회 조직위 관계자는 “센터코트 좌석이 전부 차면 1만500명 정도인데 이번 대회엔 일부 사석이 있어 9000여명이 만석이라고 보면 된다. 만원관중을 기록한 것은 1986년 아시안게임 결승, 1988년 올림픽 결승과 코리아오픈 1회 대회가 열린 2004년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라고 발표했다.

오스타펜코가 몰고온 테니스 열기는 뜨거웠다. 오스타펜코가 환상적인 포핸드샷을 터뜨리면 큰 박수가 터져나왔다. 그를 보러온 관중들이 너무 많은 나머지 코트가 바뀌는 약 1분 동안의 시간에도 자리 정돈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결승전 주심을 맡은 카데르 누니(프랑스) 심판이 한국어로 “앉아 주세요, 빨리빨리”라고 말할 정도였다.

'오스타펜코 열풍'…샤라포바 이후 13년 만에 테니스 최다관중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열린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KEB하나은행·인천공항 코리아오픈 단식 결승에서 옐레나 오스타펜코와 베아트리스 하다드 마이아가 시합을 하고 있다. 오스타펜코는 이날 베아트리스 하다드 마이아에게 2-1(6-7<5-7> 6-1 6-4) 역전승을 거둬 우승을 차지했다. 2017.9.24 jieun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오스타펜코가 단식 1회전에 나선 지난 19일엔 3321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2회전이 열린 21일엔 4555명, 22일 8강전에는 5109명의 관중을 기록하더니 준결승이 열린 23일엔 7050명으로 늘어났다. 코리아오픈 사상 역대 최다 관중 기록(총 3만3154명)이다. 인천에서 경기를 보러온 김태언(19)씨는 “직접 테니스 경기를 본 건 처음인데 오스타펜코의 공격이 박진감이 넘쳤다. 한국에서 테니스 경기가 더 많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스타펜코를 응원하러 온 라트비아 팬들. [사진 JTBC3 FOX 스포츠 캡처]
이날 오스타펜코를 응원하는 라트비아 관중 23명도 눈에 띄었다. 인구 194만명의 동유럽 국가인 라트비아에선 농구와 아이스하키가 인기 종목이다. 그러나 폴댄스 공연을 위해 한국을 찾은 야니스 실메리스(28·라트비아)는 “마침 한국 공연과 오스타펜코의 경기가 겹쳐 경기장을 찾았다. 오스타펜코가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한 이후 라트비아에선 테니스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라트비아에선 오스타펜코가 아르헨티나의 세계적인 축구스타 리오넬 메시에 버금간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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